[119호]업무상재해로 인한 우울증 발생 후, 자살에 이른 경우 정신장애 상태의 결과로 업무상재해 인정

[산재 판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2-01-22 13:41
조회
354

                                                  김민옥 노무사


 

우리나라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는데, 원칙적으로 자살인 고의·자해행위로 사망하면 업무상재해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그 사망 등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인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한 행위로 ①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 또는 ②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의 자해행위, ③ 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와 자해행위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및 시행령 제36조 참조). 이 경우 업무상재해의 인과관계 인정을 위해서 근로자의 질병이나 휴유 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근로자의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대법원 2014.10.30. 선고 2011두14692 판결 등 참조).

A는 1992년 건설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로 하반신 마비 등 재해가 발생해, 산재 승인을 받았습니다. 2012년 욕창 발생과 2013년부터는 욕창 치료 도중 발생한 우울증 등으로 재요양 승인을 받았으며, 2018년 8월 사망 2개월 전까지 지속적인 통원치료를 받았습니다. A는 욕창 예방 등을 위해 부인으로부터 지속적인 간병을 받았는데, 부인이 A의 사망 직전 40일간 병원에 입원하면서 간병을 제대로 받지 못한 바 있습니다. 부인은 자살 경위 경찰조사에서 A가 재작년에 동호회 회장직에서 퇴출당하고 왕따 당하면서 괴로워했고, 얼마 전 음주운전 단속으로 면허가 취소되어 괴로워했다고 진술했습니다.
A의 정신과 주치의는 A의 증상은 점차 호전되어 가고 있었고, 마지막 진료에서 특이한 점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환자 본인이 우울 증상을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한편, 이 사건 1심 진료기록 감정의는 A가 겪은 우울장애는 자살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정신장애로, 자살 기도자의 70~80%는 우울증 환자로 추정되어, 우울장애가 명확하고 그밖의 유발원인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우울장애와 자살 사이에 인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A는 진료기록상 안정적이라고 했고 사망 당시 정신 상태를 평가하기 어려워, 자살에 이를 정도의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에 있었다고 볼 근거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런 사실관계에 비춰 원심은 A가 하반신 마비, 욕창, 우울증 등이 있었지만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현저히 낮아져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어서 원심이 A의 우울증 발생 경위, 자살 무렵 신체적·정신적 상황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지 않았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대법원은 ① 30대 젊은 나이에 하반신 마비로 장기간 휠체어 생활을 했으며 이후 욕창으로 10여 차려 입원 치료 및 수술 등을 하며 오랜 기간 상당한 고통을 받았고, 그 결과 우울증까지 발생한 점, ② 우울증이 업무상재해로 인정된 점, ③ 주치의가 환자들이 자신의 증세를 숨길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고 A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점, ④ 최초 우울증이 욕창 치료 시에 유발된 점을 고려할 때, 부인이 없는 상황 속에서 욕창 간병을 받지 못해 우울증이 유발 악화되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점 등을 볼 때, A의 사망은 업무상재해와 관련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동호회 갈등 및 운전면허 취소가 일반인에게 자살의 동기나 이유라고 할 수 없지만, A와 같이 하반신 마비로 장해가 있는 사람의 경우 사회활동에서 고립되고 이동이 제한된다는 사정으로 일반인에 비해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이 일반인에게 평범한 상황을 재해자에게는 고립이 될 수 있는 상황으로 우울장애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점을 볼 때, 일부 대법원에서 기존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 판단을 사회평균인 관점에서 한 것과 달리, 이번 판결에서 재해 당사자의 입장으로 판단해야 함을 재확인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 등이 자살에 이른 경우 추가 자료 없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합니다. 이번 판결 제1심 감정의의 의학적 견해를 보더라도 우울증 환자 대다수가 자살기도자로 추정되므로 업무로 인해 겪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정신적 이상상태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들이 자살에 이른 경우 업무상재해를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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