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호]집배 노동자 노동환경 노동강도평가 결과 (마지막회)

[현장 보고]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8-03-27 19:07
조회
3091
게시글 썸네일
부산경남지역 집배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 조사 마지막 글이다. 이번 글은 집배 부하량의 문제점과 개선 대책에 관한 것이다.

☞ 집배 부하량의 문제점

집배 노동자들은 초 단위로 움직인다. 또한 장시간 노동을 한다. 초 단위로 장시간 일을 한다는 사실은 사고 위험과 만성적 피로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초단위로 움직이는 이유는 집배 부하량 때문이다. 현재 집배 부하량에 대한 많은 비판들이 존재한다.
집배 노동자들은 옥내와 옥외 근무 작업이라는 특성이 있다. 또한 민원인이라는 상대가 있는 업무다. 옥외 작업과 민원인의 변수는 사실상 노동자가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불가피한 지연이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수는 집배 부하량에서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점은 표준 시간 산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표준 시간의 구성은 실제 작업 시간(정미시간)과 여유 시간의 합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집배 부하량의 경우 표준 시간이 아닌 정미시간 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집배 부하량 표준 항목을 살펴보면 중간 수도 자루 적재 표준 시간 9초, 출국 전 배달국 내 이동 시간 0초, 기계 구분 소형 통상 순로 구분 표준 시간 0.95초, 수작업 소형 통상 순로 구분 표준 시간 1.8초, 시내 초고층 아파트 이동 표준 시간 8초 등으로 구성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세부적으로 통합되어 집배 업무량 산출식으로 부하량이 산정된다.
집배 부하량과 관련된 여러 논문과 자료를(집배 부하량 산정 및 평준화를 위한 집배 부하량 관리 시스템 개발, WTM 기반 집배 업무 부하 분석 연구, 한국 전자 통신 연구원 자료) 토대로 유추 해 보았을 때 각 항목은 ‘표준 시간’이 아닌 ‘정미 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현재 여유율은 사실상 예비 여유율과 휴게 시간이라고 봐야 한다. 이는 노동 강도와 작업환경 등이 사실상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집배 부하량 시스템은 노동자의 평균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100m를 10초 만에 달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15초 만에 달리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20초 정도로 다른 사람보다 훨씬 늦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를 평균을 내면 15초 정도가 된다. 10초 만에 달리는 사람의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15초와 20초 정도 걸리는 사람에게 100m를 15초 만에 와야 한다고 요구한다면 이 두 집단에게는 매우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집배 부하량에 따르면 집배 노동자는 아침에 출근 할 때와 동일한 체력이 하루 종일 유지되고 있어야 하며, 건물 별로 도보 이동의 변수와 민원인 대응 역시 동일해야 한다. 오토바이를 운전 할 때 신호 대기 역시 평균적이다. 그리고 날씨는 맑아야 하며, 바람은 적당히 선선하게 불어야 하며 온도 역시 적정해야 한다. 겨울철 도로는 결빙이 없어야 하며, 파손 역시 없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집배 부하량과 노동강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즉, 집배 부하량과 작업자의 노동강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이번 노동환경평가 시에 집배 부하량이 높다고 이야기 되는 곳과 낮다고 이야기 되는 곳의 노동 강도가 반비례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표준 시간 측정 시 노동자의 작업에 따른 노동 부하가 얼마나 되는지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다. 즉, 작업 환경 변수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작업 조건에 따른 여유시간이 제대로 산정되지 않는 결과다.

요약 하자면 표준 시간은 실 작업 시간만을 기준으로 만들었으며, 이 작업 시간마저도 옥외 및 옥내 작업 역시 비현실적이며, 평균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산정하였으며 예비 인력 여유 역시 비현실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결국 이러한 점이 현실에서는 현업의 노동 강도와 집배 부하량의 불일치로 나타나고 있으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개선 및 대책

집배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높은 노동밀도(강도) 그리고 감정 노동에 노출되어 있다. 이 요인들은 노동자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 무료 노동 금지, 장시간 노동 금지, 토요 택배 금지, 집배 부하량 폐지, 감정 노동에 대한 우정본부차원에서의 시스템 마련, 안전보건평가제 등 도입이 필요하다.

먼저, 인력 충원에는 몇 가지 고려를 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장시간 노동에 대한 고려다. 실제 노동시간 즉, 무료 노동시간과 점심 노동 시간 그리고 부족한 휴식 시간을 고려해서 적정 노동시간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부족한 인원을 충원해야 한다. 둘째, 높은 노동밀도에 대한 고려다. 노동밀도가 높다는 것은 작업 과정에서 사실상 공백이 없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 노동자가 업무로 인해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셋째로 근골격계 및 사고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우정사업본부에서 발생한 공상(산재) 및 교통사고, 근골격계 유병율 및 개인 치료 등을 3년간 통계를 확인하면 평균 부족인원이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가를 사용했을 때도 인원이 부족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집배 부하량은 폐기되어야 하며, 토요 택배 역시 중단해야 한다. 이는 노동밀도를 낮추고 장시간 노동을 없애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그리고 감정 노동을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고려할 때 도입할 가장 중요한 지점은 민원인과의 동등한 관계에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해야 하며, 민원인과 마찰이 생길 경우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법은 배제되어야 한다. 우정사업본부 조직이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업무상 정당한 경우 민원인과 마찰로 인한 불이익 금지 조항이 명확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정본부 내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운영할 시 그 제도가 노동자에게 안전보건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미리 파악하여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안전보건영향평가제도는 경영진의 우정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에 관한 인식 여부, 기존 법률을 준수하고 있는지, 위험성 평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연구 내용에 따른 권고안을 준수할 수 있는지 등을 토대로 만들어 질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통해 제도를 도입할지 수정할 지 아니면 철회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평가에는 당사자 즉, 새로운 제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노동자의 의견을 형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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