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호]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일터에서 온 편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8-03-27 19:02
조회
2060
게시글 썸네일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 차헌호


구미공단 최초의 비정규직 노동조합

구미는 도로 곳곳에 박정희 생가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박정희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수구보수 꼴통의 동네다.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동네 개도 당선이 된다. 부끄럽게도 노동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 구미는 공단으로 이뤄진 노동자 도시다. 구미공단은 4공단까지 있다. 4공단은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 만들었다. 외국인기업전용단지가 지정되고 외국기업유치를 통하여 아사히글라스와 도래이 등 9개 외투기업이 4공단에 들어왔다.
아사히글라스는 2005년에 구미공단에 입주한 일본기업이다. 텔레비전, 모니터, 휴대폰에 들어가는 유리를 만드는 기업이다. 아사히는 국내에 들어오면서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 5년간 국세 면제, 15년간 지방세 면제를 받으며 연평균매출 1조를 벌어들였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점심시간은 고작 20분이었고, 조금만 잘못하면 붉은 조끼를 입었다. 물량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권고사직이 이뤄졌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노동조합이다.
구미공단은 정규직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어났다. IMF 이후에 많은 공장이 문을 닫았고 길거리로 내몰린 정규직은 비정규직이 되었다. 비정규직의 일자리는 고용은 불안해졌고, 임금은 최저임금이 되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되었다.
2015. 5. 29.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구미공단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정규직 800명, 비정규직 300명이 일하는 공장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자 상공회의소, 구미시, 노동부, 경찰이 난리가 났다.

아사히글라스의 부당노동행위,
불법파견

2015. 6. 29. 아사히글라스는 노동조합을 깨기 위해서 무리수를 둔다. 설비 전기공사가 있다며 노동조합을 만든 하청업체 178명만 하루를 쉬게 했다. 쉬는 날 문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정문에는 일당 15만원짜리 용역 100명을 배치했다. 아사히 일본인 부장 가토 다케시는 “9천억 원이 있으니 노동조합을 깰 수 있다”며 큰소리 쳤다. 아사히는 과감하게 노조파괴를 시도했다.
노동부와 검찰은 노동조합에서 고소한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을 2년이 넘도록 사건을 처리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2년이 훌쩍 지나서야 부당노동행위 무혐의, 불법파견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노동부는 불법파견으로 “해고된 178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과태료 17억 8천만 원을 부과했다.
검찰은 부당노동행위, 불법파견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5천 페이지의 조사 증거자료가 있음에도 증거불충분이라며 불기소했다. 검찰은 친자본 반노동자적인 행태를 여실히 드러냈다. 검찰은 상대로 대구검찰청에서 6개월간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불기소 처리한 담당 검사를 직권남용권리방해죄로 고소했다.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며 6개월간 진행되었던 대구검찰청 농성을 마무리 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하루아침에 해고되어 세 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다. 아사히 공장으로 집중해서 싸움을 진행할 예정이다. 2월 21일부터 일본 원정 투쟁을 진행한다.
우리는 검찰의 불기소에도 흔들리지 않고 싸우고 있다. 노조파괴에 맞서 살아남았다. 2년 8개월의 투쟁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투쟁을 통해서 단단해졌고 강해졌다. 자신감이 생겼다. 단결의 힘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던 노동자가 아니다. 세 번째 겨울이 가고 곧 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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