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호]문재인정부의 노동정책 뜯어보기

[초점]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7-06-27 17:09
조회
2138
게시글 썸네일
적폐청산은 노조파괴세력 청산으로 부터!!

동료들이 워낙 착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하는 갑을오토텍 노동자 김종중은 직장폐쇄 8개월여만인 지난 4월 18일 자택에서 목을 매달아 자결했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갑을오토텍은 2014년부터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주도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자문한 노조파괴 전략에 따라 파업유도-직장폐쇄-경비용역투입-관리직 대체근무-공권력투입요청으로 이어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5년 특전사, 경찰 출신을 채용해 기업노조를 만든 후 지게차를 동원해 갑을오토텍 지회 조합원들을 위협하고, 갈고리, 칼 등의 흉기를 사용해 구타를 하는 등 노조 파괴를 시도하였는데, 그 폭력행위들이 회사의 계획된 행위로 밝혀져 당시의 대표이사 박효상은 징역10월을 복역했다.
이후 회사는 현대자동차 및 14개 협력업체들과의 공모로 대체생산을 위한 준비를 완료하고, 2016년 7월부터 직장폐쇄에 돌입하였다.
현재 갑을오토텍의 직장폐쇄는 10개월째 진행중이고, 2017년 5월 8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의 직장폐쇄 효력 정지 가처분 사건에서 “쟁의행위로 노사간의 힘의 균형이 깨지고 오히려 사용자 쪽이 현저히 불리한 압력을 받는 경우에는 직장페쇄를 인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의 신청을 기각했으며, 위 사건의 사측 변호를 담당하였던 박형철 변호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에 임명되었다.
한편, 지난 5월 22일 아산시장과 청남도지사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생활고를 지원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였고, 아산시는 1인 가구에 42만원, 2인 가구에 72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0일 출범한 새정부는 개혁적인 행정조치와 인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민 지지율은 80%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수구 세력들은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자본의 지배력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문제로 해결 될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을 뿐이다.
촛불 투쟁은 박근헤 정권을 끝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토대에서 노동권을 짓밟는 세력, 구체제의 산물인 보수 반동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야 말로 촛불 투쟁의 요구이다. 그렇지만 노조파괴세력들은 여전히 준동하고 있으며, 흙수저인 노동자를 지배하겠다는 태도는 그대로이다. 새 정부가 노조파괴세력을 응징해 주기를 기대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이 한발 더 앞서 나아가 반노동 적폐세력을 청산해 나가야 할 때이다.
노동회의소는 현실적 대안이 되는가?

노동조합이 아닌 미조직 노동자들의 집단적 이익을 대변할 구조로서 노동회의소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노동회의소 구상은 대기업과 중소영세사업장 및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 해소 및 특수고용노동자등 미조직노동자 보호 방안으로 종업원 대표제, 지역별 공정임금, 양극화 해소 및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얼핏 듣기에는 상시적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문제를 이렇게나마 해결할 필요가 있는 같기도 하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노동회의소가 설립되면 노조무력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비판적 입장인 반면 한국노총은 미조직 노동자를 보호할 현실적 대안이 된다며 환영의 입장을 표명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은 노동회의소가 새로운 관변귀족노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며 반대하고 있다.
위 주장들 중 관변귀족노조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억지 주장은 임금 노동자의 교섭권, 쟁의권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이므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겠지만, 한국노총이 나서서 노동회의소를 환영하며 노조가입률이 10%에 불과한 상황에서 미조직노동자들을 보호할 방안이라고 하고 있으므로 이점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노동회의소는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독일 일부지역에서 운영중이며, 모든 임금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 실업자도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법정노동단체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노동회의소를 설립하여 대한상공회의소와 초기업 단위에서 교섭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초기업단위에서 임금격차를 해소해 나가는 시도도 가능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기업의 납품단가 횡포,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자, 부당내부거래와 외주화 등 이루말하기 어려운 횡포가 용인되고, 밑으로 갈수록 고통을 떠안아야 하는 불평등 구조는 그대로 두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양보를 받아내면서 노동회의소가 임금격차를 해소해 나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구조이다.
민주노총도 노동회의소가 의무 가입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노조를 무력화 시킬 것이라는 터무니 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 아마도 노동회의소와 체제경쟁을 하게 된다면, 의무가입을 하는 노동회의소의 인원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대기업 중심의 민주노총은 더 이상 조합원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 것 같다.
현재의 노조 조직율은 장기간 지속되어온 노조탄압과 비정규직의 양산에 따른 고용불안정성에 의한 요인이 더 크기 때문에 산별교섭을 법제화하고, 중소영세규모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한 교섭과 산별협약 적용율을 확장하는 것만으로도 미조직 노동자의 노조 건설을 촉진할 수 있다.
즉, 노동회의소가 만들어지더라도 노동기본권이 보장되고, 산별교섭 법제화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노조 조직율은 급격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우려하는 바와 같은 노조 무력화의 염려는 안 해도 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노동회의소는 오스트리아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그 형식을 우리나라에 도입하고자 하는 것인데, 오스트리아는 전제노동자의 80%가 국영기업에서 근무하는 구조 속에서 운영되어 쉽게 안정화 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미조직 비정규직이 만연하고, 불안정고용이 난무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노동회의소는 노사, 노노간의 양보와 타협만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다음으로 노동회의소 도입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독일은 노조 조직율이 17.7%이지만 단체협약 적용율은 61.1%이고, 프랑스는 7.7.%의 노조 조직율임에도 92%의 노동자들이 단체협약을 적용받고 있으며, 오스트리아는 27.5%의 노조 조직율에도 99%의 노동자들이 단체협약을 적용받으면서도 노동회의소가 운영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10.2%의 노조조직율과 11%의 단체협약 적용율을 보이고 있다.
즉, 노조조직율이 반드시 단체협약 적용율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며, 단체협약 적용율이 높은 경우에는 노동회의소 때문에 단체협약 적용율이 높아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대기업 노조들도 조직화 작업과 치열한 투쟁과정이 있었고, 화물연대, 덤프트럭, 레미콘건설운송노조 등도 집단적 이익을 대변할 조직을 건설하였기 때문에 자본과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스스로의 이익을 대변하여 왔다. 노동자들의 집단적 단결체가 스스로의 집단적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산별협약이든, 단체협약 적용율의 확대이든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비규정직의 증가를 막는 것은 노동자 집단의 이익을 대변할 단결체를 우선 세움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집단적 이익을 대변할 단결체를 세우면 스스로의 투쟁으로 자신들의 노동권을 확대할 제도적, 법적 장치도 마련한다.
다시말하면, 노동회의소를 통해 상담 등 구조활동을 함으로써 미조직 노동자들을 부분적으로 보호하기는 하겠지만 노동자들 스스로의 이익을 대변할 집단적 단결체를 건설하지 않으면 그들 스스로 마련해 낼 제도적, 법적 보호장치도 없는 것이다.
진짜 노동개혁은 노동기본권을 억제하고 악화시키는 모든 법률을 폐지하고,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함으로써 노동자들 스스로의 집단적 이익을 대변할 단결체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장하는 것이다.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확대하면, 노동자들의 집단적, 사회적 지위를 높여 내면 사회적 불평등은 극복될 수 있다.

 

  • 김종하 노동건강사업단 위원장

전체 0

전체 348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여는 생각] [127호]50인(억)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하라 (26)
mklabor | 2024.01.18 | 추천 0 | 조회 2033
2024.01.18 0 2033
227
[만나고 싶었습니다] [117호] 해학과 풍자의 정신을 살리는 극단 '해풍'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1813
2021.07.08 0 1813
226
[상담실] [117호]산재 신청을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2154
2021.07.08 0 2154
225
[일터에서 온 편지] [117호]삼성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편지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1664
2021.07.08 0 1664
224
[초점] [117호]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1736
2021.07.08 0 1736
223
[현장을 찾아서] [117호]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의 싹을 피우기 위해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1659
2021.07.08 0 1659
222
[활동 글] [117호]미얀마 군부 정치세력이 민중을 짓밟는 무자비함에 분노하며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1649
2021.07.08 0 1649
221
[활동 글] [117호]건강한 노동을 위한 실천학교를 마치며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1902
2021.07.08 0 1902
220
[활동 글] [117호]긴 기다림끝에 산재 승인받은 근골격계질환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1655
2021.07.08 0 1655
219
[여는 생각] [117호]노동환경개선단을 제안한다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2555
2021.07.08 0 2555
218
[현장 보고] [116호]아픈 몸을 말하다 (26)
mklabor | 2021.04.02 | 추천 0 | 조회 2239
2021.04.02 0 2239
217
[건강하게 삽시다] [116호]암 환자의 한의 치료 (21)
mklabor | 2021.04.02 | 추천 0 | 조회 2177
2021.04.02 0 2177
216
[산재 판례] [116호]과실이 일부 있었더라도 교통사고로 인한 재해 업무상재해 (26)
mklabor | 2021.04.02 | 추천 0 | 조회 2224
2021.04.02 0 2224
215
[만나고 싶었습니다] [116호]산재없는 그날까지를 만드는 사람들 (26)
mklabor | 2021.04.02 | 추천 0 | 조회 2228
2021.04.02 0 2228
214
[상담실] [116호]산재 신청에도 빈부격차가 있다. (26)
mklabor | 2021.04.02 | 추천 0 | 조회 2298
2021.04.02 0 2298
213
[일터에서 온 편지] [116호]미얀마의 민주주의와 정의와 평화와 인권을 향해 (26)
mklabor | 2021.04.02 | 추천 0 | 조회 3243
2021.04.02 0 3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