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호]“빨리 가려면 혼자가라! 그렇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현장을 찾아서]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2-01-22 13:32
조회
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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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 한국지엠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  지회장


언제나 함께 해 주시는 동지들 반갑습니다.
한국지엠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 허원입니다.
저희들의 투쟁상황을 간략히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먼저 저희들의 투쟁을 항상 지지해 주시고, 연대해 주시고, 여러가지 모양으로 도와주시는 지역의 동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올립니다.
한국지엠창원부품물류센터 투쟁의 시작은 지난 2020년 2월이었습니다.
2020년 2월 6일 지엠자본은 일방적으로 창원부품물류센터 폐쇄를 통보하였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2월 10일 창원부품물류센터의 노동자들은 창원물류대응팀이라는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창원물류대응팀은 한국지엠정비부품지회 대의원과 한국지엠사무지회 조직3부장 그리고 비정규직노동자 대표를 구성원으로 하여 조직되었고, 이 단위의 결정사항들을 한국지엠지부, 각지회와 소통하면서 창원물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투쟁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고, 현장직과 사무직이 함께하는 투쟁이 한국지엠창원물류센터라는 작은 사업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창원물류센터의 구성원들 대부분은 이전에 한번도 투쟁을 해 본 경험이 없는 노동자들이었습니다. 투쟁의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새로웠으며 또한 어색했습니다.
처음 듣는 투쟁가와 어설픈 팔뚝질, 내 몸에 맞지 않는 것같은 금속노조의 조끼와 빨간머리띠... 약식집회때 발언순서가 예정되어지면 모두가 다른 누군가에게 미루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삐걱거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모든 구성원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그렇게 힘찬 투쟁을 전개해 왔습니다.
창원부품물류 폐쇄철회 투쟁 가운데 한국지엠정비부품지회 윤영섭정책실장은 48일간의 고공농성을 진행하였으며, 창원물류에서 함께 근무해 온 황대금대의원은 삭발투쟁과 목숨을 담보한 24일간의 단식투쟁으로 결의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강고한 투쟁 가운데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있지 못했던 창원부품물류센터의 비정규직노동자들도 마침내 2020년 8월 24일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를 설립하고, 더욱 더 힘찬 투쟁을 전개해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모든 주체들의 최선을 다한 투쟁이 있었지만, 지엠자본에 의해 지난 3월 31일로 창원부품물류센터는 폐쇄되고 말았습니다.
지엠의 정규직이었던 현장직과 사무직 동지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치전환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폐쇄 후 9개월이 지난 얼마전 정규직동지들의 배치전환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이 한국지엠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만이 창원공장 철농장을 지키며 투쟁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지엠창원부품물류 폐쇄철회 투쟁은 작은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한국지엠의 창원물류센터 폐쇄 이유는 효율성이었습니다.
창원물류센터를 폐쇄하고, 그 업무를 세종물류센터로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자본의 논리였습니다.
그렇지만 창원물류센터는 글로벌지엠의 어느 공장과 비교하여도 우수한 효율성을 자랑하던 공장이었습니다. 지엠자본의 글로벌 공장평가에서 다른 공장이 한번도 기록한 적 없는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곳이 창원물류센터입니다. 생산성과 품질 역시 지엠의 어느 공장보다 높았으며, 수익면에서도 막대한 흑자가 발생되어지는 사업장이었습니다.
자본이 숨기고 있는 창원물류폐쇄의 진짜 이유는 물류의 외주화와 먹튀를 위한 사전작업인 것이 분명한 상황입니다.
지엠자본이 말했던 물류의 효율화 역시 거짓이었음이 증명되어지고 있습니다.
창원물류가 폐쇄되어지고, 그 업무를 이관받은 세종물류는 아직까지도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적정한 인원이 배치되었고,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이 8개월이나 넘게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창원과 세종에서 한번도 신청해 본 적 없던 특별연장근로제도를 신청하여 악용하면서 근근히 물량을 소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적시에 부품이 배송되어지지 못하는 이 배송지연의 문제는 한국지엠의 차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편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2020년 2월 물류폐쇄철회 투쟁을 시작하면서 한국지엠 지부, 지회 그리고 비정규직동지들이 모두 모여 결의를 다짐하는 자리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비정규직을 대표하여 제가 발언 중에 인용한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라! 그렇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이 속담처럼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더라도 모두 함께 투쟁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이렇게 발언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희들은 그렇게 모두 함께 투쟁해 왔습니다.
650여일이 넘는 투쟁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했고, 현장직과 사무직이 함께 싸웠습니다. 그렇게 함께 했기에 지금까지 지치지 아니하고 투쟁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했던 정규직동지들은 비록 전환배치를 받아 공장으로 돌아갔지만, 지금도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들의 투쟁에 함께 결합하고 응원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민주노총 경남본부 동지들의 변함없는 지지와 연대가 저희들과 함께하고 있기에 더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저희들의 투쟁에 작은 마침표를 하나 찍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마침표를 향하여 더 단단한 투쟁을 시작합니다.
비록 창원부품물류 폐쇄는 저지하지 못했지만, 20년 넘게 일해 온 비정규직의 고용보장과 불법파견에 대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투쟁을 이제 다시 시작합니다.
이 투쟁의 마지막, 다시 한번 마침표를 찍는 그날에는 저희들의 요구를 반드시 이루어 내도록 최선을 다하여 투쟁해 나아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연대해 주셨듯이 지역의 동지들이 함께 해 주신다면 반드시 승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우리에게 찾아올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음도 잘 압니다.
그렇게 우리의 투쟁은 너무나 정당하기에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옳음을 우리의 투쟁으로 반드시 증명해 내겠습니다.
승리의 그날까지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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