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호]대우자동차를 포함한 한국지엠 역사상 최대의 징계 남발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1-01-12 13:34
조회
1900

안규백 한국지엠지부 부평공장 대의원
현장조직 민추위 의장


 

지난  8월 26일과 27일 양일간 벌어 졌던 조립2부의 일방적 짭 증산 저지투쟁의 결과로 조립2부 대의원 10명과 상집간부 23명은 ‘기물파손 및 사내폭행으로 인한 규율질서 문란’이라는 내용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었고, 아울러 ‘업무방해 및 기물파손’ 혐의로 부평 경찰서에 고발 조치되었습니다. 이에 9월 25일에 개최되었던 1차 인사위원회의 결과 해고, 정직, 감봉, 견책 등의 말도 안 되는 징계 결정 사항들이 10월 6일 개별적으로 통보되었습니다. 이는 2020년 임금과 단체협약을 논의하는 도중에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회사의 일방적인 폭거입니다. 회사가 노동조합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들이 2020년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회사의 일방적 독주를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제 노동조합의 존폐의 문제로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측의 징계남발은 다름 아닌 두려움의 발악이기도 합니다. 징계로서 이 투쟁의지와 흐름들을 잠재우고 다시는 그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게 해서 자신들의 입맛대로 멋대로 공장을 운영해보겠다는 또 다른 의지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저들의 징계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곧 그것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기에 징계의 당사자들인 대의원들은 오히려 당당히 현장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관련 사실들을 알려내고 현장을 다시 조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징계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조합원들을 향한 애정과 자랑스러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사측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노동조합이나 대의원들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번 투쟁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측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조합원들의 힘이었습니다. 조합원들이 스스로의 힘을 자각하고 행동할 때 그것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을 가장 두려워 한 것이었습니다. 이미 몇몇 보수언론을 통해 기사화  되었듯이 당일의 투쟁은 노동조합 상집들과 대의원들만의 투쟁이 아니었습니다. 일방적 짭 증산 강행에 항의하는 투쟁으로 최초 라인을 끊었던 것은 대의원이었지만 2시간 이후 시점부터 이틀 동안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없었던 힘은 전적으로 자발적으로 조퇴와 연월차를 사용하는 것으로 힘을 보태 준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새로운 투쟁을 고민하고 시도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혹자는 최근 벌어진 부평공장 조립2부의 투쟁이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는 2020년 투쟁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노동조합의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노동조합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였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지엠의 부평 1공장과 2공장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이, 생산직과 사무직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이 아닌 ‘경쟁’을 선택한다면 한국지엠의 미래는 있을 수 없습니다. 사측은 끊임없는 ‘경쟁’을 요구하지만 우리는 이에 흔들림 없는 ‘단결’로 맞서야 합니다. 내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 하는 순간 우리 모두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함께 살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함께 싸울 수 있을 때 오히려 우리의 전망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인사위원회 재심 정회? 단체협약을 위반하면서까지 무리(?)하는 이유는?
지난 10월 30일에 있었던 해당 건의 징계 재심을 위한 인사위원회는 당사자들이 참석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회사의 일방적인 짭 증산의 문제점과 이에 따른 무분별한 징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함으로 이후 진행되게 될 법적 투쟁을 위한 포석의 의미를 뒀습니다.
회사는 이에 ‘중앙인사위원회(재심) 관련 안내(20.11.12)’라는 공문을 개인적으로 발송해 재심과정에서 사실과 다름을 주장했다며, ‘회부인들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정회 후 수사기관의 조사결과를 확인하고자 합니다.’라는 한국지엠 노조 역사 상 지금  껏 단 한 번도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을 또 한 번 벌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김&장, 광장, 태평양 등 대한민국의 내노라하는 대형로펌을 통해 법리적 자문을 받고 있는 회사가 도대체 왜 인사위원회의 주요근거인 단체협약까지 깡그리 무시하면서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느냐입니다. 결국 이는 현장과 조합원들의 단결된 힘에 놀란  회사의 헛발질임을 저희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후 진행되게 될 경찰 조사 과정도 현장과 조합원들을 믿고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임할 계획입니다.

지나온 길을 차분히 복기하며 또 다른 투쟁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을 것.
비록 이번 투쟁을 통해 어쩌면 33명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동지들이 징계나 법적 처벌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성과는 섣불리 단정 짓고 싶지 않습니다. 솔직히 요즘 한국지엠 현장의 다수 활동가들의 주축인 세대는 선배 세대들과는 적어도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같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투쟁의 경험이 향후 벌어지게 될 투쟁에 있어 소중한 자산이자 밑거름이 되어 또 다른 활동으로 번지고 발전되어 나가길 바라면서 더 나아가 공장 안 우리만이 아니라 공장 담벼락을 과감히 뛰어 넘는 ‘우리’가 되는 작은 시작점이 되길 바라며 부족한 글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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