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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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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노동자를 위한 산재보험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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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위한 산재보험이 아니다
- 2011년3월 부산/울산/경남 지역 노동자 7,527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한 산재보험개혁 전략 -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악 이후 노동현장의 재해보상실태
2008. 7.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전면개악되면서 업무상 질병은 ‘산재가 안되는 것’으로 각인되었고, 작업중 사고도 ‘공상처리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법 개악의 효과가 순식간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사업주는 대부분의 근골격계 질환이나 뇌심혈관계 질환에 대하여 “산재신청이나 해봐라”며 지치고 병든 노동자에 대하여 조소를 보내기 시작했다.
산재 노동자들이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보험료나 갉아 먹는다며 도덕적 해이 정도가 심각하다며 공격해오던 자본가들은 산재법이 개악된 이후부터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산재처리 해봤자 너희들만 손해이니 알아서 하라”고 하며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사업주들은 이제 노동강도 강화로 나타난 질병이나 장기간 누적된 골병이 산재법에서 보호하는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는 기준에 만족하고 있으며, 사고를 당한 경우조차 공상처리를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노동현장에서 1년동안 실제 발생하는 사고와 질병은 30만건 정도로 추정되고 있지만 20만건 이상은 업무외 질병으로 처리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 20% 정도는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아픈 것을 참아가며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사업주들은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이 산재신청을 하는 것조차 방해하고 있으며, 치료종결 이후에는 퇴직을 강요하는등 그 행패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산재법이 개악되고 불과 1년만에 2009년에 적자이던 근로복지공단의 재정은 1조2천억의 흑자를 달성하였고, 그만큼 산재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속출하여, 2008년까지 업무상 질병 산재불승인율은 55%였으나, 2010년의 불승인율은 64%로 크게 증가하였다.
2. 노동자를 위한 산재보험이 아니다.
산재보험의 의의는 노동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 재해예방 기타 노동자의 복지증진 사업을 행함으로서 생활안정을 보장하고, 사업주에게는 기업안정을, 국가는 경제발전을 가져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명분만 가진 산재법은 그 명분과는 정반대로 노동자를 위한 산재보험이 아니다.
산재보험이 사업주를 보호하는 것으로 본색을 드러낸 후 노동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산재법에 대한 조사결과를 살펴보자.
부산/울산/경남 노동자 건강권 대책위는 2011년3월에 부산/울산/경남 지역 노동자 7,527명을 대상으로 산재보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는데, 현행 산재보험법이 노동자를 위해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이 72%였다. 그리고 응답자 중 74.7%가 산재불승인이 심하다고 답변했으며 산재불승인이 많이 나는 이유로 업무상질병에 대한 인정기준이 까다로워서라는 응답이 73.9%였다. 2009년 근로복지공단이 1조 2천억이라는 흑자를 낸 것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92%는 산재보험이 산재노동자를 위해 운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산재보험이 노동자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가? 산재보험이 노동자를 위해 운영되지 않는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불승인이 많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근로복지공단 평가점수는?
3. 노동자의 요구는 노동자를 위한 산재보험이다.
산재보험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노동자의 요구는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하다. 노동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 재해예방 기타 노동자의 복지증진 사업을 행함으로서 생활안정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행 산재보험법은 재해 노동자를 산업폐기물로 여길 뿐만아니라 건강한 노동자들이 무한정 노출되어 있는 노동현장의 위험에 방치되어 있는 것을 그대로 수용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노동현장에서 잃어버린 건강을 국민건강보험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 것으로 왜곡시키고 있으며, 고용불안을 악용하여 노동자 개인이 자신의 고통을 참고 견디도록 요구하고 있다.
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산재보험과 근로복지공단 개혁방향으로 “산재불승인을 해결하기 위해 산재승인과 관계없이 우선 치료비와 휴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51%)”,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독립된 기구에서 산재승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45.9%)”는 제시를 하였고, 산재노동자가 산재치료 기간 동안 제대로 치료를 받으려면 “주치의 소견과 산재환자의 의견을 존중해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비급여 항목을 없애서 추가비용 부담이 없도록 해야 한다(76.5%)”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강제치료종결이 부당하므로 “주치의 소견과 산재환자의 의견을 존중해서 일을 할 수 있는지 여부와 통증 정도를 충분히 고려해서 종결해야 한다(78.6%)”는 요구를 하였다.
이러한 요구가 지나치다고 보는 사람은 사업주 뿐이다. 노동현장에서 재해를 당한 것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이 책임져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산재보험의 폐쇄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이고 있을 뿐이다.
근로복지공단이 가장 크게 내세우는 반론중에는 재정부족과 노동자들의 허위신고가 있다. 그렇지만 재정부족을 이유로 국민건강보험에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사업주들의 이익을 반영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노동자들의 허위신고는 빙산의 일각이지만 사업주의 허위신고는 태산을 이루고 있다. 사용자의 허위신고가 많을 수 있는 것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업무상 질병임을 입증하도록 정한 산재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노동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산재 인정기준과 평가기관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노동자들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4. 산재보험 개혁을 위한 전략
오랫동안 우리나라는 노동자들이 손가락이 잘려도, 재해를 당하여 죽어 나가도 제대로된 보상을 받지 못하였다. 지속적인 노동자들의 투쟁은 최소한의 보장이나마 되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조금씩 그 권리를 확대시켜 왔다.
그러다 고용불안이 이 사회의 중심에 들어서면서부터 또다시 노동자들의 건강손상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더구나 비정규직은 노동안전보건의 영역에서 거의 무방비 상태에 있다고 할 것이다. 원인은 노동현장에서 과중하고 위험한 노동을 한 결과로서 건강을 잃게 된 것이지만 이제 노동현장은 건강하지 못한 노동자를 배척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반면에 엄격한 기준을 정한 산재법은 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만을 함으로써 노동자의 건강손상에 대한 모든 댓가를 치룬 것으로 인정하게 되었고, 사업주는 면죄부를 받게 되었다.
이제 노동자들은 자신의 신체적 손상에 대해 어디에도 하소연 할 곳이 없으며, 그 결과 노동력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하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구조속에서는 노동자가 이 사회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한 인격체로서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 그 결과는 오직 자본에게 이익이 될 뿐이다.
모든 노동자들의 사고와 질병은 당연히 산재보험을 적용함으로서 산재은폐를 차단하고,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동안 사업주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한다. 더 나아가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을 통합운영하여 보편적 복지로서의 건강권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업주의 처벌요건을 확대하여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건강손상을 당한 것에 대한 책임을 명백히 함으로써 산업안전을 위한 비용을 확대하고, 노동자의 건강권이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산재보험이 사업주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건강이 유린되도록 둘 수 없으며, 고용불안으로 말미암아 노동자 스스로도 훼손된 건강을 숨겨야 하는 불행한 처지를 지속시킬 수 없다.
이제는 그동안 투쟁해왔던 건강손상에 대한 보상을 중심으로 한 기초권리 확보를 넘어서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이미 보상체계가 완성되어 있고, 현실적으로는 최소보장이 구축되어 있어서 인격체로서의 노동자 건강권을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지 않고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따라서 그 첫 걸음으로 우리는 최소보상중심의 현실화 된 제도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와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그 부당성을 최대한 폭로해내는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노동자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는 노동현장의 현실을 드러내고, 사업주를 엄격히 처벌하도록 강제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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