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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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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 비정규직 투쟁에 뒤돌아볼 시간도 있단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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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엠대우 비정규직 지회를 찾아서
1. 밝았다.
대우차 비정규직지회 전면파업 16일차였다. 조합 사무실 한 켠 의자에 앉아서 지회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맞이했다. “손가락이 아직도 잘 안 구부려져요” “일하다가 다쳤어요?” “아니요, 지난번에 걔네들 때매요” “예?” “아~ 용역애들요. 하하” 보건소에 노동자가 오면 그/녀가 아픈 원인이 직업력과 연관되진 않는지부터 습관적으로 살피게 되는 버릇에 했던 질문인데, 파업 투쟁하는 노동자에게는 침탈하려는 용역들과의 부딛힘도 생각해야겠구나 싶었다. “저는 목이 부었어요”, “발에 무좀이 심한데, 그것도 됩니꺼”, “아랫배가 사르르 아파요”, “해마질 한번 심하게 한 뒤로 손모가지가 한 번씩 아파요” 이것저것 자기를 설명하는 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내 얼굴 근육이 굳을 정도로 난 웃으려는 노력을 해야 엇비슷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밝았고. 처음 만난 비정규직 동지들은 생각보다 어렸다.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경험밖에 가지지 못한 나였으니 지회동지들의 젋음도 새로웠다.
2. 떠나라 라일리~
원래 ‘현장을 찾아서’ 란을 쓰기로 했다. 그러려면 지회동지들이랑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어야했다. 근데, 들고 온 약들을 나눠주고 나와 보니, 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금은 투쟁가 배우기 시간이었고, 지역에서 노래하는 동지들이 와서 함께하고 있었다.
허걱! 포장마차 악보가 있다. 5공화국이 나오고 전/노 대통령이 나오는 오래된 노래였다. 그래도 명곡은 시대를 초월해서 지회동지들의 공감대를 만들 수 있어 보였다. 해서 우리는 가사를 2005년에 맞게 조금 바꾸었다. “깡소주에 문어발 생맥주 노가리 불법파견 오리발 떠나라 라일리 ♬”. 닉 라일리는 지엠대우 사장 이름이었다.
3. 정규직은 비정규직이 필요하다. 비정규직도 정규직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이유에서
창원공장 내에는 7가지의 고용형태가 있다. 정규직, 1년계약직, 6개월/3개월 계약직, 직업 훈련생, 고등학교 실습생, 외국인 연수생 등이 그것이다. 회사에서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교육을 하고 있듯이 이 고용형태는 결국 고용안정을 위한 피라미드식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통하여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거짓이다. 정규직은 언제까지 정규직이 아니다. 구조조정을 통한 정규직의 정리해고는 그들이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로 현장에서 일하게끔 한다. 이미 여느 사업장에서의 경험이다. 창원지부 역시 이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정규직은 비정규직이 자신들의 고용을 유지하는 방패가 될 것이란 오해를 풀지 못하고 있다.
한때 비정규직 지회는 600조합원 조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직력이 급격하게 약화된 상황이다. 농성장을 지키는 인원은 어림잡아도 고작 30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들은 계약해지 이후에 공장 출입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비정규직 지회 노동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투쟁을 이끌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정규노조의 지원은 당연히 함께 되어야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정규직의 연대는 필요하다.
4. 비정규직 투쟁에 뒤돌아볼 시간도 있단 말인가
지난 9월 30일 지엠대우 창원지부 집행부의 신임투표에서 불신임이 결정되었다. 사실상 이번 투표는 비정규직 투쟁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하기에 창원지부의 비정규직 투쟁은 새로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현재는 노조비대위 체계에 있다. 정규직 내에서 비정규직 투쟁의 속도감에 대한 이견이 있었고, 그것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잘 준비된 정규직 노조의 투쟁도 아니다. 잘 조직되고 투쟁에 단련된 조합원들의 싸움도 아니다. 물러날 곳이 있지 않은데, 정규직 사이에서는 속도감 논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불평 한마디에 계약해지 위협하고, 노동자로 불리고 싶은 바램이 폐업신고로 화답하는 상황이다. 지금 대우차 비정규직 지회는 앞뒤재고 뒤돌아볼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회사 내에는 용역들이 자리 잡고 있고 틈만 나면 비정규직 지회를 침탈할 태세다. 정규직 노조가 조기 선거등을 통한 조직 정비를 생각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비정규직 지회 동지들은 회사 출입이 금지 된 채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최남선 동지, 그리고 끝내 죽음을 맞이한 류기혁 열사의 비정규직 철폐 외침은 지금 창원 대우자동차에서도 예외는 없다. 뒤돌아볼 시간이 없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지회의 투쟁이 15일을 훌쩍 넘기며 그 끝을 쉽게 예상할 수 없다. 오늘은 밖에 나가서 소주한잔 꼭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지회 동지의 작은 바램이 빠른 시간 안에 현실이 되었으면 한다. 매주 금요일 산추련 동지들과 함께 대우비정규직 지회를 방문하기로 했다. 다음 금요일에는 공장 밖 음식점에서 지회 동지들을 봤으면 한다. 투쟁이 승리해서 출입이 자유로워진 지회 동지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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