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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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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동남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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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8월 중순 산추련 사무실에서 동남지회 동지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지역에 있는 웬만한 조합은 다들 알고 있을 법도 하지만 동남지회라는 이름은 아마 생소할 것이다.
캐리어 사내하청투쟁, 한통비정규직투쟁, 현대자동차 사내하청투쟁, 작년과 올해 초 전국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근로복지공단의 이용석 열사, 현대 중공업 박일수 열사투쟁 등등 수많은 비정규직 투쟁에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갔던 지역의 동지들이라면 적어도 한번 정도는 지역에서의 비정규직투쟁을 머릿속에 그려봤을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 이야기가 빠지면 대화가 안된다는 요즘 노동자 대회 같은데서 다른 지역 동지들과 술자리라도 할라치면 각 지역의 비정규직투쟁 사례에 말 한마디 못하고 술만 잔득 먹은 동지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지들 우리 지역에도 비정규직 사내하청노조가 있고 투쟁도 진행되고 있다.
“뭐시라 우리지역에도 비정규직 사내하청노조가 있다고?”
조합원 동지들을 위해 친절하게 설명 들어가겠다. 이쯤 되면 대충 눈치를 챘을 텐데 동남지회는 동명중공업 사내하청지회다.
“지금 물량이 반으로 줄었어요 동명원청이 이 사태를 예상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있다가 다른 업체에 물량을 많이 빼앗긴거죠 자기네들이 잘못해서 그런 것을 우리에게 완전히 덮어씌우는 겁니다..”
동명중공업에서 물량이 줄어들자 1차로 취했던 조치가 20명의 아르바이트 전원해고, 그 다음이 2차에 걸친 비정규직 노동자 28명의 해고통지였다. 노동유연화를 위해 비정규직을 대거 양산했다는 소리는 들었으나 그것이 본인에게 적용되다니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이에 동남지회 동지들은 우왕좌왕하지 않고 바로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불과 며칠사이에 해고를 번복했다. 그것도 비대위 임시총회가 끝나기가 무섭게 말이다. 이것에 만족하지 않고 노동조합을 결성해서 적어도 고용안정을 이뤄보자며 6월 17일 총회를 거쳐서 18일 보고대회를 가지면서 동남지회가 탄생했다.
현재(8월 16일)까지는 노조인정, 전임자인정, 사무실, 비품, 노조활동보장을 중심으로 4차에 걸친 특별교섭이 진행되었지만 사장이라는 놈은 지는 원청 지시를 받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발뺌하기도 하고 아예 사업을 포기하겠다며 공갈, 협박을 일삼으며 대화에 응하지 않고 지금까지 흘러왔다.
“열 받아서 조합 만들었군...”
그렇다 열 받아서 만들었다 노동자 계급의식이라는게 뭐 별거있던가? 잘 참고 견디다가 어느 순간에 ‘내가 노예 였구나’ 라고 느끼고 노예의 사슬을 끊고자 행동하는 것 아니던가?
물론 자본이 그 빌미를 제공해야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말이다.
단지 열 받아서 홧김에 만들었던 어쨋던 동남지회 동지들이 일사분란한 맛이 있는 것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것이 폭발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동명은 새로운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가지고 회사에 대해서 조금 알면 아~~동남이 있구나 일용직이 있구나 하고 알게되면 바로 눈깔아 버려요.. 인격적인 대우란게 없어요..화장실하나 가는 것도 눈치봐야 하고....”
“두명이 잠시 밖에서 담배 피우고 있으면 차장이 반장한테 뭐라고 하면 다시 우리한테 뭐라고 하고 욕 듣고 많이 일을 해요..”
동남은 처음 도장파트를 하도급 받아서 직원을 모집했다. 그러다가 직영들이 회피하는 작업에 동남이라는 이름을 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싸고 말 잘듣는 비정규직에 맛을 들인 동명중공업은 무려 5개나 되는 파트에 불법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파견하기에 이른다. 회사는 동남인데 작업지시나 일상적인 노무관리는 원청 직반장들이 한다. 굳이 노동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알 수 있는 불법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되었던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접이나 제대로 받았겠는가. 쉬는 시간에 담배 피우는 것도 눈치보고 커피한잔 마시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는 실정이다. 같은 일을 하는데 직영의 절반가량의 임금을 받고 그것도 모자라서 작업강도는 더 힘들기만 하다. 불만 있으면 이야기 하라고 해서 말했더니 그 자리에서 말을 잘라 버리질 않나, 일하다 다쳐도 산재처리는 꿈도 못 꾸고 며칠 쉬면 어찌될까봐 직영들에게서 파스 몇 개 얻어 덕지덕지 붙여서 꾹 참고 일하는 수밖에 없었다.
동지들 87년 노동자 투쟁 이전의 동지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지 않는가?
노동자 임금은 올랐지만 그만큼 물가도 올랐고 정규직도 한달 벌어 한달 살기가 빠듯하고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 세상이긴 하지만 2004년에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87년 이전의 생활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불쌍하니까 동지들 임금 조금씩 떼어서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동일노동에 더 많이 받는다고 미워하는 것도 아니다.
동남지회 동지들이 처음 조합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금속노조, 지부, 동명지회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었고 일정부분 의지했었다. 교섭이 진행되고 결렬되기를 반복하면서 지회 간부들 대부분의 생각은 스스로가 바로 일어서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동남지회 동지들이 현재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고용안정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해고통지가 실시된다는 것은 현재 사측은 물량감소로 인한 손실을 인력의 감소로 막으려 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결국은 원청 조합원들도 같이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원청의 교섭결과를 보고 동남의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과연 원청인 동명지회가 이것을 동일한 문제로 보고 함께 풀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동명지회와 별도로 투쟁을 진행하자니 그것도 걱정이다. 이는 쪽수가 얼마며 결의가 얼마나 세워져 있는지의 문제가 아니다.
동남지회 동지들은 자본과의 싸움 속에서 원청, 하청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단지 하청노조만의 고민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한쪽만의 고민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솔직히 동지들 가슴에 손을 놓고 이야기 해보자 하청노조동지들의 파업에 연대파업을 조직할 여력이 있는가? 조합원들 설득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본이 만든 제 2의 계급이다. 조합원들의 인식이 자본의 치밀한 의도대로 흘러왔던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일순간에 조합원의 인식을 바꾸려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조합원들을 만나보자. 토론회건 유인물이건 체육대회건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시도해보자.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조급해 하지 말고 지속적인 사업으로 정착시키자.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비정규직 철폐에 앞장서자는 이야기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비정규직 동지들 역시도 상급단체의 동지들과의 갈등을 너무 실망스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관념 속에서 머물던 비정규직 철폐라는 구호를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 얼마되지 않았다. 이제 머릿속과 실제 행동이 충돌을 일으키기 시작했을 뿐이다. 거침없는 투쟁으로 관념 속의 비정규직 철폐를 완전히 날려버리자. 머리와 몸뚱이를 하나로 만드는 것은 오직 동지들의 몫이다.
동지들 노동자 대회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해진 것 같다.
단지 자랑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내 현장에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고민정도는 공유하고 술한 잔 걸치자. 마지막으로 인터뷰 도중에 나왔던 너무도 당연한지만 가슴 찡한 한마디를 옮긴다.
“같은 일하고 같은 밥 먹는데 누구는 직영이고 누구는 하청입니다. 그도 모자라서 내 노동력을 팔아서 당연한 댓가를 받는 것인데도 왜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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