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산추련 |
|
 |
|
[54호] 숫자가 아닌 동지애가 우리의 무기죠 -서울쇼트 |
|
공단길을 따라 안민동쪽으로 가면 보기에도 위험하게 길가에 천막 한 동이 덩그러니 서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올 해 봄부터 천막을 봤는데 지금도 가끔 그 곳을 지나면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뭐가 잘 안 풀리고 있나?’ 생각은 해보면서도 막상 가던 길을 멈추고 들여다보지는 않았던 천막 속 주인공들이 이번 호에서 만난 서울 쇼트 동지들이다.
올해로 열여섯 번째를 맞이하는 들불대동제 기간 중 투쟁 영상이 상영되는 중앙동의 한 주점에서 쇼트 동지들을 볼 수가 있었다. 마침 쇼트 동지들의 투쟁을 담은 영상도 상영되고 있었다.
작년 7월 쇼트 동지들은 마창지역금속지회에 가입했다. 근속 년수가 10년 이상인 사람들은 조합을 만들기 전부터 해마다 임금인상 시기가 되면 2, 3일씩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사장과의 신경전을 벌였던 경험을 했었다. 대다수의 중소기업 사장들이 그렇듯이 독단적이고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도 천박하다. 그러한 사장의 횡포에 제동을 걸고 견제할 생각으로 현장직 11명 전원이 조합가입원서에 서명을 했다.
노동조합 설립은 회사와의 지리한 싸움을 시작하게 되는 신호탄이었다.
노동조합 인정과 활동보장 등을 주요 골자로 한 단체협상이 시작되었고 회사는 마지못해 테이블에 나와서는 그냥 돌아가 버리는 등 조합을 무시했다. 그러던 중 사측의 온갖 회유와 협박으로 조합원 5명이 탈퇴를 해버렸다. 조합은 쟁의행위를 가결시키면서 즉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사측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야간근무시 잠을 잤던 것과 출근투쟁을 이유로 조합원 5명을 징계하면서 탄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올 해 봄 조합원 2명이 퇴사를 하면서 남은 조합원은 3명이었다. 그 후로 천막농성에 돌입하면서 파업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파업을 끝내고 현장으로 복귀해서 퇴근 후 한명씩 돌아가면서 천막을 지키고 아침에 출근 선전전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58차 교섭이 진행되었지만 회사는 여전히 조합인정을 하지 않고 어디 해볼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버티고만 있다. 천막농성이 250일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아직 지치고 않고
계속 투쟁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여기서 패배하면 그냥 옛날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반드시 이겨야죠” 라고 씩 웃으며 이야기한다.
회사는 동지들이 지쳐 그만두게 할 생각으로 1년 넘게 무시하고 탄압했지만, 그들에겐 참 아쉽게도 3명의 동지들에게는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를 위해 결의를 세우는 등 동지애를 더욱 돈독하게 만든 계기가 되어버렸다.
“처음 노조를 만들고 조합원이 11명일 때 불법으로라도 1주일만 파업을 유지했더라면 이렇게 기나긴 싸움은 하지 않았을 텐데,,,,”,“아무리 길고 긴 싸움이지만 스스로 나태해지는 것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이제 조합원 3명 남았습니다. 세 명이 받치는 받침대는 잘 쓰러지지 않지만 하나가 빠지고 두개가 기대고 있다면 살짝만 건드려도 쓰러지기 십상입니다. 우리는 그걸 알고 있는 거죠” 이런저런 아쉬움을 동지가 부어주는 술한잔에 날려버린다. 그리고는 내일부터는 반드시 이기기 위한 싸움을 준비하겠다고 잔뜩 결의를 내세운다. 장기간의 싸움에 지쳐있을 법도 한데 생기 있게 주위동지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니 사측이 잘못짚어도 한참 잘못짚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상이 끝나고 쇼트동지들이 무대에 올랐다. 야간, 특근을 모두 시키지 않는 바람에 한달 겨우 100만원 남짓 되는 돈을 받아가고 삼일에 한번씩은 천막을 지키느라 집에도 못 들어가는 고생을 하지만 금속노조가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끝까지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고 했다.
홀을 가득 메운 대기업 금속노동자들 사이사이로 노동운동에 잔뼈가 굵다는 선배들이 많이 보였다. 열심히 하라며 박수를 치는 그들이야말로 금속노조가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각오로 싸운다면 노동운동진영이 지금처럼 판판히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가진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