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산추련 |
|
 |
|
[57호]하이텍 노동자, 감시와 차별의 벽을 넘어 노동자 건강 쟁취 투쟁으로... |
|
"2054년 워싱턴,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은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든든한 존재이다. 프리크라임 시스템은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미리 예측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프리크라임 특수경찰이 미래의 범죄자들을 체포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조만간 현실이 될 것 같다.
지난 7월 영국에서 발생한 지하철 폭탄테러의 최대의 공은 "명탐정 CCTV"에게 돌아갔다. 영국에서는 이미 420만대의 "명탐정 CCTV"가 활약 중이다. CCTV에 녹화된 화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거동이 수상한 사람(한 곳에 오랫동안 서있는 사람이나 동일한 지점 사이를 반복해서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 포착될 경우 경보음을 울리는 시스템을 시험중이라고 한다.(사람이 사람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다. 기계가 사람을 감시하는 것이다.!!!) 앞으로 혹시 영국에서 지하철이 탈일이 있을 때는 들어오는 열차가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을 가는 기차인지 고민해서는 안된다. CCTV의 집중 표적이 된다.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예비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현장에 설치된 CCTV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예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작업 중에 옆자리 동료와 얘기하는 것은 불법파업을 모의하기 위해 작당하는 쟁의행위이고, 작업 중에 화장실을 가는 것은 작업 능률을 저하시키기 위한 태업행위이다. 디지털 선두주자 대한민국에서 생산한 성능좋은 마이크를 통해 동료들 사이에 하는 얘기들이 녹음되고, 심지어 화장실에서 똥오줌이 변기에 떨어지는 소리까지 감지해 낼 수 있다.
이런 현장에서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시키는 데로 군말없이 묵묵히 일하는 것" 이외에는 없다. 바로 "이런 현실"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하이텍 알씨디 코리아!!!
덕분에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하이텍 노동자들이 자본의 감시와 차별에 맞서 싸우다 얻은 정신질환을 근로복지공단이 "쟁의행위 기간 동안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직업병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어떻게 자본의 감시와 차별 행위가 쟁의행위기간에만 있었다고 할 수 있을까? 2년전 역시나 자본의 감시와 차별에 맞서 싸우다 정신질환을 얻은 청구성심병원 노동자들과 하이텍 노동자들의 차이가 도대체 뭘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 찰나 이사장 방용석이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을테니 잘 정리해서 설명해 줘라"는 지시를 내렸단다. 친절한 사람이라고 칭찬해 줘야 할까? 아니다. 뭔가 냄새가 난다. 구린내가 진동을 한다. 하이텍 노동자들이 산재요양 신청서를 접수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이미 방용석의 머리 속에는 대략의 각본이 짜여져 있었을 것 같다.
사실 그 각본의 원판은 작년부터 쭈욱 드러나고 있었다. 근골격계 인정기준 처리지침, 요양업무 처리지침, 과격 민원 대응 지침... 그렇구나.. 우리가 다 알고 있었던 거구나...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제대로 싸우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던 거구나... 왠지 하이텍 동지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이상관 동지의 아버님이 지키고 계시던 자리를 하이텍 노동자들이 지키고 있다.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안타깝게도 변한게 별로 없다. 달라진 거라고는 근로복지공단이 리모델링 공사를 해서 외관이 미끈해졌다는 것과 인도와 차도 사이에 작은 화단이 조성되었다는 것. 우리 노동자들의 투쟁의 힘이 미약했던 것일까? 근로복지공단이 하는 짓거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게 없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우리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빡센 투쟁으로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던 공단이 우리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사이 다시 우리 노동자들의 목줄을 죄어 오고 있다.
하이텍 뿐만 아니다. 통영지사 건, 북부지사 건, 울산, 광주, 군산, 인천 등등 전국 각지에서 저들에 의한 만행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지금 물러서면 뒤로 10년 아니 20년 이상 후퇴하는 거다.
지금의 모든 상황을 이사장 방용석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 당시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방극윤을 불러 "이상관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느냐?"고 질타했던 인간. 그 인간이 노동부장관을 거쳐 지금 이사장의 자리에 앉아 있다.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아무래도 장난이 아니다. 정말로 이땅 노동자들을 다 죽이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무슨 똥배짱으로 저러는 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럴만도 하다. 방용석은 이후의 행보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싸움에서 이기면 정부산하기관의 기관장으로서의 리더쉽을 과시할 수 있고, 지더라도 노동자들의 도발을 온몸으로(영정이 되어서까지) 막아내다가 장렬히 산화한 것이므로 자본가들의 든든한 후원을 얻게 된다. 방용석같은 노동운동의 배신자, 자본의 주구가 더 이상 판치는 것을 막아야 겠다. 이사장 퇴진이 아니라 더 이상 어디에서도 명함을 내밀지 못하도록 완전히 매장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겠다.
가만 생각해 보니 하이테 노동자들 정말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 자본의 감시와 차별에 대항해서 싸우고 있고, 근로복지공단의 각종 지침에 대항해서 싸우고 있고, 그 수괴인 방용석을 퇴진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싸움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하지 않을 수 없는 싸움이다. 너무도 다행스럽게 우리 하이텍 동지들 아직 싸울 힘이 남아 있다. 아니 함께 하는 그 어떤 동지들보다 의지가 충만하다. 물러설 곳이 없게 만든 하이텍 자본과 근로복지공단의 만행 덕분이다.
하이텍 동지들의 농성장에 있으면 눈에 보이는 동지들 외에 한명의 동지와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상관 동지!!!
우리가 싸움을 멈추지 않는 한 이상관 동지가 항상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