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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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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거제시청에서 농성으로 보낸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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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설 거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김상민
대중교통이라고 하면 지하철이 없는 곳에서는 보통 버스와 택시를 떠올립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자기 차가 없는 이상 이동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수단입니다. 어린 시절(비장애인이라면 혼자서도 다닐 수 있는 중학생 정도의 나이입니다.) 할머니의 등에 업혀 버스를 타고 병원을 다녔습니다. 그 당시에는 치료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병원을 가야했습니다. 10살이 넘어가면 어른이라도 업고 다니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더구나 비 오고 눈 오는 날 다리에 힘도 없는 큰 애를 업고 버스를 타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버스 계단 3개를 올라가서 애를 자리에 앉혀 놓고 차비를 내고…. 할머니 등에 업혀서 버스를 탈 때 넘어진 기억도 많습니다. 간혹 사람들이 도와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낑낑 대며 버스를 탈 때 버스운전기사의 똥 씹은 표정을 보게 됩니다. 버스 타는 시간도 다른 사람보다 더 걸리고 장애인이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인식도 한 몫 했을 겁니다.
이후로 혼자 클러치를 사용해 다닐 수 있게 되었을 때 몇 번 버스를 탄 적이 있지만 기분이 유쾌했던 적은 거의 없습니다. 한번은 비 오는 날 휠체어를 탄 사람이 택시를 잡는 장면을 봤습니다. 저 또한 장애인이기에 유심히 지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택시들이 무정차로 지나가버리더군요. 5미터 떨어진 비장애인 승객근처에서 설 뿐이었습니다. 한 시간여 정도 지난 후에 택시 한 대가 정차 하였지만 트렁크에 휠체어를 싣고 문을 닫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 택시 기사는 트렁크 문을 연채로 운전해 갔습니다. 저 역시 그날 잘 오지도 않는 버스가 몇 대 정도 무정차로 정류소를 지나쳐 버렸기에 그 휠체어 장애인의 모습을 여유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교통약자 콜택시나 저상버스가 있었다면 그렇게 위험하게 버스를 타거나 길에서 오랫동안 택시를 잡는다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됐을겁니다.
이동을 할 수 있어야 학교에 가서 교육도 받을 수 있고, 졸업하고 취직을 할 수 있습니다. 교육받고 일해서 돈 버는 것은 나라가 권하는 것인데 장애인에게는 예외인지 온갖 장벽들로 하기 힘들게 사회구조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길에 다니는 버스의 계단 3개는 극복하기 쉽지 않은 장애물입니다. 누구나 이용 가능할 것 같은 택시는 휠체어이용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최소한 이동이 되어야 뭘 배우든, 돈을 벌든, 사람을 만나든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2007년 4월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에관한법률이 생겼습니다. 물론 그냥 생긴 것은 아닙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죽고 다쳐서 얻어낸 법입니다. 이 법률이 생기고 이제 세상이 바뀌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법이 있어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관공서조차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정부만큼은 이 법을 지켜주십사하는 마음으로 2008년 지방자치단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그 법을 지켜달라고 하니 난색을 표하고 외면하는 지자체장들이 많았습니다. 두달이 넘도록 농성을 하여 겨우 대화를 할 수 있었고 그 지역에 할 수 있는 만큼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경상남도에 있는 시를 다녔고 모든 시와 약속을 하였습니다.
거제시와 한 약속 내용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활동보조서비스, 장애인복지예산확충, 장애인용 탈의실 및 샤워실 설치, 공무원연수과정에 장애인식개선 과정배치였습니다. 거제시는 당시 우리가 제시한 5대 정책에 대해 ‘해당법령과 제시안’을 토대로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3년이 지난 올해 거제시는 경상남도내 10개 시 중 가장 저조한 약속이행률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제시장과 면담을 요청하였습니다. 시장과의 면담은 쉽게 성사되었습니다. 약속한 날 면담장소에서 거제시 담당공무원들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고 면담 역시 파국을 맞이하였습니다. 거제시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법까지 어기는 만행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조례를 제정할 당시 교통약자 콜택시에 관한 부분에 있어 교통약자 콜센터 기능을 갖춘 곳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고 교통약자 콜택시를 운영하는 경상남도내 거의 모든 지자체는 운송업체에 위탁하여 운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거제시 담당자는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자격을 갖추고 있지 않은 거제시 지역 단체에 위탁하였고 이 부분을 바로 잡아달라고 하였으나 그럴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 문제와 더불어 거제시는 2008년부터 연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저상버스에 있어서도 약속한 도입숫자를 채우지 못하였습니다. 이미 합의당시에 거제시의 도로 상황 등 교통에 대한 조사를 통해 거제시가 이행할 수 있는 만큼의 약속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도 거제시의 도로가 저상버스를 운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둥 3년전에 이미 결론난 이야기를 반복하였습니다.
이 도로문제를 해결하라고 초기에 1년의 유예기간을 두었고 운행 중인 버스 중 대폐차가 발생하면 그것을 저상버스로 교체하기로 하였기에 전혀 이행이 어렵거나 부담을 주는 합의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거제시의 담당공무원들이 의지가 없었을 뿐입니다.
20 여일의 농성기간 동안 우리는 이미 지키지 못한 약속은 어쩔 수 없기에 거제시의 담당자와 책임자들이 앞으로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라도 보여주기를 바라고 버텼습니다. 농성이라는 것은 중증장애인들에게 참 힘겨운 저항의 몸짓입니다. 차디찬 바닥에서 잠을 자야하고 제대로 식사를 하기도 힘듭니다. 더구나 여름이기에 무더위와도 싸워야 했습니다.
또한 거제시 지역의 타 장애인 단체들이 우리를 몰아대기도 하고, 거제시는 언론플레이를 통해 여론을 악화시키고자 하였습니다. 그런 영향인지 석연찮은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로 더욱 힘든 농성이 되었습니다. 시청 청소하는 아주머니들도 청소하기 힘들다고 구박을 하였습니다.
시장실 앞에서만 기다려봐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해 시민들에게도 알리기로 했습니다. 농성하는 동지들 모두 지친 상태였지만 조를 짜서 돌아가며 거제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를 물색해 홍보전을 폈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고 시큰둥하던 시민들이 하루 이틀 지날수록 관심을 보였습니다. 저상버스가 무엇인지, 활동보조서비스가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시민들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다짜고짜 역정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격려해주는 시민들이 더 많았기에 힘을 얻었고 기운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중증장애인들인지라 2주가 지나자 체력적으로 많은 문제가 나타났고 급기야 세 명의 중증장애인 동료들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악조건에 굴하지 않고 더욱 가열찬 투쟁으로 버텼습니다. 결국 거제시장은 면담과 기자회견을 통해 긍정적인 제시안 검토 약속과 9월 초 다시 만나기로 하면서 농성은 일단락되었습니다. 아직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우리를 지지해주신 거제시민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함께 하기에 힘이 되는 소중한 동지들에게 감사합니다. 중증장애인이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올 때까지 우리는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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