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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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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전북버스총파업 146일, 민주노조 건설투쟁에 힘이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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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버스총파업 146일, 민주노조 건설투쟁에 힘이 되길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직국장 박재순
146일 동안 벌여온 버스노동자 파업투쟁이 일단락됐다. 전북고속이 끝내 합의하지 못해 파업투쟁을 이어가지만 나머지 6개 지회는 5월 2일 업무에 복귀한다.
지난 해 12월 8일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은 노조인정이라는 아주 소박한 요구를 들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천민적 토호자본인 버스사용자들에게 당한 비인간적인 처우와 착취, 이들과 한통속이 된 어용노조의 굴레를 벗고자 했다.
이들은 하루 17-18시간을 일하고 고작 한 달에 140-150만원을 손에 쥐었다. 혼잡한 교통난 가운데 시간 맞추기 위해 과속, 신호위반은 기본이다. 밥 때가 되면 10분 만에 해치워야 하고 식당이 없어 도시락을 싸서 다니기도 한다. 소변을 참고 종점까지 가서야 화장실을 갈 수 있어 방광염에 시달린다. 그 뿐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도 크던 작던 안전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온전히 기사에게 돌아간다. 보험처리도 안 해줘 자기 돈을 내 처리하던지 회사를 그만 두던지 택해야 한다.
이 같은 노동현실에 더해 이들을 더욱 분노케 한 건 노동조합의 행태였다. 어용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체불된 통상임금을 백만원 위로금으로 퉁 치는데 합의하고 만다. 퇴직자가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통상임금 계산이 잘못됐다며 체불된 통상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르면 버스노동자 1인당 3년치 체불임금만 적게는 1천만원에서 많게는 3천만원 가까이 임금이 체불된 상태였다. 이를 백만원으로 퉁치고 통상임금 체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금체계를 개악하는데 어용노조가 동의해 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용노조 지부장들은 월 70만원의 임금을 올리기로 해 월 340만원을 받아 챙기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조합원들 분노가 극에 달했다.
거기에다 버스자본은 어용노조와 합의를 근거로 노동자들에게 위로금 백만원 받고 통상임금 포기한다는 각서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배차에 불이익을 줬다. 한명씩 불러 협박을 해댔다. 많은 노동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이 각서에 서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버스노동자들은 ‘민주노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10년이 넘게 시내버스 노조 민주화를 위해 여러 활동을 벌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버스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민주노조 해보겠다며 운수노조와 상담하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지난 해 7월경부터 운수노조 전북본부 사무실이 있는 민주노총 전북본부에 버스노동자들이 오가더니 8월 어용노조가 임단협에 합의하고 나서는 전북본부가 버스노동자들로 넘쳐났다. 사업장 한 두개에서 시작된 것이 전주시내버스는 전체 사업장에서 노조 민주화 상담을 위해 오갔다. 군산, 익산, 임실, 남원, 무진장 등 전북지역 곳곳에서 상담이 빗발쳤다.
민주노조를 건설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총회 소집을 요구하면 묵살하기 일쑤였다. 제일여객은 총회를 통해 조직형태변경이 가결됐지만 어용노조는 ‘총회결의 무효 가처분’을 내고 이마저도 끝까지 방해했다. 유니온샵 규정 때문에 조합원을 공개하지 못하고 아름아름 운수노조 가입원서를 받고 어용노조 탈퇴서를 받았다. 현장에서 활동가들에 대한 해고, 징계, 배차불이익 등 탄압이 이어졌다. 통상임금 위로금 백만원 서명 강요가 심해져 어용노조를 탈퇴하고 운수노조 지회를 설립키로 하고 지난 해 9월 일제히 지회 설립하고 교섭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온갖 핑계를 대며 교섭을 거부해 12월 8일 새벽 04:00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렇게 시작된 총파업은 5개월간 진행되면서 노동조합과 대중교통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를 들춰냈다.
노동부는 내부 행정지침을 이유로 ‘복수노조’라고 판단했다. 사측이 교섭을 거부해 교섭이 미진하다며 내린 지노위의 행정지도를 이유로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노동부의 이 같은 태도는 사측에게 교섭을 거부할 명분을 줬고 불법파업으로 매도 돼 파업이 장기화 되는 초기 빌미를 줬다. 결국 노동부는 교섭을 해태해도 부당노동행위가 아니고 사측이 불법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막을 수 없게 해 파업을 무력화 했다. 결국 단체교섭응낙가처분, 대체인력투입금지 가처분 등 법원 판단을 받고서야 ‘합법파업’이 될 수 있었다.
지방정부의 무능과 방만한 보조금 행태도 드러냈다. 전주시는 5개 시내버스사에 해마다 백 수십억씩 보조금을 줘왔다. 이번 파업으로 이 보조금 지급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보조금 지원근거로 쓰인 시내버스경영진단 용역보고서가 엉터리로 작성됐고, 전주시는 이런 사실을 확인조차 않은 채 보조금을 지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시는 백억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면서도 ‘대법원 판결 날 때까지 노조인정 못 한다’고 버티는 버스사업주들을 어찌하지 못했다. 한 도시 대중교통 체계의 가장 기본인 시내버스가 5달 동안 파행을 지속하는데도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을 보였다.
전북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에서 노조의 정당성을 모두 인정하고 당 소속인 도지사, 전주시장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결정하고도 3달 동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경찰과 검찰은 버스노동자 4명을 구속하고 270여 명을 입건했다. 그러나 버스사업주들에 대한 수사는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다.
노동조건 개악, 어용노조 횡포 때문에 시작된 전북지역 버스노동자 투쟁은 파업 돌입과 동시에 사회적인 투쟁이 됐다. 이들 생각과는 무관하게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시행 전초전이 됐다. ‘어렵다, 적자다’고 반복하는 사업주들에게 우리 세금을 얼마나 퍼주는지가 드러났다. 지방정부가 얼마나 토호자본 앞에 무능한지를 드러냈다. 노동부, 지노위가 어떻게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5개월을 기적같이 버텨왔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투쟁의 시작이다. 5개월 파업투쟁을 벌였지만 이제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본격적인 교섭과 투쟁이 시작된다. 전북지역 버스노동자 투쟁이 전국에서 어용노조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길 기대한다. 버스노동자들이 온전한 승리를 이룰 수 있게 계속 관심과 연대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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