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남편의 1인 시위 모습입니다. 아빠와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았던 아이가 옆에 보입니다. 저한테 오라고 하는데도 막무가내였습니다. 하는 수없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난 해 출소한 지 얼마 안 돼 남편이 말하더군요.
"미경아, 이상하게 뼈에서 '뚝뚝' 하는 소리가 난다. 와 이렇노."
"나도 모르지…. 내가 의사도 아닌데"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남편이 조금만 움직여도 뼈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보면서도 '왜 그럴까' 생각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참 무심했습니다. 남편이 두 번이나 구속되어 오랜 감옥생활로 뼈가 약해졌을 거라는 것을 알고 건강을 위해 노력했어야 하는데….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남편을 위해 출소한 날에 딱 한 번 사골을 고아 주었습니다. 보약을 지어주려고 마음도 먹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 농약이 다량 함유된 중국산 한약재가 판친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포기했지요. '보약이 뭐 따로 있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도라지와 배, 늙은 호박, 대추, 파뿌리 등을 푹 달여서 남편에게 준 게 전부입니다.
삼성SDI에 근무할 때입니다. 당시 건강검진을 했는데 남편은 국민보험공단에서 '건강나이가 10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공단에서 건강한 사람에게 주는 시계를 선물로 받아왔지요.
그런데 출소 이후 남편은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퇴행성 목 디스크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았지요. 그래도 별 차도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없이 목 디스크 환자용 의료기기를 구입해 집에서 목을 견인했습니다. 직접 자신의 뒷목에 벌침을 놓으며 치료와 투쟁을 병행했습니다.
출소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때쯤입니다. 삼성SDI에 분신기도 방화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남편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바삐 뛰어다니느라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적었습니다. 저 또한 인터넷에 실상을 알리느라 신경을 쓰다보니 정작 남편 건강은 뒷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 밝혀진 불법 복제폰으로 위치 추적한 사건. 피해자인 남편은 '성명 불상자'를 상대로 고소를 하는 등 무척 바빴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건강을 돌볼 겨를도 없었지요.
목이 아프다보니 남편은 피로를 쉽게 느꼈습니다. 의사가 "외관상 표는 안 나지만 목 디스크로 인해 척추도 조금 휘었고 다리도 한 쪽이 약간 짧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남편은 허리통증과 함께 팔, 다리가 저리는 등 고통스러워 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허리디스크 환자용 의료기기를 사온 남편이 상자를 열어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하더군요.
"이것만 봐도 마음이 흐뭇하다"
"와, 신기하다. 이 보호대 하면 정말 허리 나을 수 있을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었습니다. 하지만 가슴은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아팠으면 저렇게 좋아할까.'
얼마간 보호대를 착용해보더니 말하더군요.
"텔레비전에 선전할 때는 이것만 있으면 허리 안 아플 것 같더니 별로 소용없네."
"광고가 다 그렇지 뭐. 그게 효과 있으면 병원 문 닫게?"
남편은 의자에 10분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할 정도였습니다. 틈나는 대로 방에 들어가 누워지내는 모습을 볼 때면 눈에 핏발이 설 정도로 분노가 극에 달했습니다. 우리 가족의 행복을 짓밟아버린 자들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난 15일 남편이 입원을 했습니다. 7년의 해고자 생활과 2년 가까이 철창에 갇혀 지내며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지….
남편은 수감중일 때 불면증에 시달리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잠을 이루기 위해 일부러 수면제가 조금 첨가된 감기 약을 먹고 잠을 청할 정도였으니까요.
가능하다면 제가 남편의 고통을 대신 지고 싶습니다. 남편이 아파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내 안 어딘가에 숨어있던 비겁함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도 합니다.
'양심을 지키며 산다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차라리 적당히 불의와 타협해버릴 걸' 하고 말입니다.
바르게 산다는 것에는 언제나 많은 인내와 눈물 등 가혹한 고통이 함께 존재하기에 정말 힘겹습니다. 한숨만 나오고 자꾸만 마음이 가라앉는 날들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나봅니다.
혹자는 저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양심이 밥 먹여 주냐? 가족을 생각해서 이제 그만해라"
일부 사람들이 그래왔듯이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체 지나쳐야 할까요? 현실에 안주하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고 한 발짝 물러서면 정말 마음이 편해질까요. 그런 삶은 진정한 행복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아픈 남편을 대신해 오늘도 투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