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


		쥐마왕

		고양이 대학살

왕의 남자를 보고 문득 '고양이 대학살'이란 책이 떠올라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고양이 대학살(로버트 단턴/조한욱 옮김)..

18세기 유럽의 인쇄공 이야기다.
그 당시 장인과 직인으로 나누어지고 그 밑에 견습공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경우 매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장인이 처음 생겨났을 때만해도 직인이 장인이 될 수 있는 조건이 되었지만 장인이 국가권력과 결탁을 하여 이제 장인은 세습이 되어버려, 직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장인으로 되는 것은 불가능하던 시절이었다.

이제 관계는 바뀌었다. 동료 선배의 관계였던 수평적 관계가 이제는 수직적 관계로 바뀐 것이다. 장인은 이제 주인이 되고, 직인으로 만족하면서 주인의 밑에서 일을 하였으며, 견습공은 직인이 되기 위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기술을 배우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해야 했다.
더 이상 장인은 직인들과 함께 과거처럼 함께 밥을 먹지도 않았고 일도 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직인과 견습공은 많은 일을 해야 하였지만 저임금과 아주 저급한 식사 그리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더욱이 이들의 식사를 만드는 주방장은 식비를 빼돌려 고양이 밥보다 못한 썩은 고기로 만들어진 것으로 음식을 만들어 배급을 하였다. 영양실조와 장시간 노동으로 그들은 항상 피곤하였다.

그에 비해 주인들은 고급음식에 늦잠까지 자면서 자신은 일도 하지 않고 살았다. 또한 주인집 고양이는 매우 풍족한 생활을 했다. 어떤 주인집의 아내는 고양이를 25여 마리를 키울 정도로 고양이는 매우 사랑을 받으면서 살았다. 자연스럽게 고양이에게로 그 분노의 화살은 돌아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 인쇄 견습공은 주인의 행태에 너무 화가나 주인을 골려주기로 결정하였다. 그는 밤에 몰래 주인 집 지붕으로 올라가 고양이 울음을 내었다. 몇 일 동안 계속해서 그러자 주인과 그 아내는 밤에 잠을 자지 못하였다. 불안에 떨던 주인은 교회 신부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려고 하였으나 그만두고 직인과 견습공을 불러 고양이를 쫓아버릴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주인의 아내는 자신이 아끼는 고양이이 ‘그리스’가 놀라지 않도록 조심할 것을 명령했다.

학살은 시작되었다. 직인과 견습공들은 고양이를 잡기 위해 준비해둔 몽둥이와 자루 등을 사용하여 고양이를 잡으러 다녔다. 그들은 주인 아내의 고양이를 제일 먼저 몽둥이로 내리쳤다. 그리고 거의 죽도록 팼다. 다른 고양이를 잡기 위해 그들은 몰이꾼을 두고 고양이를 몰아놓고 기다리다가 바로 자루로 집어넣었다. 자루에 고양이들이 가득찼다. 죽어라 팼다. 그리고 주인 아내의 피 떡이 된 고양이를 목매달아 놓았다.
얼마 뒤 주인 아내가 돌아와 그 광경을 보고 기겁을 했다. 자신의 고양이가 죽었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그러자 직인과 견습공들은 곧 “주인집에 대해 많은 존경심을 지니고 있어서 어느 누구도 그런 무도한 짓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거짓 존경심을 보이면서 대답을 하였다. 잠시 뒤 주인이 들어왔다. 그는 직인과 견습공들이 이 시간동안 일을 하지 않고 노는 것에 분개를 하였다. 그리고 곧 주인과 아내는 발길을 돌렸다. 그들의 축제는 다시 시작되었다.

이러한 사건에서 우리는 당시의 문화적인 요소와 노동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근세초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교회력을 구획 짓는 종교 의식이 주기에 친숙해지도록 만들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육제와 사순절의 주기로서 환락의 기간뒤에 금욕의 기간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사육제 동안 평민들은 정상적 행동 규칙을 유보하고 사회 질서를 전도시키는 의례를 거행하였다. 사육제는 청년들, 특히 견습공들이 떼를 지어 소란을 피우던 기간이었다. 그들은 모의 수도원장이나 왕에 의해 지배되는 ‘수도원’식으로 조직하여 거친 음악의 소동 속에 샤리바리나 광대극식의 행진을 연출하면서 전통적 규범을 침해한 사람들에게 모욕을 주었다. 사육제는 참회의 화요일에 끝났으며, 그날 짚으로 만든 인형인 사육제의 왕이 제의화된 제판을 받고 처형되었다. 어떤 샤리바리에서는 고양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부르군디에서 고양이를 고문하는 일을 샤리바리에 포함시켰다.

고양이는 6월 24일 하지에 거행되었던 세례 요한 성인의 축일에도 등장했다. 군중들은 모닥불을 피워 그 위를 뛰어 넘고 춤을 추고 남은 기간 동안 제앙을 피하고 복을 받기 위해 마법적인 힘을 지녔다는 물체를 불 속에 던져 넣었는데 이때 즐겨 던지던 것이 고양이였다. 샹샤몽 지방 사람들은 불을 붙힌 고양이를 거리에서 쫓아다니기를 즐겼으며, 메츠지역에서는 모닥불을 얹은 바구니 속에서 한꺼번에 12마리의 고양이를 태우기도 하였다. 이러한 관습이 장소마다 다르기는 했지만 그 기본적인 요소는 모닥불, 고양이, 들뜬 마녀 사냥의 분위기 등으로 어느 곳에서나 동일했다.

이처럼 고양이를 죽이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거리낌 없었던 것은 근세초의 유럽 전역에 걸쳐 동물 학대는 대중적인 오락이었고 그 대상은 특히 고양이었다. 예컨대 스뮈르 지방에서는 횃불의 일요일에 어린이들이 고양이를 장대에 붙잡아 매어놓고 모닥불 위에서 태우곤 하였고, 엑상프로방스의 성체 축일에서는 ‘고양이 놀이’라 하여 고양이를 높이 던져 땅위에서 박살을 내는가 하면, 종교 개혁 당시 런던에서는 신교의 군중들이 고양이의 털을 깎아 신부처럼 보이도록 만들고 모의 법복을 입힌 뒤 칩사이드의 교수대에서 목을 매달아 놓았다. 이는 고양이를 죽이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고양이는 마법을 암시하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비고르 지방의 한 농촌 여성이 들에서 헤매던 예쁜 집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는데 마녀라고 의심되는 사람의 집에 이르자 고양이는 즉각 그 사람의 품에서 빠져나와 “고마워 잔”라는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는 것이나, 마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고양이에게 상처를 내는 즉, 고양 꼬리를 자르거나 귀에 가위질 하거나 다리 하나를 분지르거나 털을 뽑아 태움으로써 그 마력을 분쇄 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민간 의약의 주성분으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즉, 넘어져서 심하게 다친 것에서 회복하려면 방금 자른 수코양이의 꼬리에서 피를 빨아 먹는다든지, 폐렴을 치료하려면 고양이의 귀에서 나온 피를 적포도주에 섞어 마시기도 하였다. 브르타뉴 지방에서는 방금 죽여 아직도 따뜻한 고양이의 골을 먹으면 투명인간이 될 수도 있다고 믿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의 힘은 가정생활의 가장 은밀한 부분 즉, 성에 집중되어 있었다. 고양이는 지난 수세기에 걸쳐서 음란한 은어로 사용되었으며, 암내난 고양이의 울음 소리는 악마의 향연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발정하여 열에 들뜬 암고양이를 놓고 서로 도전하는 수코양이의 울음소리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고양이로서의 소리가 아니었다. 그 고양이들은 주인들의 이름으로 도전하였으며 여기에 여주인에 대한 성적인 희롱이 덧붙혀졌다.

이처럼 사람들은 고양이의 울음 소에서 마법, 광란의 향연, 샤리바리, 학살 등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프랑스의 민속소에서 고양이는 대단히 큰 상징적인 비중을 지녔으며 이 민속은 인쇄소에 침투하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이번 노동자들의 소동은 샤리바리의 형태를 취하였다. 견습공들은 신참자들이 관례적으로 상급자들을 놀려대던 발단의 영역 내부에서 활동함으로써 샤리바리를 꾸려나갔고 직인들은 그들의 익살에 대해 관례적인 방식인 ‘거친 음악’으로 호응하였다. 왜 그렇게 했을까?
그것은 주인을 명확하게 비난하면 그것은 공개적인 불복종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해고의 위험이 따랐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SNT를 포함하여 모든 자료는 주인이 무례와 불량 행실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해고 했던 일이 빈번했음을 지적하고 있었다. 따라서 견습공들은 상징을 이용하였던 것이다.

밤에 고양이 소리를 들은 주인과 여주인은 악령을 쫓기 위해 교구 신부를 부르는 것을 고려했으나 그 대신에 고양이 사냥을 위임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그들은 고전적인 마냥 사냥의 방법에 의존하였던 것이다. 주인과 여주인에게는 이것이 매우 심각한 일이었지만 견습공들에게는 이것은 장난이었던 것이었다.

또한 여주인이 가장 아끼는 고양이인 ‘그리스’를 공격함으로써 여주인을 상징적으로 모욕을 주었던 것이다. 이는 단순하게 여주인에게만 모욕을 주었던 것이 아닌 주인에게도 최악을 모욕을 전달하였던 것이다. 즉, 그 고양이가 여주인의 가장 소중한 소유물이었듯 그녀는 주인의 가장 소중한 소유물이었던 것이었다. 고양이를 죽임으로써 사람들은 ‘주인’가정의 가장 내밀한 보물을 손상시키고도 피해를 받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서 ‘주인’이 유죄라고 선언을 하였던 것이다. 그 죄는 견습공들에게 혹사를 시키고 제대로 먹이지 않은 죄, 직인들이 모든 일을 하는 동안 사치속에서 살았던 죄, 한두 세대전에 혹은 인쇄업의 출발시에 존재하였던 초기의 ‘공화국’속에서 주인들이 하였다고 전해지듯이 일꾼들과 같이 일하고 먹는 대신에 인쇄속에서 물러나 임금 노동자로 인쇄소를 갈아채우려고 하였던 죄 등이었다. 이는 당시 법 질서와 사회 질서 전체를 조롱하려고 의도하였을 것이다.

지금 ‘왕의 남자’가 스크린을 가득채우고 있다. 모두 영화를 잘만들었다는 이유로 환호를 하고 있다. 또한 ‘왕의 남자’가 정치권의 패러디 대상으로 변해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을 계속 놓치고 있다. 광대의 삶이 그것이다. 그 시대의 가장 하층 계급이었던 광대는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광대가 되어야만 했다. 그들은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조롱했던 것이다. 이들도 세상의 사회 질서에 도전하였던 것이다. 프랑스 인쇄공들이 고양이 학살을 통해서 ‘주인’들과 잘못된 사회 질서에 도전하였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