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 비정규직 투쟁에 써달라”
고 변우백 동지, 두산중공업 비정규직으로 살다 산재사고로 사망
1.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인 기륭전자 노동자들에게 1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연대기금이 전달돼 비정규직의 훈훈한 연대가 화제가 되고 있다.
2. 지난 6월 8일 11시 기륭전자 농성장에 네 명이 방문했다. ‘노동운동가 고 변우백 동지 추모모임’ 소속인 이들은 고인과 고인의 부모님의 뜻이라며 1천만원이라는 거금을 기륭전자 노동자들에게 전달했다. 봉투에는 “두산중공업에서 지게차에 치어 우리 곁을 떠난 비정규직 노동자 변우백 동지의 벗들과 가족들은 동지들의 투쟁을 지지합니다”라고 씌여 있었다.
3. 또 이들이 기륭전자 노동자들에게 넉 장의 응원 메시지를 함께 가져왔다. “두산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다 지게차에 치어 세상을 떠난 고 변우백 동지는 생전에 기륭 동지들의 투쟁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고인의 뜻을 받들어 동지들께 투쟁 승리의 기원을 보냅니다. 힘든 투쟁,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힘내시고 기필코 승리하세요.”(노동운동가 고 변우백 추모모임 총무 부산의 윤경미 드림)
4. 고 변우백 노동자는 차별과 멸시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두산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로 취업해 5년 가까이 현장 활동을 전개했다. 2008년 5월 16일 터빈공장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화장실에 다녀오던 그를 지게차가 덮쳤다. ‘악’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하고 그는 지게차 밑에 깔린 채 한참을 끌려갔다. 회사는 물건을 들어 올려 앞이 보이지 않은 채 지게차를 운전하도록 방치했다. 앞이 안 보이는 지게차 운전수를 옆에서 도와주는 신호수만 있었으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였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그의 죽음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없었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길 뿐이었다. 검찰도 두산중공업에 면죄부를 줬다. 두산중공업 책임자 3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소했지만 창원지방검찰청은 혐의없음(증거불충분) 결정을 내렸고, 항고, 재항고를 해 부산고등검찰청에서 다시 수사를 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창원지방검찰청은 또다시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었다.
5. 노동운동가 고 변우백 동지 추모모임과 가족은 장례를 치르고 난 소중한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상의한 끝에 그가 평소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안타까워하고, 지지와 연대를 보냈기 때문에 기륭전자 동지들에게 전달하기로 결정하고, 이날 기륭전자 농성장을 방문한 것이다.
6. 기륭전자 조합원들은 고인과 추모모임, 부모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조만간 창원으로 내려가 인사를 드릴 예정이며, 보내오신 기금은 논의를 거쳐 더욱 어렵게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나눠 공동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기륭전자분회 김소연 분회장은 “긴 시간 투쟁하면서 지치기도 했지만, 너무도 많은 분들이 투쟁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힘을 실어 주고 있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많은 동지들 앞에, 고 변우백 동지 앞에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투쟁하며 살아가야겠구나 하는 다짐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7. 그러나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은 더욱 험난한 길을 가고 있다. 지난 6월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에 대해 '집회·시위 제한 및 업무방해 행위 금지' 결정을 내렸다. 5년째 이어지는 이들의 집회가 영업방해에 해당한다는 기륭전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판결을 따르지 않고 출근 투쟁을 하면 조합원들은 회사와 인근 주민에게 위반 행위 1건당 100만원씩을 지불해야한다. 출근투쟁을 하면 조합원 5명이 하루 5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8.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된 기륭전자 동지들은 지금까지 1,700일 동안 꿋꿋하게 투쟁해왔던 것처럼, 전국 곳곳에서 들려오는 노동자들의 연대와 지지, 후원에 힘입어 앞으로도 힘차게 투쟁해나갈 것이다. 금속노조도 고 변우백 노동자의 유지에 따라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인 기륭전자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투쟁할 것이며, 모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 노예노동자로 만들려는 파견법 개악에 맞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끝>
2010.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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