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8일 (화) 14:01 문화일보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에서 난 화재로 작업 중이던 인부 57명 가운데 40명이나 현장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숨졌다.
이처럼 대형 인명피해가 난 것은 건물 내부에 쌓여 있던 인화성 물질로 불길이 커져 구조 작업이 늦어진 데다 미로처럼 복잡한 건물 내부 구조로 인해 인부들이 탈출구를 찾지 못한 때문이었다.
◆ 인화성 물질 곳곳에 산재, 순식간에 불 번져 = 화재는 7일 오전 10시50분쯤 경기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코리아2000의 냉동창고 지하 1층 기계실에서 시작됐다. 작업 인부들이 배관 설비를 위한 용접 작업을 하던 중 건물 안에 있던 유증기에 불이 옮겨붙은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당시 건물 안에는 시너 유증기, 프레온 가스, 암모니아 가스, LP가스통과 함께 단열재로 쓰이는 우레탄 폼 통 등 인화성이 강한 물질로 가득 차 있었다. 한마디로 화약고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불이 건물 내 가득 들어차 있던 유증기와 건물 안에 놓여 있던 각종 인화성 물질에 옮겨 붙으면서 연쇄 폭발로 이어졌다. 특히 건물 안 내장재인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 폼 등 각종 인화성 물질이 불에 타면서 나온 유독가스와 연기로 인해 작업 인부들은 탈출할 새도 없이 연기에 질식됐다. 우레탄 100g은 화재 발생 시 온도인 섭씨 600도로 가열하면 유독가스인 시안화수소 420？是？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인의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보통 5분 이내 의식을 잃거나 사망한다.
◆ 미로식 구조로 탈출구 못 찾아 = 복잡한 건물 구조와 하나뿐인 출입구도 인명 피해를 키웠다. 건물 내부가 매우 넓은 데다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여서 작업 인부들이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변을 당한 것.
불이 난 건물은 면적 2만3338㎡로 축구장 3배 크기인 데다 6구역으로 나뉘어 칸막이까지 설치돼 있어 화재 등 비상상태에서 대피로를 찾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었다. 게다가 건물 내부에 있던 인화성 물질로 불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대피로를 따라 탈출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했다. 특히 출입구가 단 하나뿐인 점과 화재 당시 건물 내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웠다.
이처럼 화재에 취약한 구조와 미약한 화재 진압장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24일 소방준공검사를 통과해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찰은 준공검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 유독가스 가득 차 소방관 진입 늦어 =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곧바로 인근 8개 소방서의 소방차 103대와 소방관 440여명, 경찰 2개 중대 등을 동원, 화재 진압에 나섰다. 하지만 연쇄폭발과 함께 유독성 연기가 건물 안에 가득차 구조 작업에 나서지 못했다. 특히 불이 난 작업장이 반지하에 위치해 유독가스가 밖으로 잘 빠지지 않은 탓에 소방관들은 건물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지하1층 창고 위에 해당하는 아스팔트 주차장 바닥에 5m가량의 구멍을 뚫고 살수 작업을 벌였다. 이를 통해 불길이 다소 잦아들자 화재 발생 4시간여 만인 오후 3시 무렵부터 구조 작업을 벌였다.
구조 작업에 나선 뒤 5분 만에 창고 입구에서 첫 사망자가 확인됐으며, 오후 11시20분쯤 건물 안에서 40번째 희생자가 확인됐다. 유독가스로 구조 작업이 늦어지면서 인명 피해가 더 커진 것이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
■사망자·부상자 명단
◆사망자(40명)
▲한우기업:이종일(45), 강재용(66), 황의충(48), 김준수(42), 최지영(50), 지재헌(46), 우민하(38), 김태규(30), 최용춘(36), 윤종호(32), 김진수(40)
▲유성기업:김우익, 김영호, 윤석원, 이영호, 임남수, 장행만, 김용민, 김완수, 윤옥주, 이용걸, 윤옥선, 박경애, 조동면, 이준호, 이명학, 김용해, 최승보, 엄준영, 손동학, 김진봉, 정상란, 이승복, 박영호, 박용식, 김군, 누알리.
▲아토테크:신원준, 우영길
▲청소업체:이을순(여)
◆부상자(10명)
▲구로 성심병원:최중한(50), 이경희(50), 천우한(33)
▲강남 베스티안병원:안승식(53), 박종영(38), 심영찬(50), 임춘월(여·45)
▲이천 파티마병원:신창선(52), 김형문(48), 카이룰루(32)
◆탈출자 및 구조자(7명)
▲최성신, 이병권, 이대희, 이찬재, 고영철, 권창호, 강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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