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으로부터 불이익이나 압력을 받을까 두려워 산재신청조차 못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산재 근절을 위한 경남지역 대책위는 지난 12일 오후 2시 경상남도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재근절 대안 모색을 위한 4자협의체(전문가, 교육당국, 노동계, 의원단) 구성을 촉구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 황경순 지부장, 전국여성노조경남지부 김지혜 지부장,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이은주 활동가, 경남도의회 석영철 의원, 마창여성노동자회 박미영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학교여성비정규직근로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급식 조리종사원, 특수교육 보조교사 등 10명중 8명이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중 30% 노동자들은 그 증상이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골격계질환은 산업안전보건법 상에서 인정하는 엄연한 직업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는 '참고 일해야 하는 질환’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질환’ 이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사업주는 3년마다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유해요인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소외계층이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일상생활에서조차 통증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이기에 학교측으로부터 불이익이나 압력을 받을까 두려워 산재신청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산업재해 보상에서조차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11년 학교비정규직 노동생활실태 자료에 따르면 근무 중 다쳐 산재처리가 된 비율이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다.
그동안 급식실은 음식 조리 과정에서의 소음, 고열 등에 노출되어 난청, 열피로, 화상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학교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의 낮은 산재통계는 '숨겨진 환자’가 많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경남도의회 석영철의원의 자료 요청에 따라 경상남도교육청에서 제출한 관내 학교비정규직 종사자 산업안전보건법상 근골격계 질환 부담작업 직군 현황, 해당직군, 종사자수, 근무처, 2004년~2012년까지 유해요인조사 시행 현황자료를 보면 그동안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및 건강권이 얼마나 도외시 되어 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전체 5198명의 재해건수는 300건 정도이다. 이중 근골격계 질환은 10%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많은 노동자들이 눈에 보이는 사고도 산재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고, 근골격계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또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시행 결과는 그동안 관리 소홀을 감추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조사시행방법 중 50%가 노동자 면담이었고,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위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이 5%였다.
증상 설문조사 및 근골유해요인조사 체크리스트 방식 및 증상설문조사가 45%였다. 이러한 조사의 대다수가 2012년에 진행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동안 조사 및 현장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6월 10일 경남도교육청은 학교급식 근골격계 질환 대책을 발표하면서 51개 학교에 대한 샘플조사 및 대책팀구성 지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책위는 이러한 경남도교육청의 업무가 단순 보여주기 행정에 지나치지 않고 있음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조사의 방식 및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당사자인 노동자의 참여가 배제되어 있다는 것.
또한 조사방법에 있어서도 학교급식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맞는 조사가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형식적 조사만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경남도교육청으로부터 조사를 위탁의뢰 받은 한국안전기술지원단의 자료에 따르면 51개소를 4명이 하루에 3개소씩 조사하여 4일 동안 진행한다고 되어있다.
조사원 1인당 3개소를 진행한다는 것인데, 급식작업은 재료를 입고하고 준비하고 조리하고 마무리까지 한끼당 최소 4~5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인데, 하루에 3개소를 어떠한 방식으로 조사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경남도교육청과 위탁기관의 계약서에 따르면 조사 결과 및 내용에 대한 이견이 있을시 교육청의 의견에 따른다는 것이다. 모든 과정 및 결과에 대해 교육청이 통제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대책위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 아프지 않고 일할 권리는 노동권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이다. 노동자의 건강문제가 고려되지 않고 있는 인력기준, 작업 동선, 설비 개선 등 노동자의 참여가 배제된 위험성 평가와 형식적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며 “경남교육청은 아프다고 말하면 그만두라는 말이 무서워 병을 숨기고 쉬쉬해온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와 요구가 제도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산재 근절을 위한 경남지역 대책위에는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경남지부,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경상남도여성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전국여성노조경남지부, 석영철․조형래 경남도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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