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성 암 인정비율
선진국보다 수십배 낮아
입증도 노동자에 떠넘겨
“인정기준 50년간 개선안해”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암에 걸리는 사람이 해마다 늘어 ‘암 환자 100만명 시대’에 들어섰지만, 암 환자 가운데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경우는 한해 평균 2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진국과 견줘 현저히 낮은 수치로, 산재 인정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산재보험 제도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직업성 암 승인 건수는 2007년 21명, 2008년 21명, 2009년 17명, 2010년 31명, 2011년 36명 등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25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암 환자 발생 인원수는 2007년 16만6518명, 2008년 18만465명, 2009년 19만2561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6만7954명이 암에 걸렸다. 누적 암 환자는 지난해 98만명에 이어 올해 말에는 10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직업성 암 인정 비율(산재보험 가입 인구 10만명당 직업성 암 승인 건수)을 보면, 우리나라는 0.23명(2010년)에 그친 반면, 프랑스는 10.44명, 벨기에 9.86명, 핀란드 6.53명, 독일 6.07명 등으로 큰 차이가 났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전체 암의 4%가량을 직업성 암으로 추정한다. 이 추정치를 적용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기준으로 7702명이 산재일 가능성이 높으나 0.2%인 17명만이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았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산재 인정 여부는 생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산재로 인정받으면 병이 나을 때까지 치료비와 간병비는 물론, 일을 못하는 기간의 임금(평균임금의 70%)이 나오고, 장해가 남거나 숨졌을 때 연금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직업성 암 인정 비율이 낮은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상당수 노동자들이 암을 개인 질병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오랜 잠복기로 직장을 옮기거나 퇴직한 뒤 암이 발병하는 등의 이유로 산재 신청을 지레 포기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암으로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는 2008년 135명, 2009년 125명, 2010년 174명, 지난해 150명에 그쳤다.
산재 신청을 해도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기가 까다롭다. 폐암이나 백혈병 말고는 거의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다. 또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암이 업무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을 해당 노동자나 유가족들이 입증해야 한다.
이미경 의원은 “산업 현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암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데도 50년 동안 직업성 암 인정 기준이 매우 엄격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전문가도 하기 어려운 산업재해 입증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지우는 것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5/1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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