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사고 부담 수면불안 등 장애 심각 - 노조 “2인 승무제 도입 등 인력 충원해야”
서울도시철도공사 지하철 6호선 기관사 A씨는 지난해 9월 운행 도중 갑자기 혈압 상승과 구토증세를 보였으며 열차에서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병원 진료 결과 이 기관사는 ‘실질적인 위험대상이 없는데도 공포감을 느끼는 정신발작증세’인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이처럼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지하철 기관사에 대해 처음으로 산재가 인정됐으며 기관사들의 정신건강상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근로복지공단은 도시철도공사 기관사 한 명이 공황장애에 시달린다며 제출한 산업재해 신청을 받아들여 기관사들의 공황장애를 직업병으로 공식 인정했다. 지난해 지하선로를 헤매다가 열차에 치이고, 휴가 중 고향인 여수 바다에 투신 자살하는 등 서울도시철도공사 1기 공채 출신인 기관사 두 명이 숨졌다. 이들은 평소 적응장애 등의 증세를 보여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서울도시철도노조(위원장 윤병범)는 장기간 지하선로 운행과 잦은 열차 사고(승객 투신자살 등)으로 인한 공황장애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실제로 노조 조사결과 이번에 산재 판정을 받은 기관사 외에도 6명의 기관사가 공황장애 현상을 보여 산재를 신청할 예정이다.
노조에 따르면 도시철도공사 기관사들 가운데 90% 이상이 한번씩의 전동차 고장을 겪었으며 사상사고(운전하며 승객을 치는 사고)를 경험한 사람은 16.4%에 이른다. 노조는 “사상사고를 경험한 기관사들은 큰 충격을 받고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사고에 대한 부담감과 사고시 행동요령에 대한 공사 쪽의 훈련 평가 등으로 심리불안과 수면장애 같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특히 1인 승무제로 인해 사상사고 뒤 10분 이내에 승무원이 직접 사고수습을 한 뒤 열차 운행을 재개해야하는 규정으로 승무원이 사체 수습 뒤 피 묻은 손으로 열차 운행을 재개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인제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가 도시철도노조 조합원 1,2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절반에 이르는 48.2%가 불면증, 수면박탈, 주간 졸림 증상을 한꺼번에 보이는 수면장애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45.2%가 만성피로, 두통, 우울, 불안, 의욕상실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왔다. 노조는 “기관사들의 증세는 1인 승무제 등 만성인력부족과 현장통제가 낳은 결과”라며 “시민들의 인력충원을 통한 2인승무제 도입과 적정휴일확보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일노동뉴스 200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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