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해는 이주노동자들의 집회와 시위가 많이 조직되고 활발하게 벌어졌던 해이다. 2002년 3월 한국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체에 대해 일괄적으로 1년의 출국 유예기간을 부여하였는데 이미 한국의 미등록 노동자수가 전체 한국 체류 외국인수의 70%를 넘어선 상황에서 미등록노동자의 수를 줄이기 위한 방책이었다.
이주노동자에 대해 보수적이고 완고했던 정부로서는 특단의 조치가 아닐 수 없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미등록 노동자들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우선 1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았고, 1년 뒤에 모든 이주노동자들을 나가라고 하는 것은 한국의 산업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던 자리의 공백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치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치였긴 했지만 어쨌든 1년이나마 합법적인 신분을 부여받은 이주노동자들은 이후의 자신들의 놓여질 뻔한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전에는 불법체류라는 신분상의 약점과 언제든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마음이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표현할 수 없었던 반면에 1년간의 합법적인 신분은 이주노동자들을 고무하는 역할을 한 셈이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이라든지, 산업재해, 폭행, 성폭력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문제에 직면한 이주노동자들을 보살펴 주던 한국 사람들은 곧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사회단체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개가 종교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단체들이었고, 1992년에 되어서야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루는 시민 단체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때부터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상담이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이주노동자 공동체를 조직하기도 하고, 이주노동자 무료진료 및 쉼터등이 운영되기도 하였다.
1994년 2월 산재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이 경실련 강당에서 산재로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의 십자가를 걸고 산재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주장하는 농성을 함으로 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고, 이주노동자들에게 전면 산재보험이 적용되었고, 이미 출국한 산재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산재보험이 소급 적용 되었다. 1995년에는 네팔연수생들이 명동성당에 모여 몸에 쇠사슬을 묶고 ‘우리도 사람이에요’, ‘때리지 마세요’등의 피켓을 들고 농성을 시작하였다. 이 사건도 한국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게 되었고 노동부에서는 부랴부랴 노동부 예규로 ‘외국인 산업연수생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지침’을 제정하게 된다. 당시 이런 농성들에 대한 사회적인 반성이었는지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가장 많이 생겨나게 된 것도 이때쯤이었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를 망라한 종교단체 뿐 아니라 노동운동의 성격이 강한 시민단체, 의료문제를 주로한 의료단체,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는 단체가 전국에 두루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1997년에는 국내 노동조합과 전국의 단체들의 연대를 도모한 ‘외국인 노동자 대책 협의회’가 발족하기도 하였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의 활동은 ① 외국인노동자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상담과 복지 및 교육 활동, ② 외국인노동자 공동체 지원, ③ 외국인노동자 권리 확보 운동, ④ 외국인력제도 개선 운동[설동훈, 한국의외국인 노동자 운동 1992∼2002, 2002]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주노동자 상담과 복지 및 교육활동은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02년 부산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의 상담 현황을 살펴보면 전제 506건의 상담중에 임금체불 상담이 307건으로 54%를 차지하고, 의료상담이 11.3%, 출국관련 상담이 7.6%, 산재상담이 5.1%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자체 조직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각국의 이주노동자 공동체를 지원하는 데 인권모임의 경우에도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인디아 공동체가 꾸려져 활동중이며, 이주노동자의 조직과 공동 단체행동에 큰 몫을 하고 있고, 앞으로 노동조합으로의 발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2001년에는 민주노총 산하의 ‘서울경인지역 평등노동조합 이주노동자지부’가 처음으로 결성되어 이주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조직하는 시도가 있다. 지금은 신분상의 약점 때문에 노조활동이 쉽지는 않지만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라는 측면에서 큰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주노동자 권리 확보 운동은 그동안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산업연수생제도 아래에서 이들이 노동자임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으로, 연수생의 근로기준법 적용, 연수생의 퇴직금 소송등의 활동을 말한다.
그리고 외국인력 제도개선운동은 이주노동자 연대활동을 통해 이루어 지고 있는데, 2003년 7월, 산업연수제도와의 병행실시로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한 채, 고용허가제가 국회를 통과하였다. 결국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에 여전히 많은 과제를 남겨둔 채 통과된 고용허가제는 2004년 7월부터 실시된다.
지금 이주노동자 운동은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이미 지적되었듯이 이주노동자를 주체로 하는 운동을 펼치고자 하는 단체들과 종교적인 목적을 가진 단체, 이미 노동조합이 된 단체들의 갈등이 표면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허가제의 실시 여부를 놓고 이들 단체의 성격이 명백히 드러났는데,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의 존립여부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여전히 이주노동자가 활동의 객체가 되어 남아주길 바라는 입장과 천천히 고용허가제로부터 한걸음씩 나아가기를 바라는 입장, 고용허가제도 여전히 대안이 되지 못하기에 궁극적으로 노동허가제를 주장하는 입장으로 나뉘어졌다.
명백한 것은 이주노동자 운동은 이주노동자가 객체가 되어서는 안되며, 이주노동자 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조만간 이문제를 보는 시각에 따라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의 연대 활동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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