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추운 겨울날 젊은 철도 노동자가 의식을 잃은 채로 응급실에 실려 왔다. 검사결과 뇌출혈이 있어 신경외과에서 응급수술을 받게 되었다. 최종적인 진단명은 자발적인 뇌실질내 출혈과 뇌동정맥 기형이었고 직업관련성 평가를 위해 산업의학과에 의뢰되었다. 환자와의 면담과 서류조사 등을 통해 가족력, 직업력, 작업력 그리고 과로의 정도, 스트레스 등에 대해 알아보고 문헌고찰도 실시하였다. 이 젊은 철도 노동자는 동차반에서 기관차, 동차의 검사와 수선을 담당하였고 과거력과 병원검사기록을 바탕으로 하였을 때 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이나 특별한 가족력은 없었다.
이 노동자의 경우 아침 9:00 출근하여 다음날 아침 9:00까지 24시간 근무, 24시간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휴식, 수면, 식사시간을 제외한 하루 18시간, 약 한달 270시간(한달 30일 기준)을 근무하였다.
이러한 근무시간은 현행 과로사에 관한 규정에서 만성과로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일상업무의 30%이상이란 측면에서 일상업무의 35-42% 정도로 장시간 근무를 하고 있었다.(주 44시간 기준시 월 약 190-200시간, 유럽과 미국의 경우는 40시간기준임) 이는 일반적인 우리나라 월평균 근로시간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또한 일반적인 장시간 근무뿐 아니라 교대근무시에 ①연장근무는 그 작업의 성격과 작업부하가 연장근무에 적합할 때만 고려되어져야 하며, ②교대시스템은 피로축적과 독성물질에 대한 노출이 최소한으로 제한하여야 하며, ③모든 교대시스템은 적어도 이틀이상의 연속적인 주말을 포함하여야 하고 ④최소 하루에 11시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⑤ 늦은 교대(5일이상)보다는 빠른 교대(3일이하)가 바람직하다 ⑥ 시계방향 (아침/오후/저녁)이 더 역교대보다 바람직하다 ⑦ 아침교대를 일찍 시작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등 일반적으로 권해지고 있는 권고지침[작업시간 구성에 관한 유럽연합의 법령]의 상당부분이 지켜지지 않았으며, 특히 공휴일과 일요일 없이 24시간 근무교대를 하는 등 사회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데 상당한 무리가 따랐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리고 수리보수 등의 업무 이외에 철도청에서 추진하는 품질향상운동 (6시그마 운동)의 품질 분임조 서기 등의 업무를 하였다. 환자의 진술에 의하면 품질 분임조 경진대회에서 다양한 상을 수상하였다고 하고 이를 위해 업무외 시간에 일을 하고 품질 분임조 경진대회 관련 승진평가에 대한 가산점부여로 준비와 발표에 많은 고민과 스트레스가 쌓이는 등 상당한 직무스트레스가 존재하였던 것으로 사료되며, 이 외에 밤에 취하는 4시간 수면의 경우 소음과 수면시간 때문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또한 소음 등의 열악한 작업환경은 직무스트레스와 육체적 과로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뇌동정맥 기형은 선천적 질환이지만 이것이 악화되어 뇌출혈의 발생으로 이어지는데 장시간 근무, 교대작업, 직무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 환자의 경우 사망하지 않았지만 과로사로 칭한 것은 사망하지는 않았지만 뇌출혈의 성격상 정상적인 인간으로서의 기능을 상당히 잃어버려 사회적으로는 사망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재 급증하는 노동자들의 뇌심혈관계 질환 즉 과로사는 이처럼 운좋게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과로사의 주범인 노동강도 강화 저지 투쟁에 노동자들이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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