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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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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월드컵 그 찬란한 이름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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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월드컵 광풍이 지나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월드컵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남자들의 이야기 중 가장 지겨운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와 축구 이야기였다. 더욱 지겨운 이야기는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란다. 그런데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축구는 지겨운 이야기이기보다는 즐거운 이야기가 되버렸다. 사람들은 월드컵이 끝나면 다시 월드컵 예선을 보면서 월드컵을 기다린다. 4년마다 한번씩 누구나 붉은 광장을 연출해도 흠이 될 것 없는 그래서 광장도 열리고 사람들의 마음도 열리는 월드컵. 올 월드컵은 원정 첫 16승이라는 쾌거를 이루고 모두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또 다시 4년의 기다리게 만들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은 붉은 악마의 대중화를 통해 'be the red's'와 태극기를 우리 일상으로 내려 놓았다. 우리 사회에서 붉은 색과 태극기는 매우 무거운 존재였다. 그러나 한순간에 붉은색과 태극기를 일상속에 친근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저출산 시대 월드컵은 출산을 장려(?)하는 이벤트이기도 하였다. 어쨌거나 스포츠라는 경기를 통해 너와 나를 아우르는 '우리'를 연출하였다.
특히 최근 월드컵은 단순히 축구 경기만을 선사하지만은 않는다. 예전에는 티비 화면 속에 사람들이 뛰어 다니는 것만 보여주었다면 이제는 기술과 연출의 발전으로 각 스타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캡쳐해서 보여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즉, 카메라의 위치를 다양하게 선정하여 갑자기 화면이 느려지고 스타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차면서 그의 표정을 볼 수도 있고, 골을 다투는 모습도 역동적으로 볼 수도 있으며, 골 장면 역시 다양한 위치에서 보여주면서 더욱 재미를 더하고 있다. 사실상 역동적 드라마로 재구성한 것이다. 여기에다 사람들의 대중 응원과 음주와 가무 그리고 월드컵과 관련된 소품이 존재하니 월드컵의 재미는 더욱 좋을 수 밖에 없다.
월드컵은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먹는 것, 입는 것, 응원하는 것 등 월드컵 기간에는 컨텐츠는 다양하지만 사람들을 공통분모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공통분모 속에 그 컨텐츠를 즐기도록 만든다. 사실상 월드컵 기간은 스포츠의 기간이기 보다는 새로운 문화를 생산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즉 축구는 새로운 문화 양식을 생산하면서 사람들이 그 문화에 전혀 거부감 없이 익숙해 지도록 만들고 있다. 문화의 생산자는 형식적으로는 대중이지만 사실상 자본주의 상업 문화를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FIFA는 스폰서를 만들어 월드컵 기간 내내 그 기여도에 따라 기업의 광고를 허용한다. 우리는 월드컵을 보는 시간 즉, 전반 45분, 후반 45분 동안 아무런 거부감 없이 기업 광고를 보고 있다. 선수들이 뛰고 있는 바로 앞 뒤 옆 전광판에서 00 기업의 광고가 거침 없이 쏟아져나온다. 만약 골이 들어간 장면에서 전광판 기업 광고가 새겨져 있다면 그 기업은 월드컵 기간이 끝나도 기업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다. FIFA 스폰서는 월드컵 기간 중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 그 지위속에 우리는 싫든 좋던 월드컵 기간 내내 해당 기업 광고를 집중해서 보게 된다.
결국 월드컵은 대중들을 문화나 축구의 주체로 세우지 못한다. 결국 주변부로 내모는데 즉, 월드컵 기간 내에 대중들은 계산의 대상이 되고, 자본이 대중들에게 펼치는 소비 전략이 주체를 파편화 시키고 결국 개개인이 자본의 전략 또는 물질적 힘에 의해 조작되는 수동적인 주체로 전락되고 만다는 것이다. 월드컵은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킴으로서 그 속에 감추어진 모든 것들을 은폐하고 그것에 반대하여 저항하는 원인들을 사실상 제거 해버린다. 결국 허위 욕구를 끊임 없이 만들어내면서 사람들을 월드컵이라는 질서에 동화시킨다. 그래서 월드컵 시기 사장이든 노동자든 부자이든 빈민이든 월드컵 시기 모든 이를 평준화 시킨다. 즉, 사업주와 노동자가 월드컵을 같이 보고 같은 이야기를 하고 같은 신문을 보면서 같이 월드컵을 즐기고 있게 만든다. 이때 월드컵 시기에 발생하는 모든 반대의 목소리나 반대세력들이 내놓은 모든 것들을 수면 아래로 감추어 놓거나 심지어 민족적 통합시킴으로써 현상적인 갈등을 없애게 한다. 월드컵은 현상적 풍요로움을 창조해 냄으로써 부분적으로 이런 일들을 수행한다.
월드컵 처럼 중요한 국제 행사 개최에는 자국민의 희생을 따른다. 혹자는 중요한 국제 행사에 자국민의 일부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희생이 누구에게는 삶이 생존을 파괴하는 것이라면 과연 올바른 희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해 진지하게 대답해야 한다. 88서울 올림픽 때 주변 정화를 이유로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은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외면했다. 그리고 지난 2002년 월드컵 기간 동안 가슴에 묻어야 했던 효선 미순, 월드컵을 이유로 노점상들이 강제 철거를 당하고,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을 체포당한 기억이 비일 비재 하다. 2010년 월드컵은 사람들을 4대강으로부터 관심을 돌려 놓기도 하였다.
'월드컵' 그 찬란한 이름으로부터 우리는 재미를 느낀다. 하지만 그 재미가 정치경제적 이유로 누군가가 우리를 이용을 한다면 우리는 그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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