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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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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 스트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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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하루에 받는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의 정도를 무게로 측정하면 과연 얼마나 될까? 아쉽게도 스트레스를 저울에 달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그러나 그 무게는 저울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몸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음은 아마 이 글을 읽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신문지면에 나온 최근의 소식들을 한 번 살펴보자.
“... 14일 오후 국회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건강실태 발표 및 개선대책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김철홍 인천대 교수는 836명의 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요건 및 근골격계질환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개 부위 이상의 근골격계질환 관련 통증을 호소하는 노동자는 82.8%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3개 부위 이상의 통증을 호소하는 노동자도 56.1%에 이르렀다... 아울러 응답자들의 80.8%는 현재 앓고 있는 근골격계질환이 작업과의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근골격계질환으로 인해 73.3%가 정상적인 작업이 어렵다고 대답했다 ...“ <2012.03.14 미디어 오늘 기사>
“...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도 “인천공항의 승객 수는 날로 늘어가고 있지만 그만큼 노동 강도도 늘어나고 있다”며 “그런데 인력은 그대로이고 작업환경개선을 수없이 얘기해도 하청은 원청에 미루고 원청은 모른 척한다”고 말했다 ...“ <2012.03.14 미디어 오늘 기사>
이 글을 읽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절실히 공감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하루하루 계속되는 만성적인 신체적 스트레스는 노동자들을 병들게 한다.
이에 비해, 노동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 얼마 전 서울도시철도의 한 기관사가 선로로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 그 노동자는 공황장애라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공황장애는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땀이 나는 등의 증상과 함께, 죽을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2007년 카톨릭대학병원 조사에 의하면, 도시철도공사 기관사 836명 중 공황장애를 가진 기관사의 비율은 일반인보다 7배나 높았다. 우울증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각각 2배, 4배에 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1인 승무제를 기관사 정신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기관사 1인이 모든 지하철 운전, 출입문 관리, 안내방송, 객실민원 등을 처리하고, 서울-부산 운행시간을 계속 컴컴한 터널에서 2분 간격으로 가다 서다 반복해야 한다...” <2012.03.14 경향신문 기사 발췌>
위와 같은 상황에서 혼자 받는 심리적 압박감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짐작할 수 있을까?
위의 두 예가, 노동현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한 노동자 건강과 삶의 파괴를 보여주고 있다면, 아래 기사는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대한 정권의 폭력탄압으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쌍용차 노동자의 시계는 뒤로 가고 있다. 2011년 4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금속노조가 발표한 쌍용차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쌍용자 노동자 가운데 52.3%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고, 80%는 중등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2년 전인 2009년 9월 같은 단체가 조사한 결과와 비교해보면 PTSD는 42.8%에서 52.3%로, 중등도 이상 우울 증상자는 71%에서 80%로 높아졌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뜻이다...> <2011.07.15 한겨레21>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감당하기 힘든 외적 스트레스에 의해 지속적인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상을 보이며 일상적 삶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정신장애이다. 노동자들의 일상과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전쟁이나 자연재해 수준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지킬 수 있다면, 그 사회는 누구를 위한 사회인가?
작업장 밖에서도, 자본주의적 경쟁문화 및 여성차별 등 우리의 삶을 스트레스 가득 차게 만드는 다른 중요한 요인들도 있다. 필자의 지식과 지면이 부족하기에 다 다루지 못할 뿐이다.
물론, 우리는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이 생겼을 때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에 대한 치료법도 약물치료, 상담치료 등 다양하다. 심호흡도 심리적 스트레스의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침 치료를 통해 불안감이나 우울증상, 베트남전이나 걸프 전 퇴역군인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효과적으로 조절했다는 결과들도 종종 보고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받는 스트레스 원인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러한 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해 전진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치료나 관리방법들도 그야말로 “사후 약방문”이다. 심지어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현장을 통제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신체적 작업 전 스트레칭은 근골격계 증상의 예방과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평소 작업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하여 체조하도록 하고, 이에 문제제기하는 노동자를 왕따시키며, 시간 당 물량은 오히려 더 높인다면, 이는 노동자의 스트레칭이 아니라, 노동자를 더 착취하기 위한 자본가의 스트레칭밖에 안 될 것이다.
자본주의가 주는 스트레스 없는 세상에서, 노동자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오늘도 아침 점심 저녁으로 천천히 심호흡 세 번 하고 기지개 한 번 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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