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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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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2009 외국인이주노동자 노동실태 조사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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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외국인 노동자상담소
1980년대 말부터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경영계는 당시까지 단순기능 인력 외국인들의 취업을 금지하고 있던 정부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였다. 정부는 합법적 외국인력 도입 요구에 대하여 1990년대 들어 산업연수생제도 도입을 허용하였다. 그러나 산업연수생들은 ‘연수’는 없고, 오직 ‘근로’만 제공하면서도 근로자 신분을 인정받지 못하였다. 산업연수생 제도는 ‘현대판 노예 제도’라는 오명으로 유지돼 오다 2003년 8월 고용허가제도 도입으로 그 생명을 다하였고, 2007년 1월 폐지되었다. 또 정부는 2007년 3월 해외동포인력 활용 방안으로 중국이나 구 소련 동포들에 대해 방문취업제도(H-2)를 도입하였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지역에 취업중인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2000년부터 해마다 설문조사를 실시해왔다. 특히 고용허가제 도입 5년을 맞는 2009년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실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본 작업이 수행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질문지를 이용한 표본조사’(survey research)와 2005년, 2007년, 2009년 3년간의 동일 지역에서 조사한 노동실태의 변화와 추이를 알아보았다. 설문조사는 2009년 5월 26일부터 7월 27일까지 마산, 창원, 김해, 밀양, 통영, 양산, 부산 지역에서 실시되었으며 총400부를 수거하여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1) 응답자의 국적은 인도네시아 12.8%(51명), 스리랑카 12.8%(51명), 필리핀 11.8%(47명), 중국한족 11.3%(45명)을 비롯한 18개국이다.
응답자의 성별은 여자 11%(44명)보다 남자 86.3%(345명)가 월등히 많다. 연령 분포 추이는 35세 이하가 2005년 70.9%, 2007년 71.8%, 2009년 64.5%를 나타내어, 노동생산성이 높은 젊은 연령층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학력 수준은 전문대학 이상 졸업자가 40.6%로 나타나는 등 비교적 고학력자가 많다.
2) 이주노동자들은 입국 과정에서 과다한 송출비용의 형태로 뇌물을 지급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조사를 통해 ‘뇌물을 지급했다’는 응답자가 2005년 19.4%, 2007년 15.6%, 2009년 17.5%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들은 공식․비공식 경로의 입국 과정에서 송출비리의 희생자가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3) 이주노동자가 입국하여 취업하면서 가장 먼저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행태가 자신의 신분증(여권, 외국인등록증)을 압류당하는 것이었다. 이는 산업연수생제도하에서 이탈 방지를 위한 고용주의 자구책으로 정당화되고 행정당국에 의해 묵인되어 왔다. 여권 압류(사용자는 보관으로 주장함)는 2005년 47.9%→ 2007년 27.1%→ 2009년 25.8%로 줄어들었고, 외국인등록증을 압류당했다는 응답자도 2005년 16.4%→ 2007년 6.8%→ 2009년 7.3%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의 개인 신분증을 압류당하는 기본권 침해 행태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4) 이주노동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2005년 11.1시간, 2007년 11.4시간, 2009년 10.78시간으로 큰 변화가 없다. 월 평균임금은 노동시간과 야간잔업의 횟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2005년 1,117,300만원, 2007년 1,267,000만원, 2009년 1,327,900만원으로 조사되었다. 이주노동자는 숙련성과 노동생산성 등의 노동력 가치가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으며, 매년 최저임금의 인상분 외에는 임금 인상에 반영되는 것이 없다. 특히 현행 고용허가제에서는 사업장 이동 횟수의 제한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사용자와의 1년 계약 기간이 끝나도 임금이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사실상 봉쇄되어 저임금을 감수하고 일할 수밖에 없게 한다. 참고로 2008년 조사에서도 이주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이 2009년과 동일하게 132만원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2008년 하반기 이후 한국사회의 경제적 위기로 인하여 이주노동자의 실제 임금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5) 이주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12가지 항목 중(①노동시간 ②휴일 ③작업량 ④임금과 기타보상 ⑤급식 ⑥작업 안전도 ⑦숙소시설 ⑧의료 혜택 ⑨고충 처리 ⑩휴게시설 ⑪인격적 대우 ⑫외출), 가장 불만족한 한 가지 항목만을 표기하도록 한 응답에 대해 1.임금 28.6%(42명), 2.인격적 대우 12.2%(18명), 3.작업량 9.5%(14명)순으로 나타났다.
6) 이주노동자들의 직장 생활에서의 애로사항을 조사한 16가지 항목 중(①장시간 노동 ②열악한 작업환경 ③직업병 ④산업재해 ⑤임금체불 ⑥낮은 임금 수준 ⑦빠른 작업 속도 ⑧한국인 노동자와의 갈등 ⑨한국인 직장상사와의 갈등 ⑩조롱과 욕설 ⑪몸수색 ⑫여권․등록증 압류 ⑬폭행 ⑭성희롱 ⑮성폭력 ⑯외국인에 대한 차별), 가장 불만족스러운 한 가지 항목만을 표기하도록 한 응답에 대해 1.낮은 임금수준 19.4%(31명), 2.임금체불 16.9%(27명) 3.외국인에 대한 차별 13.8%(22명) 순으로 나타났다.
7) 직장내 폭행 피해 경험에 대해 응답자의 11.5%(46명)는 폭행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직장내에서 상당수의 이주노동자가 폭행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련 행정기관의 주의가 요구된다. 이중 고용허가(E-9) 응답자는 47.8%(22명)였다. 직장내에서의 이주노동자 폭행은 국가와 공공기관이 관리와 제도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고용허가제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폭행 가해자는 ‘한국인 노동자’가 54.2%(26명)로 가장 많았으며, ‘직장 관리자’ 25%(12명), ‘사장’ 10.4%(5명), ‘기타’ 8.3%(4명), ‘직장내 외국인노동자’ 2.1%(1명) 순이었다. 폭행을 당한 이유는 ‘외국인이라서’라는 응답이 37.5%(18명)로 가장 많았고, ‘한국어를 이해 못해서’ 20.8%(10명), ‘작업 중 실수’ 16.7%(8명), ‘말, 행동이 상대방의 오해를 일으켰다’와 ‘모르겠다’, ‘기타’가 각각 6.3%(3명), ‘일을 잘 못하는 이유 때문에’ 4.2%(2명), ‘문화 차이’ 2.1%(1명) 순이었다.
폭행이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는 명령 체계나 의사소통 문제가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의 업무는 명확한 직무상의 지시 체계가 없고 현장의 한국인 동료들로부터 대부분 작업 지시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갈등과 시비의 소지가 높은 환경이 폭행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8) 이주노동자들의 일상 생활에서의 애로 사항을 조사한 10가지 항목 중(①음식 ②의복 ③주거/숙소 ④금전 문제 ⑤결혼․성생활 문제 ⑥건강문제 ⑦기후․날씨 적응 ⑧언어․의사소통문제 ⑨문화적 차이․갈등 ⑩브로커에 의한 갈취) 가장 불만족스러운 한 가지 항목만을 표기하도록 한 응답은, 1.언어문제 26.7%(54명), 2.금전 문제 21.3%(43명) 3.브로커에 의한 갈취 13.4%(27명) 순으로 나타났다.
9) 이주노동자들이 한 달 평균 본국으로 송금하는 금액은 2005년 72.48만원, 2007년 88.02만원, 2009년 85.58만원으로 나타났다. 송금액은 한 달 수입의 약 64%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응답자 중 56.6%는 한 달 생활비로 30만원 이하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10)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와 보건안전교육 실태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규건강진단을 실제 받아 보지 못한 이주노동자가 2005년 37.0%, 2007년 41.2%, 2009년 30.8%로 조사되었다. 작업장에서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아 본적이 없다는 응답이 2005년 41.8%, 2007년 45.8%, 2009년 38%로 조사되었다. 또한 ‘산업재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주노동자가 2005년 27.3%, 2007년 42.2%, 2009년 32.5%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는 산업재해를 당해도 치료비용을 상당수가 자신이 직접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산업재해를 당한 후에 전적으로 이주노동자의 개인 비용으로 치료하는 비율이 2005년 23.4%, 2007년 31.0%, 2009년 16.2%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이 근무하는 작업 현장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것임과 동시에 위험 요인이 많은 사업장일수록 강화되어야 하는 안전교육이 제대로 실시되고 있지 않음을 드러내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세한 사업장에서 안전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은 언어적인 문제로 인해 쉽지 않은 문제이다. 따라서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안전교육에 관한 국가적인 관리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외국인력이 유입된 이후 정부 정책의 기조는 산업연수생 제도에서 고용허가제로 바뀌었지만, 비전문 외국인력을 필요로 하는 국내 제조업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대표되는 임금 착취적 구조 속에 안존하고 있는 현실은 변함이 없다. 정부가 숙련 기능 인력을 양성하려는 노력 없이 부가가치 창출이 낮은 한계기업의 저임금 전략에 맞추기 급급한 초과착취 구조를 유지하는 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인권 침해는 불가피한 산물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미등록 체류자를 줄이기 위해 인권침해 비난을 무릅쓰고 공권력을 무리하게 동원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 10명 중 2명은 5년 이상 장기 미등록 체류자라는 사실에서도 정부 외국인력 정책의 획기적 전환에 대한 필요성은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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