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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편집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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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성산 암데코를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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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암데코를 찾아서…
교육편집팀
대한민국 기계공업의 메카 창원. 그 명성에 걸맞게 창원에는 대규모 공장들이 많다. 그리고 80년대부터 활발했던 노동운동의 영향으로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노동조합들이 많다.
하지만 창원에는 그 많은 대규모 공장들보다 수십, 수백 배는 많은 작은 공장들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대규모 공장들이 구조조정이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직접 생산하던 것들을 외주로 하청으로 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더 많아졌다. 그 수많은 작은 공장들 중에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열 손가락으로 꼽는다. 조합원 수가 몇 명되지 않아서 혼자 힘으로는 노동조합을 만들기도 힘들다. 그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만든 노동조합이 바로 지역금속노동조합이다.
틈만 나면 사측과 티격태격하고 사측의 태도가 영 성의 없다 싶으면 시도 때도 안가리고 노동부 앞에 자리까는 이들. 그들이 바로 지역금속 노동자들이다. 아마 사람들은 그들 덕분에 이곳이 노동자들이 일하며 사는 곳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건 아닐까?
물론 노동조합이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 노동조합이 제대로 인정받고 자리잡기까지 해야 할게 많아서 그럴 수 있다. “처음엔 다 그런거야. 우리도 다 그랬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칙을 지켜가며 앞서서 싸우는 사람이 드문 지금 세상에 그들을 투쟁을 그런 말로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진행 중이다. 마창지역에서도 2004년에 이어 지역조사단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십 개의 금속노조 지회 중에 지역조사단에 의한 조사를 결의한 곳은 겨우 6-7군데 뿐이다. 그 중 두 곳이 지역금속 소속 지회이다. 지역금속 노동자들의 투쟁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 중 한곳 성산 암데코를 찾았다. 팔용동 창원대로변에 위치한 성산 암데코는 장비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작은 회사다. 원래는 장비 생산(MCT장비를 인덱스테이블이라는 자동화 장비로 생산)을 주로 했는데 4-5년전부터 자동차 부품(브레이크 라이닝)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오히려 자동차 부품 생산이 더 주가 되었다.
노동조합 조합원이 25명, 전체 직원이 40여명 남짓한 작은 회사인 성산 암데코에서 어떻게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었을까? 노동조합 설립과정에 대해 여쭈었더니 무척 신나하시며 앞다투어 얘기하신다.
몇 년전부터 몇 분이서 노동조합 설립을 모색하고 있었는데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중 결정적인 계기가 생겼다. 2004년 12월, 회사 모 부장이 송년 모임에서 가공반을 없앤다, 전부 외주로 한다, 부품사업부가 2005년에 천안으로 이사를 간다는 얘기를 누출시킨 것.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일하던 사람들은 모두 밥줄이 끊기니까 그냥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사람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35명까지 조직을 했다가 회사에서 치고 들어와서 14명까지 줄어들었다. 결국 14명으로 2005년 초반에 노동조합 설립보고대회를 하고 그 이후 다시 30명까지 회복시켰다. 당시 가공반 같은 경우 2명 빼고 모두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던 것이 노동조합 설립에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입사할 때는 두 사람만 당원이었는데 한 사람 한사람 늘려갔다. 회사에서 이런 사실을 눈치채고 가공반을 아예 없애려고 하다가 오히려 된통 당한 꼴이 됐다. 이런 걸 보고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하던가. 생계를 잃을 뻔한 노동자들이 합심하여 투쟁했더니 생계를 지켰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그 이후로는 예전보다 좀 더 나은 작업환경과 노동조건 속에서 자유롭게 일하게 된 것이다. 노동조합 설립과정에 대해 자랑스럽게 얘기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나서 작업환경이 다소 개선되었다고 한다. 부품 사업부 같은 경우 24시간 돌아가고 집진시설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서 겨울에 창문을 닫아 놓으면 오일미스트 때문에 온통 뿌옇게 변했고 기계 관리도 제대로 안되고 있었다. 노동조합 만들어지고 나서 기계마다 카바를 씌우고 집진기를 설치하는 것을 첫 번째 사업으로 추진했다. 오일미스트가 머리에 내려앉아 부분탈모가 있었던 분들도 많았는데 집진설비를 설치하고 나서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이다. 하지만 기계가 노후화되어 아직 바닥에 기름이 많다. 올해 12월에 공장이 마산으로 이전할 예정인데 그때 작업환경을 더 개선하려고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부품사업부는 30초에 한번씩 반복작업을 하고 있는데 최하 2Kg인 제품을 들었다 놨다 해야 하고 잔업을 포함해서 하루 10시간 이상을 주야 맞교대로 작업하고 있다. 장비사업부는 공간이 좁아 기계를 밀착시켜 놓아서 작업자세가 불량할 수밖에 없다. 허리 통증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다. 지그 볼링실에 근무하시는 분은 현재 산재로 요양 중이다. 뿐만 아니다. 천안에 만도와 합작해서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해서 물량을 많이 가지고 올라가서 여기 물량이 한정되다보니 노동자들이 느끼는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장비사업부는 수주가 안돼서 일이 많이 없는 상태이다. 물량으로 인한 스트레스 또한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래저래 현장에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유해요인이 너무 많아서 노동조합 회의를 통해서 지역조사단 동지들과 함께 유해요인조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2/4분기 산보위에서 합의를 했다고 한다.
현재 조사를 완료하고 조합원 토론까지 마친 상태다. 일부 조합원들은 관심이 매우 많고 조사과정에도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이후 작업환경 개선과정이 조금 걱정이다.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설비 자체를 개선해야 하는데 회사가 워낙 규모가 작고 열악해서 설비를 개선할 경제적인 여력이 안 되는 것이 걱정인 것이다. 조합원 토론 과정에서는 인원채용문제와 작업환경개선 문제가 가장 많이 얘기되었다. 마산으로 이전할 때 작업환경개선을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다. 새 공장 배치 계획을 잡을 때 노동조합이 1차 검증을 하고 실제로 설치하기 전에 배치도 다시 한번 점검하기로 이미 산보위에서 합의도 했다. 임단협 이후에 이전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는 이전문제에 대한 대응이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될 것 같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유해요인조사 전반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렸다. 처음에 근골유해요인조사 회의에 참석했을 때는 많은 사업장들이 결합할 것처럼 하다가 나중에는 7개 사업장만 참여하는 것을 보고 아쉬웠다고 하신다. 이후에 조사 끝내고 각 사업장별로 대책마련에 급급할 것 같아서, 지역차원으로 이슈화시켜내기 못할 것 같아서 아쉽다고.
얘기하는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다들 즐거운 표정이셨다. 특별히 재미있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뭐가 그렇게 즐거우셨을까? 성산 암데코 노동조합 동지들을 만나면서 생동감을 느꼈다. 몇 년 전 노동조합을 설립한 과정에서의 투쟁, 올해 초 부당인사에 맞선 2주간의 파업투쟁 등 과거의 투쟁들이 전설처럼 기억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동지들의 투쟁 속에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의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대응투쟁은 조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조만간 있을 공장이전 대응투쟁과 함께 어우려져 있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각각 따로 있지 않고 함께 어우려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성산 암데코 동지들의 힘이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산 암데코 동지들이 지금 모습 그대로 꾸준히 투쟁하실 거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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