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현장 대책위 간담회와 교육이 끝나면 조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조사를 시작하려니 많은 것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보다 객관적인 조사를 하려고 하면 우리보다는 전문가가 더 잘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전문가 수준의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역시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지배계급은 책을 통해서 지식을 쌓지만 피지배계급은 실천을 통해서 지식을 획득한다고.. 조선시대 양반계급은 사서삼경을 외우면서 그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웠지만, 민중들은 부모님을 따라 다니면서 농사일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그를 통해 언제 벼를 심어야 하는지, 폭풍이 언제 올 것인지 그에 대한 대책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파업을 통해 노동자인 것을 자각하고 옆에 있는 동지들이 그리고 나 자신이 인간임을 선포하였듯이 노동자 민중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실천을 통해서 자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근골격계 유해 요인 조사는 노동자들이 시작한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투쟁을 시작하면서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런데 그 투쟁의 결과물을 소위 전문가라는 작자들이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자본가들과 결탁을 해 노동자들의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사측이 말하는 전문기관이란 그리고 자신이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자들은 책을 통해서 지식만을 쌓아왔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에 대해 우리는 분명히 분노해야 합니다. 현장 동지들의 건강권을 가지고 돈벌이하려는 그들을 반드시 응징해야만 합니다. 지난 근골격계 투쟁의 과정속에서 지키고자 하였던 원칙들.. 현장 조합원들에 대한 동지애가 우리 현장 조사단에는 녹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보다 우리가 훨씬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대의 강점입니다. 설마 바로 옆에 있는 동지들보다 '전문가'들이 더 조사를 잘할 것이라고 믿는 동지들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근골격계 지역 조사단은 새로운 연대 질서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연대만이 아닌 하나된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이렇게 모인 것입니다. 우리가 사내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조건까지 포괄하자라고 결의한 이유는 바로 하나된 투쟁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내가 속해 있는 사업장만 아닌 바로 옆에 있는 동지의 사업장 조사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이유도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실천입니다. 조사를 시작하면 많이 힘들 것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고, 빡빡한 일정에 피곤할 수도 있고, 의견 다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우리 조사단이 가고자하는 것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동지들을 한번 힘차게 믿고 힘차게 사업을 진행합시다.. 그리고 힘들어 하는 동지들을 항상 격려하면서 함께 갑시다.. 이땅의 노동자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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