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자연은 밥이요 음악은 반찬
여보게 어디까지 갔나/여보게 무얼 보았나/어디에 행복이 있던가/어디에 사랑이 있던가’(한치영 작사·곡·노래 <여보게> 중), 임정애 기자 / waa@dominilbo.com
한치영·한태주 부자 공연
△한치영씨는 1982년 제3회 강변가요제에서 그룹 ‘결사대’의 <나빠>로 금상을 수상하고 1년 간의 방송활동 뒤 은퇴, ROTC로 군복무, 국민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청와대 대통령 경호원으로 1년 정도 활동했다. 그 기간 중 맞선을 통해 만난 김경애(48)씨와 결혼을 했고 틀에 갇힌 삶이 싫어 경호원을 그만둔 뒤 방랑생활을 시작했다. 아들 한태주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지금까지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은 채 자연을 친구로 지내고 있으며, 초등학교 4학년 때 선물로 받은 흙피리를 혼자 익혀 2002년에는 스스로 만든 곡들을 모아 <하늘연못>이라는 앨범을 내기도 했다. 한치영씨는 지금까지 5집 <우리들의 시인> 등 5개의 음반을 발표했다. 지금은 건반연주를 하는 부인 김경애 씨, 아들 태주군과 함께 3년 전부터 지리산 하동 악양에 잠시 머물고 있다. 10일 오후 7시 30분 창원 성산아트홀 공연 ‘여보게 무얼 생각하나/여보게 무얼 원하나/무엇을 이루려 하는가/무엇을 남기려 하는가 가지면 가질수록/초라한 삶의 모습/나누면 나눌수록/커지는 삶의 향기 영화 <효자동 이발사>에서 대통령 못지 않은 세도를 부리던 경호실장의 모습을 기억하는지. 그 시절에는 그랬다. 경호실장까지 볼 것도 없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때까지도 청와대 경호원이라면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자리를 박차고 나와 기타 하나 달랑 메고 가족들과 그저 바람처럼, 구름처럼, 냇물처럼 자연을 떠도는 생활을 택한 그에게서, 초등학교 이후로 제도권 교육을 거부하고 자연과 함께 자란 그의 아들에게서, 권력도 재물도 모두 버리고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그 가족에게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본다. 신기한 일이다.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진 ‘생태가수’ 한치영(49)씨, 그리고 ‘흙피리 부는 산골소년’ 한태주(18)군. 그들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자연과 음악뿐이다. 그러니 기타소리에, 흙피리(오카리나) 소리에 담긴 것도 자연이고, 그들의 음악이 바람소리고 새소리고 물소리다. 그래서 그들의 연주를 들으면 꼭 거칠 것 없는 푸른 벌판 위에서 바람에 눕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풀들과 함께 종종거리는 새를 보고 눈부신 해를 보고 푸른 하늘을 보는 것만 같다. 그렇게 그들 자신이, 그들의 음악이 자연을 닮아서일까. 한치영·태주 부자의 음악은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때묻지 않은 눈과 귀로 보고 듣기 때문일 게다. 버리면 버릴수록 남는 것이 더 많아진다는, 뜬구름 잡는 듯했던 이야기를 고스란히 생활로 보여주고 있는 이들 부자의 연주. 그 음악을 만나보자. 동요가수 이성원씨가 함께 해 더 풍요로운 자연의 소리를 들려준다. 오는 10일 오후 7시 30분 창원 성산아트홀 대공연장. (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경남지부 주최. 일반 1만5000원, 학생 1만원. (055)282-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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