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쥐마왕 |
|
 |
|
지리산에 올라서.. 셋째 날 |
|
지리산에 올라서.. 셋째 날
통천문을 통과하면서..
하늘로 통한다는 문.
거의 기어가다 시피 하는 나에게 대장은 죄를 빌어라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다시 대장은 말을 이어간다.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고 한다.
헥헥 거리면서 통천문 앞에 섰다. 통천문이라고 한문으로 커다랗게 써 있다.
바로 그 문을 통과할 수 없었다.
순간 수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왜 통천문이라고 붙였을까?
인간이 그것도 살아 있는 인간이 건방지게 하늘로 통하는 문을 통과한다는 그것이 죄가 아닐까?
난 하늘로 향해 소리쳤다.
“내가 너무 많은 죄를 지어서 이 문을 통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인간은 너무나 많은 죄를 짓고 살아간다. 그 죄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불교에서는 ‘업보’라고 한다. 전생에 지은 업이 현생에 푼다고 한다. 환생..
그런데 우리가 환생을 인정한다면..
지금 부자는 전생에 좋은 일을 해서 부자이고, 지금 고통 받는 가난한 이는 전생에 악한 일을 해서 그렇다는 운명론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는 운동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통천문을 걸어갔다. 힘도 든 것도 사실이지만 발걸음도 무거웠다.
너무 감성적인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죄를 지은 사람은 통과할 수 없다는 장난스런 대장의 말이 너무 무겁게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난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두려웠다. 처음 가는 길이라서 그런 것일까?
통천문을 통과하니 천왕봉이다.
높은 곳이다. 겨우 기어 올라 간 것 같다.
천왕봉에 올라서서 주위를 내려다 본다.
그런데 이제 곧 내려 가야 한다. 허무함이 밀려온다..
다시 생각했다. 왜 이렇게 힘들게 올라왔을까?
산에 오르는 이유는 산에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 자신을 아주 보잘 것 없는 정도로 작게 조망하면서 진정한 자신을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이 작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정말 허무하다.
내려가는 길이 꿈 만 같다..
무례한 손님들과 스님
스님은 불경을 드리고 있다. 스님의 불경 소리에 맞춰서 신자들은 절을 한다.
절안은 조용한 분위기다. 따스한 햇살과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에 지쳤던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것 같다.
자연이란 무엇인가? 과연 힘들게 왜 산을 올랐는가? 이런 생각을 하기에 적당한 분위기다.
그런데 잠시.
등산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한 무리 온다.
땡벌~~ 땡벌~~ 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시끄럽다. 그들은 큰 소리로 휴대폰 벨 소리까지 틀면서 조용한 절을 깨운다. 소란스럽다.
잠시 짜증이 났다. 한 소리하고 싶었지만 스님이 외는 경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을 다 잡고 있었다.
소란스러운데도 불구하고 스님은 한결같다.
신경쓰지 않는 듯 경을 다 외우고 신도들과 담소를 나눈다.
계속 밖은 소란스럽다.
그들은 법주사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 촬영한다고 자리 잡는다고 소란을 피운다.
그때 스님이 밖으로 나오셨다.
그러자 그들은 스님을 향해 사진을 함께 찍자고 큰 소리로 말한다.
난 스님이 한 소리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무례한 그들에게 오히려 웃으면서 ‘몽타주가 못났어요’라며 자신을 낮추면서 무례한 손님들을 다시 웃게 한다.
그리고는 조용히 사라진다. 무례한 손님들도 조금 후 자리를 떠났다.
난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따스한 햇살과 풍경소리를 들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지리산을 내려오면서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잠이 들기 전까지 했다.
단순히 그 생각만 한 것이 아니다. 지리산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순간 나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누워 있던 난 벌떡 일어났다.
바로 이것이다.
자연은 곧 법계사 스님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무례한 손님이 찾아와서 절의 고요함을 깨웠지만 스님은 자신의 일만 묵묵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리산도 마찬가지다. 수 많은 인간들이 무례한 인간들이 산을 지저분하게 만들었지만 지리산은 개의치 않은 듯 자신의 일을 계속한다.
또한 스님이 자신을 낮추었던 것처럼 자연 역시 무례한 인간들에게 자신을 낮춘다. 오히려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그것이 지리산이었다.
인간은 자연에게 무례한 손님이고, 자연은 스님이었던 것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