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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차 용접사의 폐암, 원인은 '크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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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바로알기] 30년차 용접사의 폐암, 원인은 '크롬'
조현미 기자 09-03-11
폐암의 원인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흡연이다. 하지만 직업병으로 폐암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30년 동안 용접사로 일한 정용상(가명·51)씨가 그랬다. 고등학교 때 용접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을 계기로 정씨는 30년간 용접사로 일했다. 일을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 77년. 대형선박의 블록을 조립하는 공정이었다. 83년부터 1년간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공장 건설현장에서 일을 했다. 솜씨가 좋다 보니 여기저기서 정씨를 부르는 곳이 많았다. 제철소·산업단지·건설회사로 옮겨 다니며 용접작업을 했다.
정씨는 간단한 아크용접에서부터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하는 아르곤용접까지 다양한 작업을 했다. 작업을 할 때면 늘 뿌연 미세먼지가 일어났다. 재료와 재료 사이의 빈틈을 메워 주는 용접봉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용접흄’이었다.
30년 뒤 폐암 진단
그는 1년에 평균 10개월 정도 일했다. 하루 평균 9시간 이상씩 노동을 해야 했다. 바쁠 때는 하루 14시간 이상 용접봉을 잡았다. 용접을 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불편하기도 했지만 용접흄에서 크롬이 나온다는 사실도, 크롬이 폐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그렇게 30년을 일했다.
정씨는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며 일을 했기 때문에 채용될 때마다 건강검진을 받았다.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그러던 중 2006년 1월 전남 여수의 설비 보수업체에 입사하면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폐가 좋지 않다는 소견이 나왔다. 그해 2월 재검 결과 큰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고, 4월 대학병원에서 폐암진단을 받았다.
폐암 일으킨 크롬
30년 동안 용접을 했던 정씨가 폐암에 걸린 원인은 크롬 때문이었다. 비철금속을 용접할 때 사용하는 용접봉에는 크롬과 니켈이 함유돼 있었다. 폐암은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면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정씨는 폐 절제 수술을 받았다.
크롬은 단단하면서 부서지기 쉬운 회색 금속이다. 여러 형태의 산화화합물로 존재한다. 특히 6가 크롬 화합물의 경우 강력한 산화제로 암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크롬은 금속제품 탱크 제조·금속가공제품 제조·조립금속 제품 제조 과정에 사용된다. 용접재료나 도금의 원료, 도장용 재료로 쓰인다.
방독마스크 반드시 착용해야
크롬을 취급하는 노동자들은 반드시 방독마스크 등 개인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사업주는 환기시설을 설치하고 6개월에 1회 이상 작업환경을 측정해 작업장의 크롬 노출수준을 측정해야 한다. 특히 사업주는 크롬의 유해 위험성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노동자에게 교육해야 한다. 정씨처럼 용접작업이 폐암을 불러올 줄 모르고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비치해 두는 것은 기본이다. 크롬을 취급하는 노동자들은 정기적으로 흉부 방사선 검사와 신기능 검사, 객담 세포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크롬에 노출됐을 경우 증상은?
크롬을 흡입하면 기침이나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정씨처럼 폐암에 걸릴 수 있다. 코의 중간막이 뚫리는 ‘비중격천공’이 발생해 코막힘·코피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급성 건강장해로는 피부접촉에 의한 피부궤양·접촉성 피부염·코 자극증상과 궤양·위장장해·후각손상·치아와 혀의 변색 등이 발생한다. 만성 건강장해로는 치아와 눈의 염증·만성기관지염·코와 관련된 염증·면역 저하에 따른 급성 화학성 폐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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