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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과 어머니
박 훈 (변호사)
전태일 열사는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는 일종의 신앙이었다. 종교적 신앙이 아니라 신념의 신앙이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에게는 올바른 길을 가르쳐주는 선생이었다. 전태일 열사는 유언으로 자신의 어머니였던 이소선 여사에게 “자신의 길을 이어 달라”고 하였다. 그 어머니는 억장이 무너지는 아들의 죽음 앞에 다짐하고 다짐하였다. 모든 것을 바쳐 아들의 길을 이어가겠다고. 그리고 어머니는 갖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독립운동하다 처형당한 아버지의 (이소선 여사의 아버지는 3살 때 일제에 의해 처형당한다.) 뒤를 이어 그리고 분신한 아들의 뒤를 이어 형극의 나날을 보냈다. 개인으로 보면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삶이었을 것이다. 처형당한 아버지, 분신한 아들, 유신정권과 전두환 정권에 맞서 감옥 가는 자신의 삶. 그러나 어머니는 굴하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받아들였고 줄기차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한국전쟁이후 처음으로 노동조합다운 노동조합이었던 청계피복노조를 만들고 지켜내어 박정희 정권의 몰락을 재촉하였다. 투쟁의 현장에 언제나 어머니는 서 있었다. 남들이 지치고 힘들어서 떠난 자리에 어머니는 항상 있었다. 생애의 마지막까지. 어머니는 전태일의 어머니가 아니라 당당한 투사로서 노동자의 어머니로서 올곧은 삶을 사시다가 한 생애를 2011년 9월3일 마감하였다.
어머니는 항상 노동자의 투쟁과 단결을 외치셨다. 생애의 마지막까지. 그러나 현실은 어머니의 바람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노동조합들은 더 이상 싸우지 않는다. 비정규직과의 연대는 입 발린 소리에 불과하다. 차이는 크게 보이고 같음은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고 답답한 현실에 그리고 어머니의 영면에 가슴만 답답하다. 삼가 이소선 여사의 명복을 빕니다. 謹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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