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미특수강 노동조합 고용특위 권기식 사람은 누구나 모두 건강하게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산업현장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다.
한해 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인해 목숨을 잃고 몸을 다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중에 산재로 처리되어 치료를 받은 경우도 있지만 열악한 중소사업장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보상은 커녕 치료비 한푼 받지 못하고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할 때마다 서글픔과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대한민국은 산업재해왕국이라는 감투를 쓰고 있는 것이 당연하고 그 오명을 벗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98년 방만한 경영과 무리한 확장으로 회사가 쓰러지면서 내가 현재 소속되어 있는 삼특 고용특위 동지들도 젊은 층에 속하지만 모두 다 하나같이 성한 곳 하나없는 몸뚱아리를 겨우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더럽다 못해 목숨을 끊은 동료는 둘째로 치더라도 다치고 병들어도 제대로 치료 한번 받을 형편이 안되다 보니 이제는 하나 둘씩 쓰러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고용특위 투쟁과정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양영대 동지는 현재 최초
요양이 불승인되어 심사청구를 해놓고 있는 상태다.
사업주 청문협의회까지 개최해 가면서 찾은 저들의 불승인 사유는 어이가 없게도 우리가 사업주 지배관리하에 있지 않았고 본연의 업무인 용접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고용승계 의무를 어겨가며 우리를 현장 밖으로 내몰 때는 언제고, 고등법원까지 복직 판결을 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으며 고용승계 투쟁을 하게 만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현장 안에 없었다고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동자를 착취하여 배불리 살아가는 자본가의 억지에 불과하다.
그래도 일터에 돌아가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4년이 다 되어가는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서울역에서 반년동안 노숙 투쟁을 전개하였고, 수많은 항의 집회와 몸싸움 그리고 얼마 전 고용승계과 원직복직을 위한 전국자전거순회투쟁, 또 앞으로 계속될 투쟁........ .
이러한 투쟁 속에서 건강하던 나에게도 병이 찾아왔다. 금속연맹과 마창·거제 산추련에서 실시한 장기휴업자에 대한 건강 검진을 받은 후 나를 포함한 고용특위 동지들 여러 명
이 투쟁과정에서 병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랜기간 동안의 투쟁 속에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탓에 병이 찾아온 것이다.
처음에는 상당히 충격을 받아 며칠 밤잠을 설치면서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이제는 현실로 받아들이며 치료도 받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병이 나면 고통과 경제적인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인데 고용과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병을 치유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더
구나 억울한 것은 투쟁을 함께 하고있는 어느 누구도 이러한 상황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과거처럼 일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소망뿐이었는데, 작업장에서 억지로 끌어내어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이제는 병까지 얻게 만든 자본의 논리에 치가 떨린다.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노동자다. 유식한 말로 임노동자라 했던가! 단돈 몇 푼이라도 임금을 지불하는 자본가가 있는 것이다. 이 자본가에게 노동자의 건강을 훼손시킨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우리 고용특위는 집단으로 산재 신청을 준비중이다.
우리의 주변에는 일하다가 다쳤으면서도 회사측 눈치보느라 아니면 혹시 나에게 불이익이 올까봐서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고 보상은 커녕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산업재해는 일어나고 있다. 이 재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고 후세들에게는 깨끗한 일터를 물려주도록 하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