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고 초기 대응의 중요성
편집위원회
중년의 아주머니께서 전화를 주셨다. 상담을 진행하는 중 말속에 껄끄러움이 묻어난다. 이유는 좋게좋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며, 본인의 사업장이 산재 가능 사업장인지, 본인이 대상인지도 모르고 일만하다 다치고도 좋게좋게를 이야기 하신다.
재해자는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 이후 경추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병원에선 “이런 걸로 산재 안됩니다”라고 하는데 사실 본인도 꼭 산재로 처리할 마음은 없으시다며, 산재 외에 회사에서 병원비나 병가를 줄 의무는 없냐고 물어 보셨다. 사실 이런 일은 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유는 첫번째로 불이익이 걱정되어서 일 것이고, 두 번째는 산재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사업주 눈치가 보여서 일 것이다. 누차 여러 가지 얘기를 주고 받았지만 재해자는 회사에서 조금 처리만 해 준다면 산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셨다.
상담건을 잊고 있을 무렵 재해자가 사무실을 찾아오셨다. 이유는 회사에서는 더 이상 병가를 줄 수 없다며 출근을 요구하고 있지만 몸이 낫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담 당시 경추추간판탈출증에 대해 다른병원의 소견을 받아보시라는 이야기를 했으나, 그도 재해로 인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소견을 받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런데 상담중이던 재해자가 아픈 곳은 목이 아니라 팔꿈치라고 하셨다. 침 치료로 파랗고 노란 멍자국들이 있는 팔꿈치를 보여 주시며, 넘어지면서부터 팔꿈치가 아파서 병원을 가게 되었다고 그런데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더니 경추추간판탈출증으로만 진단을 했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더 이상 휴직을 줄 수 없다고 하고, 치료는 받아야 하니, 5시에 업무를 마치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 했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 회사에서는 다른 곳으로 전출을 보내겠다고 하고 있었다. 재해자는 그동안 참았던 이야기들이 토해져 나왔다. 식품전시와 판매 업무를 맡고 있던 재해자에게 직원들 점심조리일이며, 화장실청소며 명절엔 떡 심부름 까지 했다고.. 하루 10시간에서 많게는 12시간까지 일을 하면서도 잔업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등 재해자는 더 이상 그곳에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했다.
이런 경우 다시 팔꿈치에 대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최초 진단이 잘못되고 보니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처음 내원한 병원에서는 경추추간판탈출증만 진단되었다고 하고, 다른 병원에서는 재해 이후 시일이 너무 많이 경과되어 진단을 할 수 없다고 하고, 병원을 신뢰하고 치료를 받았던 재해자는 하소연 할 곳이 없어진 것이다.
보통의 경우 경미한 사고에 처했을 때 재해자는 하루이틀 아프고 말겠지 하며 참는다. 그러나 이렇게 시간이 경과하여 진단을 받은 경우에도 근로복지공단은 불신의 시선으로 재해자를 바라본다.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 진단조차 받기 힘들어졌을 때는 더욱 상황이 어려워 지는 것이다.
사업주 눈치 때문에, 쫒겨 나면 먹고 살 걱정 때문에 참고 견디기만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아픈 곳의 정확한 상병명은 무엇인지, 어떻게 다치거나 통증이 발생하였는지, 재해가 있었다면 목격자는 있는지, 등의 최소한의 근거라도 만들어 두어야 할 것이며, 끝으로 이렇게 까지 힘든 결정을 하지 않더라도 마음편히 치료받을 수 있는 산재보험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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