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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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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진보정당의 의회진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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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은 진보정당의 의회진출이 거의 확실시 되고 대통령 탄핵과 맞물린 개혁적 성향을 띄는 열린 우리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와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의 공동 몰락을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가운데 치러졌다.
6시 선거가 끝나면서 열린 우리당의 압승이 확실시되고 민주노동당은 10-12석을 확보 할 것이라는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는 분명 역대 총선과는 다른 모양새였다.
무엇보다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득표 분포도는 전국적으로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면서 적어도 앞으로의 한국사회에서는 진보정당은 빨갱이라는 등식은 사라질 듯 하다.
10명의 민주노동당 당선자가 확정이 된 다음날 각 현장은 잠시나마 활기를 찾는 듯 했다. 현장 곳곳에서는 민주노동당의 당선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이제 뭔가가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넘쳐났다.
분명 뭔가가 변할 것이고 변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총선이 치러진지 한달을 넘기고 있다. 그 동안의 민주노동당의 행보는 대중매체를 통해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기존의 보수정당과는 분명히 다른 많은 국민들의 호감을 사고 있는 젊고 패기 있는 정당의 모습이다. 홈페이지나 논평을 통해서 접하는 민주노동당의 그것과도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어찌 보면 무리이고 억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을 선택한 많은 노동자들에게 바람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 듯싶다.
우리나라의 진보정당 역사를 살펴보면 대중운동을 앞질러 성장하기는커녕 비슷하게 성장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었다.
다른 영역에서는 우리의 목소리를 충분히 내어왔고 성장해왔지만 유독 정치영역에서 만큼은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래도 정치영역으로의 진출을 위한 진보정당 건설 투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96년 말 노동법 날치기 통과로 전국의 주요거리는 붉은 머리띠의 노동자들로 넘쳐났다. 연일 계속 되는 총파업투쟁은 대다수 국민들의 동의를 얻었고 야권까지 장외투쟁을 선포할 정도로 승리는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되었건 총파업투쟁은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고 현장에서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어줄 국회의원!!”이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정치영역으로의 진출을 고민하는 활동가의 숫자도 늘어 갔다. 그렇게 시작한 민주노동당이 이제는 9시 뉴스에서도 동정을 살펴볼 수 있을 만큼 성장해서 현장을 넘어 정치영역으로 이전한 수많은 활동가들의 노력이 그리 헛되지는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로 우리의 목소리가 정치영역에서도 외쳐지기 시작할 것이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노동당 역시도 이번 선거 결과에 상당히 고무되어 2010년 총선에서 제 1당으로 2012 대선에서는 집권이라는 야심만만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국회의원이 1명도 아니고 10명이나 있는데 우리의 현장은 총파업으로서 그들에게 역할을 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IMF 이후 무차별적인 자본의 횡포에 찍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도 못한 체 밀려서 이제는 목줄을 움켜지고 있는데도 변변찮은 저항한번 해보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렇게 많은 열사들이 생겨났어도 제대로 된 투쟁한번 하지 못하고 이행도 되지 않는 합의서 하나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식하게 현장을 돌면서 관리자들과 멱살잡이 하면서 싸움만 일으키는 간부보다는 협상 테이블에서 하나라도 더 챙기는 간부가 더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정규직으로 취직해서 묵묵히 현장을 조직하는 활동가 보다는 비정규직 철폐 머리띠를 두르고 멋들어지게 선동하는 활동가가 더 대접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운동의 위기란 말은 몇 년 전부터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이 그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정치영역에서 이제 겨우 첫 발을 내딛은 진보정당이 수년에 걸쳐 조금씩 무너져왔던 현장을 대신할 수는 더더욱 없다.
작업장에서 관리자들과 싸우는 것은 국회의원이 아닌 조합원이고 무너진 현장을 복원하기 위해 모여서 고민하는 것도 조합원들이다.
조합원 개개인의 몫뿐만 아니라 간부들 개개인의 몫을 민주노동당의 정치에 미루어서는 안 된다.
현장의 문제는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정치영역의 문제는 정치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오해하지는 말아야 한다!
우리는 총파업을 하지 않고도 합의서에 도장을 찍기 위해 국회의원을 만든 것이 아니라 총파업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국회의원을 만든 것이다.
오해로 시작된 기대감은 그것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며 심지어는 본래의 목적을 더욱 후퇴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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