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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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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전교조의 “노조 아님” 통보를 바라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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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변호사)
1989년 5월 28일 난 연세대에 있었다. 그날은 전교조가 창립대회를 한 날이었다. 경찰의 원천봉쇄 방침에 맞서 창립대회를 사수하기 위한 전투조들이 여러 대학에 분산 배치되었는데 난 연세대에 배치되었다. 영광스럽게도 내가 있던 연세대에서 전교조 창립식을 하였다.
난 1개 전투조의 조장으로 창립대회를 하지 못하도록 치고들어 오는 경찰들과 일대 격전을 치루었다. 일생일대 최고의 싸움 중 하나였다. 아무도 물러서지 않았다. 육박전을 불사하였다. 얼마나 강렬했으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최루탄 연기 속에 느닷없이 마주치는 무술 유단자들의 집단인 "백골단"과의 치열한 육박전은 가끔씩 꿈속에 나타나기도 하였다. 몇 시간에 걸친 전투을 하다 보니 정작 창립식은 보지도 못하였다.
창립식이 다 끝나고 경찰도 더 이상 치고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전투조들은 전교조 교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열종대로 도열하였고, 교사들은 그 사이를 지나가면서 고마움을 표시하는데 모두 최루범벅인 눈물 바다였다. 난 아직도 그 감격을 잊지 못한다. 그때 일을 떠올리며 쓰는 지금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렇게 창립은 되었으나 그로 인해 1,500여명이 교단에서 해직 당하였고 풍찬노숙의 법외노조 세월을 10년 보냈다. 그리고 1999년 7월1일 현행 교원노조법으로 법내 노조가 되었으나 노동부의 규약 개정 시정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를 묻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2013년 10월 18일 해직자 9명을 버릴 수가 없다고 하면서 전체 조합원 2/3가 넘는 인원이 규약시정 명령을 단호하게 거부하였다. 그리고 노동부는 2013년 10월 24일 “노조 아님” 통보”를 한다.
1989년 전교조 창립당시 그 전교조는 엄밀히 말하면 법외 노조가 아닌 “불법 노조”였다. 공무원과 교사의 노동조합 단결권을 법에서 금지하였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노동조합 결성이 불법이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가입한 교사들은 집단행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저리 많이 해직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1999년 교원노조법으로 인해 교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부여받았으나 “노조 아님” 통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사태의 발단은 아주 간단하다. 교원노조법 제2조 교원의 노조가입 권리를 해고자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자의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이를 교원으로 본다.”라고 규정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규정은 제정 당시부터 있었다. 즉 해고자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판정이 있을 때 까지만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도록 하고 그 이후에는 승·패소 불문하고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제정당시부터 있었다. 그러나 전교조 규약은 해고자도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규정을 두고 있었고, 이에 대해 김대중 정부 이래 모든 정권은 계속적으로 이에 대한 규약 시정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그 어떤 정권도 “노조 아님” 통보라는 칼을 빼든 적이 없다.
해고자에 대해 중노위 재심까지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규정은 공무원이나 교원이 아닌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규율하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도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업별 노동조합에만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대법원은 일찌감치 해석하고 산별 노조 등 초기업별 노동조합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설사 기업별 노동조합에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 규약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노동부는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노조 아님” 통보를 하는 조항은 노조법 “시행령”에 있고 이를 교원노조법에서 준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규약에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조항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해 30일간의 기간을 두어 시정 명령을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노조 아님” 통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동조합에 대한 해산명령 제도는 구 “노동조합법”이 1953년 3월8일 제정될 당시부터 존재하였다가 1987년 11월 27일 삭제된다. 그러나 1988년 4월 15일 구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8조 제2항은 “노조 아님” 통보 조항을 신설한다. 현행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과 동일한 조항인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었다.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것이다. 물론 상위 법률인 노조법에 위임 규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보수적인 국가인권위원회도 “노조 아님” 통보 조항은 단결권을 침해하는 조항이라 하면서 삭제 권고를 한 바 있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교원노조법과는 배치되는 조항이다. 해산명령 제도가 있을 당시 조합원 34명 중 근로자가 아닌 2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노동조합에 대해 서울시가 해산명령을 사건에 대해 대법원 “자유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라며 해산명령을 취소한 적도 있다. (대법원 1971. 3.30. 선고 71누9 판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를 한 것은 명확하다. 전교조가 학생들에게 “불순한 생각을 주입”하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우는 예전의 학교로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승만과 친일파 그리고 박정희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 교육은 전교조을 탄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박근혜는 박정희 그늘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댓글로 탄생한 대통령일 뿐이다. 그에게 미래는 없고 과거만 있을 뿐이다.
여하튼 법리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전교조가 법외 노조가 됨으로 인해 지원된 사무실 임차보증금 반환해야 하고, 단체교섭 권한도 없어지고, 조합비 일괄 공제도 못받고, 탈퇴하는 조합원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신문방송들의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격의 기사들을 보면서 난 그저 웃어 버린다. 그런 것 없을 때도, 지금 조합원 수 1/2이었을 때도 "참교육"만 잘해왔다. 박정희는 5.16.쿠데타 후에 교원노조를 해산시켰지만 그의 딸 박근혜는 전교조를 해산시킬 수는 없다. 전교조는 굳건히 버텨 창립 정신을 다시 올바르게 곧추 세울 것이다. 전교조는 박근혜 정권의 부메랑으로 돌아와 박정희가 저질렀던 원죄를 단죄할 것이다. 난 이 역사적 진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노동부의 규약시정명령을 전 조합원이 단호하게 거부한 2013년 10월 18일은 바로 1989년 5월 28일 전교조의 부활이다. 난 다시 그날의 전투조임를 자임한다. "전교조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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