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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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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56만7천2백6십원으로 뭘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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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이후 해마다 9월 1일이 되면 최저임금이 정해져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이 됩니다. 최저임금이 이 정도가 되니깐 사업주들은 이 금액 이하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정하면 안 된다고 정하는 것입니다. 올해의 경우 56만원 가량이 정해졌습니다. 이 금액은 2002년 현재 우리나라 노동자 임금 평균의 1/3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한달에 56만원이면 대한민국에서 먹고 살 수 있는 돈일까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no’ 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56만원이면 혼자서 살기도 살기 힘든데 가족까지 있으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왜 이렇게 최저임금이 적게 책정되었을까요? 보통 최저임금은 정부가 공익위원을 뽑고, 노사가 참석하여 공동으로 결정하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공익위원을 경제논리로 물든 사람을 중심으로 마음대로 뽑아 놓고 결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적용을 받게될 노동계의 요구는 제대로 듣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최저임금을 정하는데도 문제점이 드러났듯이 최저 임금이 지나치게 낮게 정해지고 있으며, 절차상의 문제점이 있다는 노동계의 강력한 항의와 함께 노동자위원 전원과 공익위원일부가 사퇴한 상황이었지만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용자위원과 일부 공익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결정하였습니다.
결국 최저 임금법이란 것이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보다는 임금인상을 억제하여 저임금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동자들의 내부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까지 낳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최저임금만 주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악용하고 있고 정부는 할 일을 다했다고 팔짱을 끼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나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정도에서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해야하는 처지로 몰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실제 ILO(국제 노동 기구)가 지난 9월 1일 발표한 세계 노동시장 주요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간 노동시간은 지난 2001년 현재 2천 4백 47시간으로, 미국보다 26%길고,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네덜란드 보다는 46%나 더 긴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최저임금법이 우리 사회에 적용된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최저 임금법’을 없애고 ‘합법적 착취법’을 만드는 것이 낳을 것입니다.
최저임금법은 이제라도 그 위치를 제대로 찾아가야 합니다. OECD는 저임금의 기준이 되는 빈곤선을 ‘정규직 노동자 중간임금의 2/3’로 설정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우리 나라의 최저 임금은 최소한 전체 노동자 임금 수준의 1/2 이상이 되도록 제도화되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최저임금법이 임금 인상 억제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노무현정부의 국민소득 2만불 시대의 외침 뒤에는 56만원으로 살아가는 이땅의 국민으로 볼 수 없는 노동자들이(그들이 보기에는)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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