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


		쥐마왕

		게으름뱅이에 대한 찬양

게으름뱅이에 대한 찬양

졸부들에게 가장 큰 약점이 하나 있다. 그 약점은 돈은 많이 벌었는데 어떻게 사용해야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졸부들의 경우 유흥비로 흥청망청 사용하다가 결국 파산을 하거나 주변 인간관계가 끊기는 불행을 겪는다.

동일하게 노동자에게 가장 큰 약점이 하나 있다. 그 약점은 여가가 주어지도 어떻게 사용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여가 활용을 유흥이나 기껏 해야 산이나 낚시로 때우다가 지겨워져서 여가를 포기하는 불행을 겪는다. 특히 산재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일을 하지도 않아야 될 사항이 되면 모두 불안에 떤다.

그러나 부자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돈을 쓰는 법을 배우면서 자란다. 어떻게 해서 돈을 사용해야지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얻고, 고귀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안다. 그들은 일반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음악을 즐기고, 책을 읽고, 먹는다. 그래서 항상 피지배계급은 그들의 여가 생활을 부러워하고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다. 부자들은 여가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어릴때부터 학습을 받고 자라났기 때문에 갑자기 여가가 생긴다고 해서 당황해하지 않는다. 그들의 여가 생활은 욕을 듣지 않은 채 고귀하고 부러움을 받으면서 끝난다.

그런데 왜 피지배계급은 여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사는 것일까? 여기서 재미있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 버트런드 러셀이란 사람이다. 그의 주장을 따라 가보자.

그는 근로가 미덕이란 믿음이 엄청난 해악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한다.
이미 먹고 살만큼 벌어 놓은 사람 다시 일을 찾는다면 그것은 타인의 고용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한다. 타인의 입에서 빵을 뺏는 행위인 것이다.
또한 수입을 저축하는 행위만큼 나쁜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저축하는 행위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자신의 양발속에 집어 넣는 일 즉, 은행에 저축하지 않고 자기 집에 돈을 가두는 행위다. 돈은 돌고 돌아야 하는데 돈을 창고 속에 집어넣는 것은 고용 창출을 하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은행에 저축하는 행위인데 이는 더욱더 나쁜 짓이 된다. 내가 저축한 돈이 다른 나라에게 돈을 빌려주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나의 절약 습관이 돈을 빌려준 나라의 군비만 증강 시키는 결과를 낳는 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축행위는 곧 살인자를 고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며, 차라리 노름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돈을 써버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저축이 투자로 사용된 경우는 어떨까? 이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기계에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그 기계가 쓸모 없어지거나 지하철을 놓는데 사용했는데 그 이용객이 거의 없다거나 한다면 막대한 노동력을 고용하게 된 저축이 아무도 기쁨을 주지 못하는 쪽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일이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표면 혹은 지표면 가까이 놓은 물질을 다른 물질과 자리를 바꿔 놓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행위를 하도록 시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별로 즐겁지 못하고 보수도 박하다. 그에 반에 후자는 일도 즐겁고 보수도 짭짤하다.

농경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이 열심히 일해도 가족의 생계정도에 필요한 생산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온 가족이 모두 노동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것에 보태어 귀족과 사제계급에게 그마저 빼앗기게 된다. 이러한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물리력을 통해서다. 즉, 힘을 통해서 잉여물을 내놓게 만든것이다. 그리고 차후 그것이 윤리로 받아들이게 만들면서 강제력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잉여물을 받치도록 만들었다. 지배에 드는 비용이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왕이 농부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마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의무란 개념은 역사적으로 볼 때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에게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주인의 이익을 위해 살도록 유도하는 수단으로 이용했고, 특히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이익이 곧 전체의 이익과 동일하다고 믿게 만들었다.

그래서 잉여생산물을 통해서 지배계급은 여가를 통해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다. 다수의 노동이 있어야 소수의 여가가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 획기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다수의 노동이 없어도 공평하게 여가 생활을 할 정도로 왔다. 즉, 현대 기술은 사람들의 생활 필수품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노동의 양을 줄인 것이다.

이는 전시에 분명히 들어난다고 한다. 전쟁 시기에 대부분의 남자들 그리고 전쟁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생산적인 일에 손을 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숙련 노동자들의 물질적 복지 수준은 전쟁 전 혹은 전쟁 이후 보다 훨씬 높았다고 한다.

결국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더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될 사회가 되었지만 여전히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다른 쪽에서는 일거리가 없어서 실업자로 내 몰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로 죽는 일이 생기고, 다른 쪽에서는 일거리가 없어서 굶어 죽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노동시간을 줄여서 공평하게 나누면 된다. 하지만 지배계급은 이를 용납할 수가 없다. 노동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곧 노동자들이 여가를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배계급에게 있어서 노동자들의 여가는 쓸데없는 일일 뿐이다. 19세기 초 영국 남자 평균 노동시간은 15시간, 아이들 노동시간은 12시간이었다.

지배계급은 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즉, 그들은 일이 어른들에게는 술을 덜 먹고, 아이들에겐 못된 장난을 덜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적당한 양만 생산하고 노동자가 하루 4시간만 일을 한다면 충분한 일자리가 생겨 날 것이고 실업이란 것이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지배계급에게 충격적인 것이 된다. 그들은 피지배계급에게 여가를 준다고 해도 사용하지 못할 것이란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에게 여가를 줄 때는 실업이라는 가혹한 형벌(?)을 주는 것이다.

근로가 미덕이란 윤리는 지금까지 우리 뇌리에 꽂혀 있다. 그것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지배계급은 절대로 일을 적게 해되는 사회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즉, 그들은 미래의 생산력을 위해 현재의 여가를 희생하게 만드는 새로운 정책들을 계속 개발할 것이다.

지배계급은 자신들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간 내내 노동의 존엄성을 역설해왔다. 자신들은 노동에 관해서는 존엄하지 않도록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과연 노동자들은 노동을 존엄한 가치라고 여기고 있을까?

과연 그들의 말처럼 육체 노동을 즐기며, 나는 이일에 엄청 만족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노동이 고귀하기 때문이며, 오늘 일이 끝나면 내일 현장으로 돌아갈 때의 행복을 기다린다고 이야기 할 노동자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노동을 택한다는 것이 솔직한 이야기 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피지배계급은 하루 24시간 중 4시간만 일하게 된다면 하루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특히 평생 동안 장시간 노동을 해 온 사람들에게서 갑자기 일을 빼앗는다면 그들은 따분해 할 것이고 미쳐버리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근로가 미덕이고 소비는 악이란 이데올로기가 우리 의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지배계급에게 있어서 돈을 버는 행위는 올바른 것이지만, 돈을 사용하는 행위는 불성실한 행위인 것이다. 예를 들어서 정육점에서 고기를 파는 행위를 정당하지만 그 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가 노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힘을 축적하는 것이 아닌 이상 불성실한 것이 된다.

결국 피지배계급은 여가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도 없는 것이다. 현재의 여가는 조직된 사회속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여가 활용조차도 수동적인 것이다. 기껏해야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스포츠를 관람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인간의 열정적인 에너지가 ‘일’이란 것에 모두 흡수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인간이 4시간 노동을 한다면 인간은 새로운 여가를 창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영역을 더욱더 발전 시켜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관이 바뀔 것이다. 일에 시달리느라 생긴 신경쇠약과 소화불량이 아니라 새로운 행복을 찾게 될 것이다. 행복한 생활의 기회를 가진 사람들은 보다 친절해 질 것이고, 서로 덜 괴롭힐 것이고, 타인을 의심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일도 줄어 들것이다. 또한 전쟁을 일으키게 되면 모두가 장시간의 가혹한 노동을 해야 하므로 전쟁 취미도 사라질 것이다.

자.. 러셀의 주장이 그럴 듯 하지 않은가?

과거 노예제 시대에 다수의 노동으로 소수의 여가를 창출 할 때 수많은 문명을 이룩했다. 지금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모든 것들 철학, 예술품, 시 등등은 노예 노동이 있어야 가능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은 공평하게 여가를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계급은 그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피지배계급들에게 노동을 강요한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그것이 아닐 것이다.

적당히 일을 하고 모두 다 평안한 생활을 꿈꾸는 사회 말이다.

만약 잉여 생산물이 없었다면 그래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누어 지지 않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