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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마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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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주의자들의 민족 문제(로자룩셈부르크-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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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주의자들의 민족 문제
민족 문제에 대한 맑스주의적 접근에는 레닌, 로자 룩셈부르크 오토 바우어를 각각 대표로 하는 세 흐름이 있다. 레닌의 민족 문제는 민족 자결권에 대한 논의에 있으며, 오토 바우어의 경우 문화 이론적 접근과 민족주의적 경향에 대한 논의, 로자의 경우 노동자 자결권과 노동자 국제주의 그리고 민족 자치론으로 민족 문제에 대해 각각 다른 입장을 표한다. 먼저 로자 룩셈부르크의 민족 문제를 논의하고 다음에 레닌의 민족 자결권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도록 하자. 오토 바우어에 대한 자료는 현재로서는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논의하도록 해야겠다.
1. 로자 룩셈부르크의 민족 자치권
1) 폴란드의 두개의 정치 지형.
분할 점령국들의 민족적 억압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사회주의자들의 첫 세대는 비타협적 국제주의를 견지했다. 폴란드 맑스주의의 아버지이자 최초의 맑스주의 정당인 프롤레타리아트당의 지도자였던 ‘바린스키’는 폴란드의 독립을 옹호한 맑스에 맞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폴란드는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 보다 더 고통을 받고 있는 민족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만국의 프롤레타리아트이다”
폴란드의 독립을 열렬히 옹호한 맑스와 엥겔스와는 달리 ‘애국주의에 대한 교조적 거부’가 초창기의 폴란드 사회주의자들을 지배한 것이다. 그들은 계급 투쟁의 원칙에 입각해서 사회 문제의 우선적 해결을 고집하였으며 민족 문제는 관심의 뒷전이었다.
이들과는 달리 ‘리마노프스키’는 폴란드 인민 이라는 사회주의 조직을 이끌면서 사회 애국주의 혹은 인민주의적 사회주의를 내세웠다. 그들은 계급 투쟁 대신에 모든 사회 계급을 아우를 수 있는 인민주의적 애국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자연히 그들의 1차적 목표는 폴란드의 독립이었다. ‘리마노프스키’는 사회 혁명보다는 합헌적 진보를 그리고 계급 투쟁 보다는 계급 협동을 중시하였다.
당시 폴란드 노동자 계급은 1892년 우치의 총파업에서 볼 수 있듯이 밑으로부터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였다. 거의 자연발생적이었던 이 사건은 서로 대립하고 있는 사회주의 진영의, 통합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파리 대회를 통해 통합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파리 대회를 주도한 것은 사회 애국주의 노선의 망명 사회주의자였으며 이 대회의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는 폴란드 사회 애국주의의 지도자인 ‘리마노프스키’의 수중에 놓여 있었다. 파리 강령은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최대 강령을 독립 민주 공화국의 슬로건으로 대체하였고 더구나 독립의 슬로건을 사회주의를 위한 계급 투쟁과 결부 시키려는 어떠한 노력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바린스키’의 혁명적 국제주의의 전통에 충실하였던 폴란드 왕국의 사회주의자들이 격분하였다. 특히 로자의 경우 파리 강령이 발표되자 노동 문제 창간호에서 ‘폴란드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과제’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였다. 이 글의 내용은 형제애와 평등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건설을 최대 강령으로 못 박았다. 또한 로자는 차르에 대항하는 노동자 계급의 투쟁에서 러시아 노동자 계급은 폴란드 노동자 계급의 형제이자 동지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폴란드 노동자 계급의 독자적이고 철저히 분리된 정책을 강조했던 파리 강령과 뚜렷이 길을 달리하는 것이다.
결국 폴란드 정치 지형은 뚜렷하게 구분되었다. 이 두 개의 당파는 1893년 8월 취리히에서 개최된 제 2인터내셔널 3차 대회에서 공공연히 충돌하였다. 로자는 폴란드 왕국 사회 민주당의 요청으로 대회에 제출할 폴란드 사회주의 운동의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였으나 끝내 청중들 앞에 낭독되지 못하고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왜냐하면 당시 대회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엥겔스와 플레하노프가 로자를 폴란드 사회주의의 공식 대표로 인정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주의 무대에서는 멘델손 그룹이 지닌 명망 덕분에 폴란드 사회주의 정통성은 로자의 반대파인 폴란드 사회당에게 주어졌다.)
그렇다면 폴란드의 자본주의는 어떠한 길을 걸었을까?
폴란드의 자본주의 특성은 ‘프로이센적 길’로 요약된다고 할 수 있다. 즉, 농촌부문에서 완강하게 잔존하는 봉건 유제, 봉건 지배 계급에 대한 부르지아지의 반혁명적 타협성, 농업혁명과 부르주아민주주의 혁명의 부재라는 특수한 상황에 속해 있었다. 그로 인해 폴란드의 프롤레타리아트는 부르주아지를 대신해서 부르주아 민주 혁명과 민족 형성의 과제를 떠맡아야 했다. 또한 폴란드의 자본주의 발달은 러시아에 종속 결합된 채 파행적이고 식민지적 양상을 띠면서 진행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폴란드 사회주의 운동은 민족 문제를 둘러싸고 전개 발전되었으며, 끝내는 두개의 정치 지형으로 분열되었다. 이는 중심부 사회주의 운동과는 질적으로 다른 역사적 무게였으며 이는 주변부 사회주의자들이 짊어져야 할 무게이기도 하였다. 이 점에서 민족 해방과 사회 해방,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와 사회 애국주의의 변증법적 상호 작용은 폴란드 사회주의를 이끌어온 추동력이었다.
2) 폴란드 독립에 대한 생각
로자의 민족 문제를 분석하려면 두 가지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하나는 역사적으로 구조화된 폴란드 문제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룩셈부르크주의의 기본 원칙들이 지닌 이론적 역동성과 민족 문제와의 연관성이다. 즉, 민족 문제에 관한한 로자의 생각은 폴란드 사회주의의 실천이라는 맥락속에서 봐야 한다.
로자는 폴란드 사회당이 내세운 독립 슬로건을 줄기차게 반대하였다. 나아가 레닌의 민족 자결 원칙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을 한다. 이러한 비판은 로자의 전투적 국제주의가 폴란드라는 구체의 차원을 넘어서 추상적 일반화의 차원까지 발전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로자에게 있어서 폴란드에 관한한 민족 문제는 단순한 전술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폴란드 사회당과 폴란드 왕국 및 리투아니아 사회 민주당의 민족 문제 논쟁은 근본적으로 맑스주의의 기본 원칙에 대한 이해의 차이로까지 소급되는 문제였다. 위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두개의 진영으로 나뉘어 있었고 폴란드 독립에 대한 지점에 대해서 이들은 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로자의 경우 폴란드 사회당이 제시한 독립 폴란드의 재건이 유토피아적인 것으로 역사적 실재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라고 보았다. 로자는 당시 폴란드 계급 구조에서 노동자 계급만이 차르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저항세력이었고 부르주아지는 폴란드 왕국의 자본주의가 러시아 시장에 통합됨으로써 차르에 통합되었고 특히 쁘띠 부르주아지의 경우 애국적 열정은 충만하지만 독자적인 정치 세력으로 결집되지는 못한 상태였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농민들은 아직 대자적인 계급으로 성숙되지 못한 상태였다.
따라서 애국주의자들 진영에서 노동자 계급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이들에게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 애국주의자들은 폴란드의 사회주의와 독립의 열망을 접목 시키려고 하였다. 그러나 로자가 보기에는 애국적 인텔리들의 주관적 열망일뿐이었다.
즉, 객관적 역사 과정에 부합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특히 로자의 '유기적 통합‘이론에 따르면 이미 폴란드의 자본주의는 이미 러시아 시장에 유기적으로 통합되었으며 따라서 경제 구조상 폴란드의 독립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로자에게 있어서 자본주의의 구심적 경향은 움직일 수 없는 철의 법칙이었다.
1894년 3월 10일과 11일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폴란드 왕국 사회 민주당 1차 당 대회에서 로자의 민족 문제에 대한 문제를 당의 기본 노선으로 채택했다. ‘노동자들은 본능적으로 순수한 계급적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한줌의 인텔리겐챠가 지도하는 민족 투쟁은 결코 노동자들을 끌어 들일 수 없으리라고 대회 참가자들은 확신하였다. 또한 폴란드 재건이라는 사회 애국주의 슬로건은 차르 타도 투쟁에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러시아 노동계급을 폴란드 노동계급을 폴란드 노동자 계급과의, 통일 전선에서 분리시키는 전술적 오류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로자의 분석에 의하면 1890년대 국제 정세는 맑스와 엥겔스가 폴란드 독립을 유럽 민주 혁명의 전제라고 간주했던 시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프랑스와 러시아의 동맹이 열강의 국제적 역학 관계를 근본적으로 뒤바꾼 분수령이었다. 그것은 반동 러시아 대 민주 유럽이라는 맑스의 전통적 국제 정치관을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만들었다. 오히려 독일과 프랑스가 다투어 러시아의 반동적 차리즘을 지원하는 형국이 되었고, 유럽 정치의 축은 알자스-로렌을 둘러싼 독일과 프랑스의 대립으로 옮겨 진 것이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의 국내 사정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말년의 맑스가 인정했듯이 1861년 농노 해방 이래 러시아에서도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가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의 자본주의 발전은 러시아 사회 내부에서도 차리즘을 타도할 수 있는 역량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따라서 차르 반동에 대한 방파제로서의 폴란드의 역사적 역할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폴란드 독립을 옹호했던 맑스와 엥겔스의 주장들은 이제 그 기반을 상실한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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