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산추련 |
|
 |
|
위험에 내몰리는 특수고용직 노동자…관계당국은 팔짱만 |
|
위험에 내몰리는 특수고용직 노동자…관계당국은 팔짱만
기사등록 일시 [2010-10-03 12:42:43]
【서울=뉴시스】장진복 기자 = 수많은 골퍼들이 찾는 골프장에는 내장객들의 경기 진행을 도와주는 경기보조원(캐디)들이 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대표 격인 경기보조원들은 골퍼들의 일타 일타에 '나이스 샷'을 외치지만 이들의 근무환경은 결코 '나이스'하지 않다.
가장 많은 사고는 내장객들이 치는 골프공에 맞는 타구사고다. 카트카 전복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경기보조원들은 하루 종일 자외선에 노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해 허리와 다리, 무릎 등 근육통, 관절통을 겪는다.
30여년 가까이 골프 경기보조원 생활을 한 김경숙씨(50·여)는 지난 27일 "경기보조원들은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장객이 친) 골프공보다 앞서 있다. 따라서 타구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8년에 경기진행 중 얼굴로 날아오는 공을 막으려다가 오른쪽 손목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김씨는 "기계결함으로 인한 카트카 전복사고가 일어났을 때 입증이 안 된다는 이유로 고스란히 경기보조원에게 과실 책임이 전가될 때가 많다"며 "사고 대책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 같은 골프장 경기보조원에게 산업재해 보험은 100% 적용되지 않는다. 특수고용직은 정식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2년 전까지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다.
골프장 경기보조원 노동조합 등이 10년 넘게 입법투쟁을 벌여온 결과 2008년 특수고용직 일부직군에 한해 산재보험이 특례적용된다는 법안이 입법 통과됐다. '특례적용'이라 함은 경기보조원과 사측이 각각 반반씩 보험금을 부담하는 것이다. 또 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닌 '임의적 적용'사항이다.
하지만 사측은 경기보조원에게 '산재보험 적용제외신청서' 작성을 강요하며 경기보조원 산재보험 적용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게 실정이다. 또 경기보조원이 계약직이라는 점을 악용하기도 한다.
김씨는 "경기보조원은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며 "적용제외신청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 할 수 없이 신청하는 경기보조원이 많다. 실제로 계약 등을 언급하며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특수고용직인 레미콘 기사로 20년 가까이 일 해온 박대규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위원장은 28일 "장시간 운전 등으로 인해 항상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는 레미콘 기사에게 산재 보험이 전면 적용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박 부위원장은 "2006년 이씨가 야간작업을 하다 레미콘 전복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사측으로부터 단 한 푼도 보상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계약직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1년마다 돌아오는 계약기간이 되면 산재적용제외신청서를 쓰도록 근로자들에게 압박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이미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작년 건당 택배 비용 30원 인상을 요구하다 스스로 삶을 마감한 박종태 운수노조 화물연대 광주1지회 지회장도 특수고용직 노동자 문제에서 비롯됐다.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간병인, 보험설계사 등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특수고용직이 존재한다.
특수고용직은 노동법 상 '근로자'에 속해있지 않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이 제공하는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 테두리 안에 속하지 않는다.
특수고용직 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 사고를 당해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은 찾을 수 없다. 억울함을 호소할 길조차 막혀 있다.
골프장 경기보조원 김씨는 "경기보조원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노동부에 신고해도 적극 개입하지 않아 흐지부지 되는 경우 많다"며 "결국 민사재판으로 이어지지만 소송 비용이 부담돼 중간에 그만두곤 한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기사 정모씨(52)는 "취객에게 폭력을 당하거나 욕설을 들어도 회사에 말하지 않고 혼자 수습하곤 한다"고 밝혔다.
특수고용직 노동자 문제는 지난 10년 동안 정부와 노동계에서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뇌관으로 자리잡아왔던 문제다.
특히 현 정부 들어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속해있는 노조의 활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특수고용직은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자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특수고용직의 노동기본권을 인정할 수 없고, 노동조합 활동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채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특수고용직은 사용종속성, 조직종속성, 경제종속성 등 노동자 판단 기준을 놓고도 다른 노동자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노동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우선적으로 산재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이해당사자들끼리 풀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정부 및 관계기관의 역할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특수고용직 근로자 근무 환경에 대해 노동부는 생색내기 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특수고용직 근로자이기 이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적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산재보험 특례 적용에 대해서는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노동자성 인정 논란을 떠나 산재보험만큼은 시급히 다 해당될 수 있도록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유럽 등 선진국처럼 기본적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법적 보호 울타리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문제에 대한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며 "연구와 논의를 이어가 교정돼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은 박사는 "특수고용직 근로자 산재보험 문제는 특수고용직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데 있다"며 "근로자성 문제부터 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 박사는 "정부가 특수고용직 산재보험금 일부를 지원하는 등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며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확대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viviana49@newsis.com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