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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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태 "돈과 위신, 삼성이 산재 인정 안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복직투쟁 700일 맞는 삼성징계해고자 박종태 씨

▲ 복직투쟁 700일을 맞는 전 삼성전자 대리 박종태 씨.  © 수원시민신문

지난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은 증인으로 나온 최우수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이윤이 더 중요한가, 생명이 더 중요한가"라고 물은 바 있다.

최 부사장은 이 질문에 "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의 대답은 얼마나 진실했을까?

전 삼성전자 대리 박종태 씨는 결코 진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삼성의 한가족협의회 지역대표로 활동하면서 사원들의 어려움을 대변하다, 2010년 11월 '징계해고'라는 명목으로 회사에서 쫓겨난 이다.

한가족협의회는 국정감사장에서 최 부사장이 "노조를 대신해 사원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로 그 조직이다.

박 씨는 회사를 위해 사원들의 어려움을 외면했던 대부분의 협의회 위원들 속에서 고군분투하다 회사의 눈밖에 났다.

그는 "회사에서 일하다 숨진 사람이 속출하고 있지만 결코 회사는 산재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자신이 협의회에서 일하면서 직접 보고, 느끼고, 개입해 본 결과 나온 결론이라고 했다.

삼성이 산재를 부인하려는 이유는 뭘까? 박 씨는 '돈과 위신'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국정감사 기간, 삼성이 낮은 산재요율을 적용받아 최근 2년간 3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봤다는 폭로가 있었다.

회사의 행태가 이렇다보니 임직원들도 몸보신에 급급, 산재 서류에 서명 요청을 할라치면 자리를 피하고 본다고 박 씨는 말했다.

박 씨에 따르면, '삼성 무노조 경영'의 폐해는 단지 산재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제동장치가 없다보니 억울한 사연들이 묻히기 일쑤라고 한다.

박 씨는 현재 복직을 위해 투쟁중이다. 오는 26일은 그가 투쟁 700일째를 맞는 날이다. <수원시민신문>은 지난 23일 그와 동행하면서 박 씨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그의 도움이 필요했던 다른 삼성 직원들의 사연들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몇 가지를 간추린 것이다.

▲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정문 앞 사거리. 이곳에서 박종태 씨는 월.목.금 점심 때 점심식사차 나온 동료들을 상대로 회사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 수원시민신문

- 복직투쟁에 나서신 지 3일후면 700일이 됩니다. 이곳 삼성전자 정문 앞에서 월.목.금 점심 때마다 시위를 하고 계신데요, 그간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고요?

저의 시위를 담당하던 수원 남부서의 정보과 형사 한 명이 제게 고소를 두 번 당했습니다. 한 번은 저를 돕던 어느 노조원 멱살을 잡은 건데, 그 일로 50만원인가 100만원인가 벌금형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형사는 뉴스가 방송에 나간 뒤 바로 좌천이 됐다고 들었어요.

또 한 번은 제가 공식적으로 집회신고를 했는데도 와서 강제철거한 것으로 고소를 했습니다. 제가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는 게 회사에서는 그렇게 보기가 싫었나 봅니다. 아마 회사에서 경찰에 말을 한 거 같아요.

그런데 집회 신고된 것을 파악을 못한 것 같습니다. 제가 혼자 있을 때를 골라 정보과 형사, 교통경찰, 영통구청 직원들이 몰려 왔어요. 목이 아파서 누워 있는데 철거하라고 하는 겁니다.

제가 옆에 노점상도 그대로 두면서 집회신고까지 한 저를 왜 철거시키냐고 따졌는데도 그냥 철거하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검찰에 고소를 했는데 아직 결과가 안 나왔습니다. 작년 11월달이니까 이제 1년이 돼 가요. 원래 형사사건은 고소한 지 3개월 안에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몰랐는데 그런 내용이 기사에 나왔더라구요.

다른 일에 밀려서 늦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게 좀 민감한 부분이 있나봐요. 그 정보과 형사가 승진대상자였다는데 벌써 한 번 좌천이 됐잖아요. 제 일로 자기도 피해를 많이 봤다 그렇게 얘기했답니다.

담당검사가 그런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저한테 선처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모든 게 삼성의 잘못이다.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제가 "법대로 해달라"고 말했어요. 검사가 삼성의 잘못이라고 인정을 했는데 모르지요, 어떻게 될지.

- 말씀하신 것처럼 답답한 일도 많이 당하시고 어려움도 많이 겪으셨는데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제가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이런 거에요. 삼성은 뒤로 빠지고 정부를 내세운다는 겁니다. 삼성전자의 산업재해 인정 문제도 보세요. 정작 삼성은 뒤로 빠지고 근로복지공단이 앞에 있잖아요.

제가 한가족협의회 선거(2007년)에 나설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이전에 한 번도 한 적이 없던 전자투표를 하겠다는 거에요. 개표나 뭐 선거관리가 어렵다면서요.

그것 때문에 난리가 났어요. 전자투표라는 게 조작할 수가 있잖아요. 또 전자투표를 하면 무기명이 될 수 없어요. 누가 한지 다 알수 있잖아요. 아시다시피 투표는 비밀투표가 원칙이에요.

제가 그런 문제점을 정리해 감사실까지 보냈습니다. 제가 출마한 지역구에서 설문조사도 했어요. 다들 반대했어요.

그랬더니 중앙선관위에서 저를 찾아와서 설문조사한 것을 다 취소하고 그 확인문서를 가져 오지 않으면 후보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겁니다.

협의회에서 일을 해야겠고 해서 그 내용을 복사해서 가져다줬어요. 그러지 않았으면 선거에 못나갔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투표 2일 전에 시스템에 오류가 나서 전자투표가 안된다는 겁니다. 그게 말이 되나요? 삼성이 정보통신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가 있는데요. 우리나라 정보통신도 삼성이 다 관리하는데요.

감사실에 전자투표가 위법이라고 자료를 제가 보냈는데 (그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은 안 밝히고 대신) 오류가 났다는 핑계로 수기투표하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에 전자투표를 했느냐? 안했어요. 제가 퇴사당한 뒤에도 안하고 있습니다.

- 얼마전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의 산업재해(산재) 문제가 이슈가 됐습니다. 선생님도 현재 산재 인정 소송을 진행중이시죠?

2010년 11월에 징계해고를 당했는데 8월말부터 한 달 정도 왕따근무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산업재해 신청을 했는데 근로복지공단에서 기각시켜 버렸어요. 삼성에서는 말로는 손가락만 다쳐도 다 해준다고 그러지만 이런 형편이에요. 지금 소송중입니다. 이제 1심이에요.

1심 2차변론을 해야 하는데 의사 소견 자료를 내라고 하는 겁니다. 카톨릭대학교 수원 빈센트병원 담당 의사분에게서 받아 왔는데, 노무사가 보고는 내용이 정말 잘 써진 자료라고 감탄을 하더라구요. 그런데도 회사 쪽에서도 뭐가 나와야 한다면서 (소송이) 늘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협의회에서 일했을 때도 산재 인정을 안해주려고 했고요. 제가 퇴사를 당한 후에도 같은 문제로 사람들이 저에게 연락을 해 옵니다. 하소연할 곳이 없으니까 협의회에서 일했던 저에게 연락을 하는 거에요.

삼성의료원에서 위암을 위염이라고 오진했다가 난리가 난 적이 있잖아요. 제가 1인시위를 하고 있는데 어디서 연락이 왔어요. 모르는 번호였어요.

남편이 모 사업부에서 일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몸이 안좋아 병원에 가니까 위염이라고 약만 지어줬다는 거에요.

그래서 강북 삼성의료원에 갔답니다. 거기서 위염이라고 했대요. 다음에 아주대병원으로 갔는데 거기서도 위염이라고 하고, 서초동 삼성의료원에서도, 여기는 아시다시피 3차의료기관인데도 위염이라고 했대요.

그 부인이 안되겠다 싶어서 병원에다 전수검사를 해달라 그랬더니 위암이라고 판정이 난 겁니다. 조금만 더 빨리 위암이라고 진단이 나왔으면 치료가 될 수 있었는데 삼성(관련병원들)에서 3번이나 놓친 거에요. 암은 노약한 사람일수록 세포 전이가 느리다네요.

제가 나서서 서류를 해 주고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애를 썼는데 회사가 절대 산재 인정을 안해주는 거에요. 결국 미망인이 회사와 합의를 보는 걸로 했어요.

제가 만나서 "산재 처리가 되게 해야 한다, 정 합의를 해야 한다면 사장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절대 안된다고 했대요.

결국 인사과하고 미망인이 합의를 했는데 제가 그랬어요. "합의를 하고 꼭 도장을 찍어 놔야지 안 그러면 몇 년 지나 모르는 일이라고 해 버린다."

그렇게 합의서가 나왔는데 제가 읽어보니까 합의금 이런 내용들하고, 아들.딸을 입사시켜 주는 것이 있더라구요. 그런데 또 조건이 있어요. 학점이 3.0이 넘어야 하고 토익은 몇 점 이상이 되어야 하고 이런 거요.

제가 "그냥 입사시켜 줘야지. 무슨 조건이 이렇게 있냐"고 했더니 회사 측에서 "절대 안된다. 회사가 원하는 스펙이 돼야 한다"고 했대요. 그러면서 외부인들과는 연락하지 말라는 조건도 달고요.

- 삼성에서 그렇게나 산재 인정이 안되도록 애쓰는 이유가 있을텐데요.

산재가 없다고 하면 회사가 혜택을 봅니다. 국정감사에서도 2년간 300억인가, 산재요율이 낮게 적용돼서, 이익을 봤다고 하잖아요. 회사는 일단 그런 혜택을 보구요.

또 회사에 산재가 접수가 되면 부서장, 인사부서가 데미지를 먹고, 인사고과 같은 것에서요. 좁게는 관리자도 데미지가 걸리구요.

그리고 회사가 데미지를 먹게 됩니다. 목표 달성치도 깨지게 되구요. 위신의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산재는 절대 안해주려고 하는 겁니다. 돈과 위신, 두 가지 때문에요. 산재 서류에 서명해 달라고 하면 부서장이 안해주려고 도망가버려요. 일이 있다면서. 그러고도 회사에서는 해줄 것 다 해줬다고 하고 있어요.

제가 협의회에 있으면서 직접 보고, 느끼고, 개입을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절대 산재 인정을 안해주려고 했어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온 부사장이 그러잖아요? 자기네는 노조 대신 한가족협의회가 있어서 이런 것들 다 해준다고. 하지만 한가족협의회는 대부분 자기 출세를 위해서 합니다.

한 2년(임기 2년) 사원들 사정을 모른 척하고 회사에 맞춰주면 대리, 과장급이 됩니다. 그런 사람이 90%는 됩니다. 저같이 사원들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전자투표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다른 후보들은 다들 시큰둥하더라구요. 자기들이야 문제될 게 없으니까요.

당선이 되고 나서 막상 일이 생기면 피해버려요. 제가 협의회 지역대표로 있었는데 회의때 협의회 위원 한 명이 노래방 가자고 해서 제가 질타했어요. 그 정도입니다.

제가 해고되고 나서 다른 지역대표분한테 들었는데 협의회 위원 수를 늘리면서 과장급까지 포함시켰다고 합니다. 과장은 관리자에요. 사원들이 위원을 뽑는 겁니다. 과장급이 들어가서는 안되는 겁니다.

- 노조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비단 산재 인정 문제 하나만은 아닐 것 같은데요.

연말에 연봉협상을 합니다. 연봉고과 면담에 들어가면 '영업비밀등보호서약서'라는 것에 서명을 하는데, 여기 보면 개인 컴퓨터를 검열할 수 있게 돼 있어요. 이러니 헌법 위에 삼성내규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그래도 사원들은 뭐라고 입도 뻥긋 못합니다. 노조가 없으니까요. 노조가 있으면 산재같은 것도 기본적으로 싸울 일이 없어요. 한가족협의회라는 게 진실로 돌아가면 문제가 없어요.

회사에서는 말만 잘 들으면 안해줄 것도 다 해준다는 식으로 말을 해요. 술자리에서요. 그런 식으로 밤문화로 다 해결을 해 준다는 말이 돕니다. 협의회 위원들 사이에서는요.

올해 초에 여직원 엄마라면서 전화가 왔는데, 부서장이 어린 여직원을 상대로 직위를 이용해서 윤리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한 거에요. 바로 제가 일했던 데서. 제가 협의회에서 일하다 쫓겨난 걸 알고 도와달라고 한 거에요.

제가 있을 때는 그런 일은 경고만 주고 넘어갔는데, 이제는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부서장뿐만아니라 여직원까지 해고해 버렸대요.

게다가 회사에서 여직원 기숙사도 뒤지고, 일기장도 강제로 뺏고, 심지어는 여직원이 퇴사할 때 성관계 몇 번 했냐까지 다 물어봤다는 겁니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

가족들이 소송을 냈어요. 지금 2심이 진행중인데 2심을 맡은 가족 측 변호사가 인권변호사에요. 이 사람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1심에서도 2심에서도 재판장이 회사하고 협의를 하라고 합니다. 가족들은 끝까지 가겠다고 합니다.

웃기는 게 이 사건은 삼성법무팀이 맡았습니다. 보통은 '광장'이나 '화우'같은 대형로펌회사에서 삼성 소송을 맡는데, 회사도 이런 일이 외부 로펌에 알려지면 쪽팔리니까 자기들이 하는 겁니다.

만약 노조가 있었다면 이런 윤리적인 사건도 재판까지 갈 일이 없었을 겁니다. 노조가 없으니 억울한 일을 당해도 힘이 없는 개인은 그냥 당하는 겁니다.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으니 안면도 없는 저한테 도움을 청하는 거구요.

-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계시고, 해결된 것도 있는데, 정작 본인일은 해결이 안되고 있네요.

네. (저 때문에) 우리집사람이 제일 불쌍하고, 또 팔순 넘은 노모가 불쌍하고. 또 얘들(딸2.중고생)한테도. 노모는 제가 삼성 다닌다고 그렇게 자랑을 하셨어요. 충격 받으실까봐 모르시게 하고 있어요.

집사람이 집에서 전자부품 부업도 하고, 수세미도 뜨개질해서 팔고 있어요. 그런 일 때문에 터널증후군에 걸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