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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성 암 느는데 발암물질 관리 부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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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성 암 느는데 발암물질 관리 부실
13년간 산재 인정사례 177건에 그쳐, 금속노조 "발암물질 분류기준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우리나라 사망원인 가운데 수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질병은 '암'이다. 매년 12만여명의 새로운 암 환자가 발생하고, 매년 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던 삼성전자반도체와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사건 역시 모두 암과 관련이 있다.
삼성전자반도체의 경우 최소 13명에서 최대 18명이 이르는 노동자들에게서 조혈기계 암(백혈병)이 발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한국타이어의 경우 췌장암과 폐암 2건이 업무상재해로 인정됐다. 직업과 암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직업성 암 환자 얼마나 되나?
국립암센터의 암 등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1만명의 암환자가 발생한다. 미국의 경우 매년 암으로 사망하는 50만명 중 최소 4%인 2만명이 직업성 암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암 환자 10명 중 1명은 직업적 원인에 의해 발병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직업성 암 발병률을 보여주는 유일한 공식자료인 근로복지공단 산재요양승인자료에 따르면 2006년 암으로 산재를 신청한 153명 가운데 18명만이 산재로 승인됐다.
135명은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지난 93년 석면 방직공장 여성노동자가 악성종피종으로 직업성 암으로 처음 산재인정 받은 후 지난 13년간 177건에 불과하다.
직업성 암 환자 추산치와 실제 업무상재해로 인정된 암 환자 사이의 간극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때문이다.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이 명시되어 있는 산재보험법 시행규칙에는 뇌심혈관계 질환과 달리 암은 별도의 항목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근로복지공단은 “암의 직업 관련성을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때문에 지금까지 암 관련 질환은 벤젠이나 석면처럼 이미 인정된 발암물질에 노출된 기간과 노출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은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병연구센터 역학조사팀장은 “직업성 암의 규모는 암질환의 원인을 조사하고 추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단 대부분 암 질환의 발병원인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거나 명확하지 않은데, 직업성 암의 경우 암질환의 원인을 조사하고 추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 규모는 더욱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폐암에 걸린 노동자가 벤젠을 취급하고 흡연경력도 있다면 직업성 암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폐암의 발병원인은 80~90% 가까이가 흡연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벤젠 역시 폐암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발암물질이다. 이렇듯 직업상 발암물질에 노출돼 있었더라도, 업무상재해로 인정되기란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다.
“엉터리 발암물질 분류체계가 문제"
노동부는 총 698종의 유해물질에 대해 노출기준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발암성 물질은 39가지다. 직업성 암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발암물질에 의해 노출된 사실이 확인됐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금속노조는 “노동부의 발암성물질 분류체계가 엉터리”라고 주장한다. 노동부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확인됐거나 의심(추정)되는 물질을 발암성물질로 정의하고 있고, 미국산업위생전문회의(ACGIH)의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속노조가 ACGIH의 규정과 산업안전공단에서 제공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나와 있는 발암물질 독성정보를 비교해 봤더니 틀린 곳이 여러 군데 발견됐다.
미국을 비롯해 국제암연구소(IARC) 등은 ‘4-아미노디페닐’이라는 화학물질을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비발암성 물질로 분류돼있다. 반면 메틸요오드·헤사클로로부타디엔 등은 우리나라에서는 발암물질로 규정되지만 미국이나 국제암연구소 등에서는 그렇지 않다.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사실상 국내에는 직업성 발암물질 분류체계 기준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대부분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관리가 엉망인 상황에서 발암물질 기준조차 엉터리이다 보니 노동자들은 직업성 암에 걸렸어도 이런 사실을 알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직업성 암 조기발견과 관리를 위해 92년부터 건강진단수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석면 10여개 발암물질을 제조·취급하거나 특정분진 작업에 3년간 종사해 진폐증이 있는 노동자들이 그 대상이다. 2005년부터는 벤젠·니켈·카드뮴 취급업무 종사자로 확대했다. 건강관리수첩을 발급받은 노동자는 1년에 1회 무료 건강진단을 받는다. 지난해까지 모두 4천693명의 노동자들이 건강관리수첩을 받았다.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이 같은 직업 관련 발암물질 노출 현황과 노동자를 파악해 직업성 암에 대한 감시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과로나 교대근무와 같이 국제의학계가 발암 가능요인으로 분류하는 업무적 환경으로 인한 인정기준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암 진단 노동자 4명 중 1명 1년 내 실직
소득·성·직장에 따라 실직·복귀 불평등
암 선고를 받은 노동자 4명 중 1명은 1년 이내에 실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의 직업상실과 복귀도 성·연령·소득수준·암 종류에 따라 차이를 보였고 여성이나 민간기업 노동자,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실직속도가 빠르고 재취업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국립암센터가 지난 2001년 암 진단을 받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5천396명을 6년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25.9%가 1년 이내에 직장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 후 6년 이내 실직경험이 1회 이상인 경우도 47%에 달했다. 1년 이내에 직업을 상실한 환자 10명 중 3명만이 5년 이내에 직장에 복귀했다.
조기에 직업을 상실할 위험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1.6배 높았고, 민간기업 노동자가 공무원·교직원보다 1.4배, 빈곤층이 고소득층보다 2.9배 높았다. 직업복귀를 하지 못할 위험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높았고 50대 이상 연령층이 30~40대 연령층에 비해 5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암 중에서도 백혈병, 뇌·중추신경계 암, 폐암, 간암의 경우 다른 암 환자에 비해 더 빨리 실직하거나 직업복귀가 늦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암은 다른 암에 비해 중증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치료에 많은 기간이 소요되므로 다른 암 환자에 비해 직장생활을 지속하기에 어려움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박재현 국가암관리사업단 암정책지원과장은 "연구결과는 암환자 집단 안에서도 사회계층별로 직업 상실과 복귀에 있어 불평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암환자가 직장에서 실직·감봉·업무전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차별받지 않게 하는 법령을 제정해 실제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암 환자가 급증하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법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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