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회지모임 |
|
 |
|
[71호] 업무상질병판정위원 …… “당신과 같은 일은 나도 하고 있다(?)” |
|
업무상질병판정위원 …… “당신과 같은 일은 나도 하고 있다(?)”
사무국
산재 신청을 한 노동자가 부산지역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에 심의를 하기 위해 들어갔다. 판정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의자에 앉는 순간 한명의 판정위원은 재해자의 작업 동영상을 보면서 “당신과 같은 일은 나도 하고 있다”라며 재해 노동자에게 핀잔을 주었다. 당시 재해 노동자는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렇게 심의가 진행되니 재해 노동자의 이야기는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손가락 몇 번 만져보더니 끝났으니 그냥 나가라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그 판정위원들의 고압적인 자세에 재해를 당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도 못한채 심의장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사실 공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판정위원으로서는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심의의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즉, “업무 부담과 상병 상태 불일치한다”며 이 노동자에 대해 불승인 처분을 하였다.
판정위원의 눈에 쉽게 보였던 이 노동자의 일은 무엇이었을까? 이 노동자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수동으로 조립을 하고 있다. 1986년에 입사하여 조립을 하였다고 한다. 작업의 내용을 보면 중량물을 취급하면서 제품을 끼우는 과정에서 손목의 굴곡이 발생하고 부품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손가락의 힘이 과도하게 사용되며, 제품을 미는 과정에서는 팔과 어깨 그리고 손에 압박을 받는다고 한다. 라인 작업이다 보니 업무 자율성이 없이 작업을 하게 되고 불량이 발생되면 불량 1차 수정을 수작업을 통해 하게 되는데 불량 수정을 하게 되면 하루 작업물량을 맞추는데 힘이 들기 때문에 불량이 나지 않게 항상 신경을 쓰면서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완성된 제품의 무게는 개 당 6-10kg가량이 되며 이 제품을 손으로 각 공정에 장착하고 탈착하여 옮기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쌀자루 5-10kg을 하루에 10-12시간을 계속 들고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가락과 손목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고 ‘건초염’이 발생한 것이다. 2004년과 2007년 회사에서 실시한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에서도 손가락과 손목 부위가 근골격계 질환의 주요 위험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할 정도로 손가락에 무리가 많이 발생하는 작업인 것이다. 마산삼성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등 대학병원 의사 선생님들도 이 노동자의 작업이 손가락과 손목에 많은 부담이 간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결국 이 노동자는 산업재해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청구를 하였다. 재심사위원회의 결론은 질병판정위원과 달랐다. 재심사위원회는 업무상판정위원회 결론이 잘못되었으므로 산재로 인정 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리 위원회에서 X-ray 필름, 작업동영상 등 청구인의 관련 자료를 직접 확인한 결과, 청구인은 입사 후 15년간 계속 수부 부담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비록 숙련공이라 하더라도 장기간의 노출로 인하여 손가락의 근육, 건 등에 피로가 누적된 것으로 보이고, 작업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청구인이 수행한 업무는 수부에 부담이 되는 작업으로 판단되고, (중략) 청구인의 신청 상병은 연령에 따른 퇴행성 변화라기보다는 업무력상 과도한 사용으로 인하여 발병한 것으로 판단되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의학적 소견이다. 따라서 청구인의 신청 상병 ‘양 수부 및 수근관절 건초염’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 및 의학적 소견이 충분하므로 법 제5조에 의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는 것이 우리 위원회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이 노동자는 회사 복귀 후에 두달이 지나서야 산재 인정 통보를 받은 것이다. 결국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회사에서 시행하는 재활 치료도 받지 못하고 회사 복귀하여 일을 한 것이다. 또한 몇 개월 동안 마음 고생을 하면서 살아갔다. 이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고 있다.
산재법이 바뀌면서 업무관련성 질병인 근골격계 및 뇌심혈관계 질환은 부산지역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고 있다. 마산/창원거제/울산 등 부산 경남 지역에 있는 재해 노동자들은 심의 당일 참석을 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자세히 하고 싶은 마음에 부산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몸이 좋지 않은 노동자들은 가깝게는 편도 1시간 거리 멀게는 2시간 거리를 차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참석을 하면 판정위원들은 진술 시간도 얼마 주지도 않고 재해 노동자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특히 의사 및 전문가로 구성된 7명의 판정위원들이 앉아 마치 죄인 심문하듯이 이야기를 하니 재해 노동자 개인으로서는 사실 감당하기 힘든 자리이다. 판정위원회는 애초부터 잘못 도입된 제도이다. 그러다 보니 불이익을 당하는 재해 노동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판정위원회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노동자들의 강력한 항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