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호] 노동자 건강권 운동의 현실과 방향

[초점]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7-03-24 15:52
조회
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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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울산지역에는 노동 상담을 하는 5개 단체가 모여 매월 노동 상담 현황을 공유하고 상, 하반기에 노동법률학교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울산지역 노동상담단체 연석회의’가 있다. 비정규직 상담, 이주노동자 상담, 산재상담, 법률상담을 각각 진행하고 있는데 연석회의 내 역량강화 프로그램도 진행을 한다. 올 해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짜는 과정에서 제출된 의견들이 노동안전에 대한 학습을 진행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비정규직노동자, 이주노동자, 영세사업장 노동자 등 주로 미조직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는 단체들인데 이들 노동자의 건강권문제가 심각함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게 되면서 노동안전 전반에 대한 이해와 건강권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사실 우리가 마주하는 한국사회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 건강권의 심각함은 최근 몇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다양하게 확인하게 된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실습생이 실적압박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예비노동자인 현장실습생에게 고객을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해지방어부서에 일을 시키고 실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어린 학생이 자살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현장실습장이 자본의 돈벌이수단으로 변질 돼 교육과정에 있는 현장실습생의 생명과 안전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 사무실에 상담을 온 노동자는 화물노동자였다. 아이쿱생협에서 정육배송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허리를 다쳤으나 특수고용노동자란 처지 때문에 산재신청이 가능할 지를 묻는 상담이었다. 일단 본인의 의지로 산재신청을 하였으나 산재를 적용받고 인정받기까지 첩첩산중 어려움이 예상된다.

울산에서 해마다 반복되면서도 심각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산재사망과 남구 석유화학단지 건설, 보수업무에 투입되는 플랜트건설노동자 중대재해 문제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현대중공업에서 11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였고 5명의 플랜트건설노동자가 사망하였다. 하청노동자 산재사망 비율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현장은 여전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죽은 자는 있는데 책임지는 자는 없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작년 부산/경남/울산지역 공단지역 미조직노동자(이주노동자 포함) 515명을 대상으로 근골격계실태조사 결과 68% 노동자가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했으며 83% 노동자가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경험한 적이 없거나 모른다는 답변을 하였다.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노동자의 권리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겐 무용지물이 되었고 노동자의 건강은 방치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90%를 차지하는 미조직노동자의 건강권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거대한 산처럼 놓여있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현재 건강권운동진영의 최대 과제가 아닐까 싶다. 당연히 미조직노동자 건강권문제의 핵심은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것이다. 울산 지역에서 2003년 이후 비정규직노동조합들이 결성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플랜트건설울산지부, 구몬학습지지회, 울산과학대지부, 울산대학교병원민들레분회 등등. 비정규직노동조합들과 함께 열악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산재사망과 산재은폐와 산재보상의 문제 등을 제기하고 함께 투쟁해 왔다. 그리고 지금은 비정규직노동조합들이 건강권 현안을 제기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물론 현재진행형이고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노동조합을 통해 건강권문제를 제기해나가고 있다는 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조직화문제는 짧은 기간내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현시점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울산지역에서 고3 학생을 대상으로 한 ‘기초노동법’ 교육을 진행했었다. 고3학생들로부터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후 울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를 결성하게 되었다. 올 한 해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준비하고 있는데 일단 기초노동법 교육뿐만 아니라 노동안전 교육도 함께 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 차원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교육을 고3대상으로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우리 사회 안전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청소년 대상 교육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또한 미조직노동자를 일선에서 만나는 노동상담단체 연석회의에서 노동안전교육을 강화하여 미조직노동자 건강권문제를 다양하게 접근하고 심각성을 드러내기 하는 활동이 진행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노동자, 소규모 공단지역 영세사업장 노동자, 이주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건강권문제들이 상담과정에서라도 파악되고 드러내기가 된다면 사회적으로 대책을 요구하거나 관련 법 개정활동도 활발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하청노동자 산재사망문제와 산재은폐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투쟁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청노동자 산재사망문제는 우리사회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산재사망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투쟁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특히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울산지역에서 발생한 산재사망문제에 대해 반드시 사업주 구속처벌을 요구하는 고발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노조가 고발하고 미조직사업장은 울산지역건강권대책위가 고발을 하기로 하였다. 산재사망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고자하는 노동자들의 의지를 실천하고 기업살인법 제정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다.

미조직 노동자들 건강권문제를 드러내고 대책을 요구하는 일들은 현 시점에서 노동안전보건단체나 노동단체, 그리고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의 계획적 활동과 일상적인 활동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풍부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노동자의 건강권과 노조 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여건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렇게 다양한 시도와 실천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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