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호]작업중지권 아직도 그림의 떡이다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7-03-24 16:00
조회
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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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의원 여영국


20년도 넘은 1995년경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는 조선소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 확보를 위한 전국적 투쟁을 전개한바 있다. 필자 또한 당시 금속연맹경남본부 조직부장으로 있으면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완장?을 차고 작업중지권 활동을 한바 있다. 이후 역할이 달라지고 정치활동에 참여하면서 작업중지권에 대해 저만치 떨어져서 20여년을 살아왔지만 노동자들의 생명권은 20년 전 보다 더욱더 위험한 환경이 되어 가고 있다.
작년 5월 온국민적 울분을 불러왔던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끼여 사망한 청년노동자의 죽음은 작업중지권의 허상을, 경시되는 노동자 생명권의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작년9월 인터넷설치기사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작업을 하다 감전 추락사하였다. 작년 7월에는 폭우속에 오토바이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하던 배달노동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은 지하철역에서,기차선로에서 조선소에서,건설현장에서,건물외벽에서,댕크안에서,전신주위에서,우편배달집배원까지 그 범위도 점점확대되고 있다. 뚜렸한 특징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어쩔수 없는 사고가 아니라 이윤추구와 노동자 분열지배를위해 하청,외주화와 비정규 노동을 확대시키고 즐겨온 자본과 정부의 분명한 책임이 있는 인재다.

법이 없어서가 아니다. 아무런 저항권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법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산업안전 보건법 제26조 (작업중지 등)에는 사업주나 노동자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우리의 노동환경이 이런 법에 따라 위험에 따른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인가? 이런 법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될까?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원청노동조합이 있는 조선소 조차도 1차하청과 2차물량팀이라는 다단계 구조속에서 작업중지를 했을때 작업중지한 만큼의 임금보전등에 대한 약속이 없는 속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일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무런 저항권도 없는 미조직 노동자들과 개별화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당신에게 작업중지권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에게 은행에 돈많이 있더라는 이야기와 다를바 없다.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생명권이다. 중대법죄자에게도 사형제도를 없애가고 있는데 먹고 살기 위해 생명이 위협받는 위험마져 감수해야 하는 현실은 너무나 잔인하고 야만적이다. 지금 온 국민이 이게 나라냐며 새로운 대한민국건설의 의지가 어느해 보다도 충만해 있다. 지금껏 그래왓듯이 대통령이 바뀌어도 노동은 점점 악화되어왔다. 이래서는 안된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고 노동자들의 생명권이 존중되는 나라가 건설되어야 한다. 그 출발은 비정규노동,불안정노동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 누구나 위험을 느낄때는 작업장에서 대피할 권리와 이로 인한 임금,고용등 어떤 불이익을 받지 않는 온전한 권리를 보장해야한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30년이 되는 올해 다시 노동권리의 깃발을 들자. 노동자들은 조직화되지 않으면 법도 무용지물이다. 노동자들의 조직된 힘 없이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우리의 목숨을 안전하게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저항권을 갖는 노동조합으로 조직화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나고 세월호 리본뱃지를 손에 쥔 이후 의회, 행사장, 동네에 나갈 때 일상적으로 착용하고 있다. 동료의원들로부터 동네 주민들로부터 제발 그 뱃지좀 안 달면 안되냐며 황당한 항의를 여러 번(지금도) 받았다. “생명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의 최소한의 정체성이다”며 되레 나무라긴 하지만 세월호 아픔마저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에 막막함이 들기도 했다. 생명권의 문제는 진영논리로 정치논리로 경제논리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권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동자 대투쟁 30년이 되는 올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던 차에 마산창원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소식지 100호 기념 원고 청탁으로 가물거리던 노동자의 생명권인 작업중지권을 다시 일깨워준 산추련에 감사드린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을 노동권 쟁취를 위해 헌신해오신 산추련 활동가들과 산추련과 함께 하시는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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