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호]3년만에 인정받은 업무상재해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5-08-04 15:13
조회
255

강태윤효성중공업지회 고용부장
노동조합이 바로 서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3년 전, 2022년 1월 13일 아침 출근 후 반장인원 파악 및 조회를 마친 뒤, 회사 내 운영 중인 새마을금고를 방문하기 위해 (단협 복지대출 연장 신청) 반장에게 보고 후 승인을 받고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던 중 적재물 사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지게차를 피하다가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코뼈 골절, 턱 골절, 안와 골절을 입어 수술을 받고 2주간 입원 치료 후 퇴원하여 2주간 요양을 거친 뒤 회사로 복귀 했습니다.
당연히 산재 신청을 하였지만, 근로복지공단 종합판단은 “이상의 내용 및 관련 자료를 종합하여 판단한 결과 고객님의 재해는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재해가 아니라 업무와 무관한 사적 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로 확인되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 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 인정기준)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7조(업무수행 중의 사고)에 따른 인정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부득이 불승인 하였습니다 ”
[판단자료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신청서 및 소견서, 의료기관의 의무기록 및 영상자료,자문의사 소견서, 사업장 및 재해자 확인서 등)]
산재 사고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던 저는 근로복지공단에서 불승인 판단을 내리니 당연한 듯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단에서는 이의가 있으면 정해진 기간 내에 이의 신청을 하면 된다고 했지만, 방법을 알지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노동조합 노안 부장에게 상담했지만, 근로복지공단 직원처럼 “이의 신청을 하면 된다”는 말뿐, 진행 방법이나 절차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생각해 보고 결정하라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산재 경험과 지식이 없던 저의 입장에서는 혼자 판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알아보는 과정에서 법무사 고용 비용, 소송 비용,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결국 이의 신청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4년, 노동조합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현장에서 사측의 탄압에 맞서 싸우던 저에게 조합원을 대변해 앞장서서 싸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지회 간부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던 중 한 조합원의 산재 불승인 사례를 공유하다가 제 사건을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들은 간부들은 처음부터 잘못된 판결인 것 같다며 그 당시 이의제기를 왜 하지 않았느냐며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같으니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고 산재추방운동연합에 도움을 요청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하.......똑똑한 놈이 그 당시 이의제기 안 했다고 엄청나게 놀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ㅠ,.ㅠ)
이 과정에서 산재추방운동연합을 알게 되었고, 처음 방문하여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춘 이은주 국장님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면담을 받으며 마음이 편안해졌고, 필요한 자료와 앞으로의 진행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후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여러 분들과 논의해 주셨으며, 적극적인 도움을 주시기 위해 몇 달간 노력해 주셨습니다. 서류 접수 과정에서도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동행하여 산재 보상 팀장에게 서류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사고 당사자인 저의 입장에서는 이렇듯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분들이 대가 없이 관심과 도움을 주신 것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가족보다 더 큰 도움을 받았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이은주 국장님과 지역 활동가분들의 많은 도움과 관심 덕분에, 저는 2025년 5월 22일 재심 승인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심사결정서 내용은
나. 청구인 회사 내 새마을금고 이용은 조장에게 보고 후 승인을 받고 이용후 복귀 중 지게차가 도로에 적재해 있던 제품 사이에서 후진으로 튀어나와 이를 피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는 새마을금고 이용이 사적 행위가 아니라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업무수행 중에 발생한 사고라는 점, 형식적으로 업무시간 중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 맞지만, 상급자 허락으로 인해 당사자에게 휴게시간과 같다는 점, 사고의 원인이 사업주의 관리소홀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원처분기관의 최초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 청구인의 이 사건 관련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심사위원회의 심의
결과 “사고내용을 종합할 때 개인 업무를 위해 이동하였다고는 하나 업무시간 중에 승인받아 휴게시간을 인정받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사고 경위상 사업 내 지게차 후진 시 안전조치 등의 관리가 미흡했던 점 또한 확인되어 산재보험법 제37조제1항제1호 마목에 따른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발생한 사고 내지는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 소홀로 발생한 사고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건 재해를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함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라. 위와 같은 이유로 청구인의 신청 상병은 이 사건 사고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 그렇다면 청구인의 심사청구는 이유가 있으므로 원처분기관의 최초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함이 타당하다.
노동자 여러분, 저도 살면서 이런 사고를 당할 거라 생각조차 못 하였습니다. 힘없고 잘 모르는 노동자들은 저처럼 당연한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노무사를 고용해야 한다, 소송을 해야 한다, 하루라도 쉬면 가족 생계가 걱정된다는 생각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산재추방운동연합이 필요한 것입니다. 저 또한 노동자이기에 언제 또 사고를 당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노동자 여러분, 우리 산재추방운동연합에 많은 관심과 후원을 합시다.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느낀 점은, 힘없고 빽 없는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 환경 속에서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 노동자들은 크고 작은 사고를 당했을 때 어떻게 해결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럴 때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편에 서서 당당하게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하고 노동자들을 위해 힘써주시는 연대단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크게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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