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호]코끼리와 개미의 싸움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5-08-04 15:17
조회
240

김재영
금속노조 경남지부 피케이밸브지회 지회장
피케이밸브 노동조합은 1975년 5월 27일 기업노조로 출범한 이래 2025년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였다. 반세기 동안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지금 이 순간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 지회는 SNT다이내믹스지회, 효성중공업지회에 이어 경남 지역 내 세 번째로 오래된 장수 노동조합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있으며, 신생노조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투쟁하고 있다. 이것이 곧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노총이자 금속노조이며, 경남지부의 정신이다.
2025년 3월 15일 이후, 피케이밸브의 300여 노동자들은 거대한 ‘코끼리’와 싸우는 ‘개미떼’가 되어 회사 정문을 지키고 있다. 100일이 넘는 이 싸움은 거대한 자본과 권력에 맞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전면전이며, 누가 보아도 기울어진 싸움이다. 하지만 “신은 행동하지 않는 자를 돕지 않는다”는 소포클레스의 말처럼 우리는 멈추지 않고 행동해왔다.
부당한 대표이사 해임, 시작된 분쟁
2025년 3월 15일, 피케이밸브앤엔지니어링의 대표이사였던 전영찬 대표가 대주주의 일방적 결정에 의해 해임되었다. 2024년 한 해 동안 매출 1,226억 원, 영업이익 46억 원, 당기순이익 68억 원을 기록하며 4년간의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킨 인물이었다. 그러나 명분도 사전 논의도 없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되었다.
전 직원들은 충격과 의문을 가졌고, 지회장에게 “무슨 일이냐”는 문의가 쇄도했다. 지회장은 경영지원팀에 확인하였고, 대주주 STX와 APC 사모펀드의 결정이라는 설명만이 돌아왔다. 그 외의 사연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노조는 금속노조 결의대회 참석차 서울에 있었으나, 즉시 비상소집령을 내리고 20명의 확대간부와 4명의 전직 지회장, 2명의 우리사주조합 이사(노조간부 겸직 제외)진을 소집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진실의 발견과 조직된 대응
3월 17일 아침, 해임된 전 대표이사와의 면담을 통해 STX 대주주의 갑질과 부당한 경영개입, APC 사모펀드의 자본유출 시도 정황을 확인하였다. 지회장은 다시 비대위를 소집하고, 전 조합원을 강당에 모아 사실관계를 알리고 이후 대응 계획을 공유했다.
비대위는 다음의 6가지 임무를 중심으로 행동을 개시했다.
1) 전직원 단결 조직 2) 대응매뉴얼 수립 3) 소송비용 모금 4) 소액주주 연대 확보 5) 언론 및 사회 여론대응 6) 국회 및 사정기관에 진정 및 호소등
먼저 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의 도움을 받아 국회 소통관을 통해 기자회견을 진행하였고, APC 사모펀드와 STX의 경영개입 실태를 대외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이는 소액주주들의 관심과 연대의 물결을 불러일으켰고, 노조는 보다 강한 동력을 얻게 되었다.
자본의 침탈을 막기 위한 행동
불안은 점점 커져갔다. 특히 대주주 측의 협박성 발언과 내정자 압박으로 일부 직원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노조는 우리사주조합과 함께 조합원 대상 기금 모금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1인 50만원~300만원의 자발적 출연으로 총 약 1억 3,500만 원의 법적 대응 자금을 마련하였다.
3월 31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노조는 기적적으로 대주주의 안건을 모두 부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경영권 분쟁은 본격화되었고, 5월 29일 창원지방법원은 이사회 효력정지, 신주발행 의결권 정지, 자사주 매각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이라는 결정으로 우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3,700명에 달하는 지역 시민들의 탄원도 큰 힘이 되었다.
이어지는 침탈 시도, 정문을 지키는 개미들
대주주 측은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6월 2일 절차적 하자가 있는 임시주주총회를 강행하였다. 용역 25명 이상을 동원하여 직원들의 출입을 차단하고 주총장을 점령하였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고, 피케이밸브 직원들은 4시간 가까이 경찰과 용역, 건물 관리자 사이에서 대치하며 강당진입을 시도 하였지만 실패하였다.
노조는 임시주총 무효 가처분을 법원에 긴급히 접수했고, 판결은 7월 중순 이후로 예정되어 있다. 그동안 피케이밸브 정문은 조합원과 직원들이 교대로 지키며 외세 침탈을 막고 있다.
6월 26일, 등기상 대표이사 및 임원들과 노동조합 대표가 만나 임시주총 가처분 판결까지 상호 충돌을 피하자는 신사협정을 체결하고 휴전에 들어갔다.
우리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개미와 코끼리의 싸움. 상식적으로는 개미가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그러나 피케이밸브는 다르다. 조합원 한 명 한 명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은다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금속노조, 민주노총의 연대와 지원 속에 우리는 꿋꿋이 버텨내고 있다. 그리고 싸우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실제로 대주주 측 압박으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동지도 있었다. 우리는 절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서로를 보살피고, 희망을 만들어 가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개미지만,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개미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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