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호]병원을 안 가서 산재가 중단된다고요?

[상담실]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5-08-04 15:23
조회
242

             김남욱  바른길 노무사 사무소  공인노무사 


 

산재 요양 기간은 산재 신청 시점이 언제이든 승인 시점이 언제이든 재해발생일로 소급해 기산된다. 예를 들어 2025년 1월 1일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다면, 2025년 4월 1일 이를 산재로 신청해 7월 1일 승인 통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산재 요양 기간은 2025년 1월 1일부터 시작된 것으로 본다. 그리하여 산재가 뒤늦게 인정되더라도 소멸시효 만료와 같은 다른 사정이 없으면 재해발생일부터의 요양급여와 휴업급여 소급분이 모두 지급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간혹 산재는 승인됐는데 병원을 안 갔다는 이유로 산재 요양이 짧게 끝나버렸다거나 휴업급여가 다 지급되지 않았다는 문제로 상담 요청이 오는 때가 있다.
2023년 7월, 약 20년간 금속 그라인더 작업을 해 온 노동자는 장기간 반복된 무릎 부담 작업으로 인해 반월상 연골이 파열됐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치의의 소견에 따라 곧바로 입원해 수술을 했고, 입원과 동시에 회사에서는 퇴사했다. 수술에서 회복해 퇴원한 후에는 자택에서 요양했다. 자택에서 요양하면서 처음 2개월 정도는 약물 처방과 경과 관찰을 위해 몇 차례 통원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그 후부터는 병원에 가도 간단한 재활운동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회복에는 그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집 근처 수영장에 걷기 운동을 하러 가는 것 외 따로 병원을 가지는 않았다. 2024년 6월, 무릎도 산재 신청 가능하다는 동생의 말에 약 1년 만에 다시 병원에 갔고, 진료 후 뒤늦게 산재 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요양 기간은 처음 병원에 갔던 날부터 치료의 연속성이 인정되는 날까지 약 2개월만으로 종결 처리되어 버렸다.
2024년 8월, 제조업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는 작업 중 좌측 두 번째 손가락 첫 마디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곧바로 병원에 가기는 했으나 합의부터 하자는 회사의 요구에 산재 신청을 지체하다가 결국 9월 중순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산재를 신청했다. 그리고 산재 신청 결과를 기다리던 10월 중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난데없이 난소암 진단을 받았다. 난소암 치료를 위해서는 자궁적출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산재를 신청했던 병원이 아닌 다른 큰 병원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손가락 치료는 암 치료 다음으로 미뤄졌다. 문제는 산재 승인 통보 후 발생했다. 손가락 절단 사고에 대한 산재 승인 통보를 받은 후 휴업급여 소급분을 청구했지만, 10월 중순 이후로는 손가락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가지 않았다고 하면서 공단이 휴업급여의 지급을 거부한 것이다.
산재에서 요양 기간은 주치의의 진료계획 제출과 공단의 승인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진료계획은 특별히 장기 요양이 필요한 부상이나 질병이 아니면 3개월 단위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산재로 3개월 넘게 요양하려면, 요양 기간의 연장을 신청하는 주치의의 진료계획이 제출되어야 한다. 공단은 주치의의 진료계획이 제출되면 계속 요양의 필요성이나 제출된 진료계획의 적정 여부 등을 심사하는데, 이 경우 치료의 연속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치료가 종결되어 계속 요양의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본다.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와 같이 무릎의 반월상 연골이 파열된 경우, 통상적으로는 6개월 또는 그 이상의 요양 기간이 인정될 수 있지만, 수술 후 2개월째 되는 날 이후로는 병원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소급해서 인정된 요양 기간이 2개월에서 끝나버린 것이다.
한편 휴업급여는 요양 기간으로 인정된 기간 중 요양으로 일하지 못해 소득이 없는 기간에 지급되는 보상이다. 따라서 요양 기간으로 인정된 기간이라고 하더라도 요양 외의 다른 사유로 일하지 못한 기간이나, 실제 일을 해 소득이 발생한 기간에는 휴업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 앞선 사례에서는 재해자가 요양 기간 중 손가락 절단이라는 산재 승인 상병으로 요양한 것이 아니라, 난소암이라는 개인 질병으로 요양하느라 일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휴업급여 지급이 중단된 것이다.
이처럼 합리적인 다른 사유 없이, 또는 개인적 사유로 병원에 가지 않은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공단은 이를 치료의 연속성이 없다고 보아 요양 기간을 종결 처리하거나 그 기간에 휴업급여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공단의 이러한 처분이 정당한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산재 요양 기간 중 치료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게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개인적 사유로 일정 기간 병원에 못 가게 될 사정이 생기면 미리 병원에 얘기해 진료 일정을 조율하고, 약물 처방을 조금 더 길게 받는 등으로 치료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면 미리 기존 병원이랑 얘기해서 전원 처리를 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산재로 승인된 부상 또는 질병의 특성이나 구체적 상태에 따라 병원을 가야 하는 주기는 크게 다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계속 요양이 필요함에도 적절한 조치 없이 임의로 병원에 가지 않으면 보상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진료계획 신청이나 휴업급여 청구 불승인 처분에 대해서도 심사·재심사와 같은 이의신청은 가능하지만, 치료의 공백이 크면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산재로 요양 중이라면 주치의와 상의해서 적정 주기로 치료를 받도록 하고, 사정이 있어 치료에 공백이 발생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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