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호]현장 노안 활동가들에게 묻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5-08-04 15:26
조회
238

이 번 간담회는 산추련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지회의 노안담당 활동가들을 모시고 지회활동을 하게 된 계기와 활동하는데 어려운 점, 지회내 간부간 세대갈등, 조합원들간 세대갈등들이 현장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공유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였다.
1. 반갑습니다. 바쁘신데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 여기 참석하신 간부님들 대부분이 30대 후반 40대 중반이시네요. 일명 MZ세대인데... 바로 간담회로 들어 가겠습니다. 먼저 어떤 계기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돌아가면서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 들어보고 싶습니다.
한화 창원지회 : 2014년 삼성에서 한화로 넘어가면서 노동조합이 생겼다. 삼성은 원래 노조가 없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다. 그런데 한화로 매각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현장에 분노가 생겼고 노동조합에 하나, 둘 가입하게 되었다. 민주노총, 혹은 한국노총으로 갈 것인지, 기업노조로 남을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적은 숫자지만 금속노조가 깃발을 먼저 뚫어주었다. 6명이 해고되면서 2016년 조합 간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마다 해고자 복직 투쟁을 위한 출근 투쟁을 하면서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으로 노안차장을 맡게 되었고 산추련 회원으로 가입하고 공부도 하면서 지금까지 활동을 하고 있다.
DN솔루션즈지회: 특별하지 않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처음은 대의원으로 시작했다. 간부를 하고 있던 친구의 말을 듣고 누군가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합활동을 하게 되었다.
대흥알앤티지회 : 2018년 3월에 입사했는데 8월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노동조합을 만든 이유가 600%이던 상여금이 300%로 삭감된 것이다. 조반장들은 제안비 명목으로 600%의 상여금 이상의 돈을 다 받아갔는데 이에 분노를 느껴서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었다. 년차, 조퇴하면서 동생들이 열심히 싸우고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화엔진지회 : 노안부장으로부터 노안위원을 해 보자고 제안을 받았다. 속으로는 노안부장을 해보고 싶었다(사실 상근 간부를 해보고 싶었음). 13기때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좀 더 많이 배워보고 싶어서 노안부장을 맡게 되었다.
한화에어로전사노조: 대우에서 두산, 한화를 거치면서 금속노조에서 기업노조가 되었다. 기업노조로 있다 보니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사측에 편의 제공을 받고 사측의 편을 들고, 친인척을 입사시키는 등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에 조합원들도 불만이 많았고, 우연한 계기에 사무국장에 출마를 하게 되어 지금 8년째 간부를 하고 있다.
볼보건설기계노조 : 처음 시작은 순수한 마음으로 대의원을 3년 하게 되었다. 일하는 곳이 외곽이고 혼자서 일하는 곳이어서 인맥을 넓히고 싶었는데 지금 위원장님의 권유로 간부를 맡게 되었다.
2. 노안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한화 창원지회 : 사고성 산재가 있었다. 장갑차, 자주포 등을 만드는 장비 위에서 일하다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손 골절만 입어 산재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작업사항 준수를 지키지 않아서 징계위원회를 열겠다는 사측의 통지를 받았다. 근로감독관을 만났는데 문제가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말도 되지 않는 대답을 듣고 노동조합에서는 바로 안전시설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고소장을 쓰겠다고 대응했다. 이때 산추련 도움을 받았다.
10여가지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고소를 하니 회사의 태도가 달라졌다. 징계회원회를 열지 않겠으니 고소를 취하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결과는 사장은 당시 회사에 상주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혐의가 나왔지만 사업장장과 회사법인은 각각 벌금 100만원이 떨어졌다. 노동조합은 징계위원회를 열면 시리즈로 고소장을 넣겠다고 사측에 예고를 하고 집회와 홍보를 계속했었다. 그 후 회사는 말하지 않아도 안전시설 장치로 외벽 사다리를 철거하고 3M마다 참을 만들면서 사다리를 새로 설치하였다. 이 일이 있으면서 회사에서는 함부로 고소하거나 징계위를 하지 못한다. 또 산보위 활동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는다.
볼보건설기계노조 : 근골격계 산재 승인을 받고 복귀한 조합원이 조합에 찾아와 고맙다, 감사하다고 인사했을 때가 기억난다.
3. 현장 투쟁을 통해서 안전한 현장을 쟁취한 사례들도 많을텐데 말씀해 주십시오.
대흥알앤티지회 :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중대재해가 발생했지만 사망사고만 아니면 된다는게 사측의 생각이다. 메탄중독, 급성간염 등으로 2년 넘게 투쟁하면서 민주노총, 산추련 등과 함께 연대투쟁을 했다. 노안활동을 하면서 위험한 화학물질이 485가지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다. 메탄, MSDS를 자료상에 넣지 않고 주기 때문에 없는 물질을 찾기도 하고 성분분석을 다 하게 되었다. 지금도 약품이 바뀌면 성분분석을 다 한다.
4. 여기 참여하고 계시는 간부님들도 30대, 40대가 많습니다. 조합 간부간의 세대 갈등, 조합원들과의 사이에서 세대 갈등들이 있을텐데 세대간의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한화엔진지회 : 지회 간부 평균연령이 40대 중반이다. 2008년에 입사를 했고 2019년에 신입사원을 모집했으니 11년만에 후배를 맞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신입사원을 주 대상으로 지회장배 체육대회를 했는데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게 되었다.
한화에어로전사노조 : 젊은 조합원이 70~80명 정도인데 전체 1/3을 차지한다. 현장에서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긴다. 기존에는 경조사가 생기면 옆 라인도 함께 부조를 하는데 젊은 조합원들은 ‘안 하고 안받을거다’라고 한다. 또 1박 2일 야유회가 있어도 ‘가기 싫다’라고 표현을 한다. 세대 차이가 많이 난다. 세대간 소통을 하기 위해서 외부강사가 와서 소통을 주제로 강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한화창원지회: 삼성다닐때는 매년 조직활성화교육이라고 해서 다른 부서와 함께 1박2일, 혹은 2박3일 매년 3천명 정도가 교육을 받았다. 교육과정에서 서로간에 모르는 사람하고도 형님이라 부르고 그랬는데 한화로 바뀌면서 그런 게 없어졌다. 이번에 노동조합에서 회사에 요구해서 입사 4년차 조합원들 1박 2일로 경주에서 교육이 있었다. 주제가 세대간의 소통이었는데 올 해 뿐 아니라 내년에도 할 생각이다.
대흥알앤티지회: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소통 문제는 나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대세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노동조합 간부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MZ을 떠나서 굳이 나서서 뭔가를 할려는 사람이 없다. 노동조합 간부를 하고 있더라도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를 해야 노동조합도 발전하는데 그런 사람이 없다. MZ세대가 그렇다는 게 아니고 현재 있는 사람도 그렇고 저도 2020년부터 지금까지 노안부장을 하고 있으면서 다른 직책을 하고 싶은데 맡아 줄 사람이 없다. MZ고, 나이대가 아니고 현 사회가 그런 식으로 흘러가는것 같다...
5. 나름대로 생각과 의지를 갖고 활동하고 계시는데 많이 힘들고 고민도 많겠어요. 노안활동하면서 말하지 못한 힘들었던 점 있으면 조금 더 이야기 해 주십시오
한화엔진지회 : ‘이것 밖에 몬하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화가 많이 났다. 임금부분에서도 손해를 보면서 조합일을 하고 있는데 울컥한다. 동료들의 다독임으로 계속하긴 하는데 조합활동을 하면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흥알앤티지회: 현장에서 문제 있을 때 현재 작업자들이 10년 20년 작업하다보니 하는 작업이 몸에 익어서 개선하는 걸 불편해한다. 그래서 힘들다. 익숙함에 있다보니 현장 개선에 어려움을 느끼고 회사 눈치를 본다. ‘생산 수량이 안 나오는데’하면서 당장은 개선을 하더라고 수량이나 생산시간 때문에 눈치를 보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원상 복귀된다.
볼보건설기계노조 : 산재건수가 17건이다. 올해도 5~7건 들어가 있다. 젊은 노동자들은 업무 대처능력이 부족한데 빨리 일하고 좀 쉬려고 하다 보니 미세 골절이 발생하고 있다. 공상은 5년 전부터 없애서 무조건 산재인데 회사는 다시 공상을 하려고 한다. 공상은 2주면 되는데 산재는 길어져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힘들어한다. 왜냐하면 회사는 인력은 보충하지 않고 생산량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대체인력이 들어오더라도 그 공정을 또 배워야 하고, 사측은 계속 물량을 낮춰주지 않는다,
6.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다치지 않는 현장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현대모비스지회 : 사람이 안 다치려면 사람중심으로 가야한다. 이게 완전 작동해야 한다.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마련되었고 현장에서 환경안전 관련 사원을 신규 채용하는 인원도 늘었다. 회사에서 투자하는 금액도 높아졌다.
대흥알앤티지회 : 대다수 현장이 그런게 아니라 대기업 중심의 현장들이 그렇다. 요즘은 스마트 안전장비가 현장에 갖춰져 있어 위험반경 지역에 들어서면 알람이 울려 경고를 한다.
대기업은 수량에 신경 안쓰지만 우리는 주야 맞교대다. 주야 비교하면서 쪼아댄다. 쉬지를 못한다. 기계에 사람이 지배당하는 경우들이 있다. 제한된 시간내에 해야하기 때문에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는다. 사람을 늘리든지 작업량을 낮추든지 해야한다.
사고가 일어나면 처벌할 때 사람이 죽지 않을 정도면 된다. 시스템이 바뀌어야한다. 처벌근거가 있어야 강제할 수 있는데 없다.
볼보건설기계노조: 다지치 않는 현장이라고 할 때 육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안 다치는 현장이면 좋겠다. 회사에서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전사노조 : 조합원들, 선후배들 사이의 소통이 잘 되면 좋겠다.
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해 주십시오.
한화창원지회 : 처음엔 열정으로 시작했다. 나이드니 열정이 어디로 갔는지 그냥 묵묵히 하는 것 같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부생활 오래하니 나태해진다. 산추련에도 관심있는 젊은 사람들이 들어 왔으면 좋겠다.
현대모비스지회 : 1기때부터 했던 사람들이 계속하고 있다. 사람이 없다. 산추련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배우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 이제는 누적되어 게을러지는 것 같다. 일할 사람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볼보건설기계노조: 임기가 올해 말이다. 저희 부장들은 임명직이라 위원장이 바뀌면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업노조다보니 상급단체 방문시 찬밥신세다. 산추련을 통해서 연대도 하고 도움 요청도 하고 도움도 주고 싶다.
DN솔루션즈지회 : 산추련에서 모르는 것을 도움받았고 앞으로도 도움 받을 것 같다. 안지치고 계속했으면 좋겠다. 저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흥알앤티지회 : 산추련이란 단체가 갖고 있는 인맥이 놀랍다. 산추련의 주도로 토론회를 열어 산안법개정투쟁을 해 봤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산추련에 모였으면 좋겠다. 여름휴가 끝나고 천막농성 들어간다. 많은 연대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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