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호]30대 건설 이주노동자 심정지, 과로사 산재 인정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5-08-04 15:28
조회
122
게시글 썸네일
[서울행정법원 2024.12.19. 선고 2024구합631 판결(확정)]

 김민옥 금속법률원 노무사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위험하고, 힘들고, 더러운 일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한국말이 익숙지 않다 보니까 많이 당해요. 이주 노동자가 속한 나라의 팀장이 있고 그 위로 회사가 고용한 팀장이 또 있어요. 이 사람들이 중간에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예요. 그러다 보니 정작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일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해요.”, “한국인 일자리를 이주 노동자들이 빼앗고 있다는 말 들었어요. 그건 사실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될 수 있는 상황들이 있어요. 사업주는 이주 노동자에게 강제로 일을 시키듯이 한국인 노동자를 대우할 수 없죠. 한국인 노동자들은 이러한 행위를 용납하지 않아요. 그래서 일부 사업주들은 한국인 노동자보다는 노예처럼 대우해도 되는 이주 노동자를 선호하기도 해요. 저도 그런 경험을 했어요.”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78쪽), (241쪽)

A는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로 2019년 5월, 20대부터 한국의 건설현장 철근공으로 근무했습니다. A는 2022.11월부터 B시 공동주택건설사업 현장에서 근무 중 열흘만에 급성심장사(추정)로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공단)은 B시 건설현장에 대한 구체적 조사없이 A의 근로계약서, 출퇴근기록 등 일부 자료만 검토했습니다. 공단은 A가 철근을 엮는 단순반복 작업만 수행하고 1주 근무시간도 40시간 미만으로 업무부담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산재보상 유족급여 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실 확인 후 A에게 사망 직전 급격하고 과도한 육제적 부담과 스트레스가 있었다며 A의 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① A가 수행한 건설현장 철근공 업무는 통상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에 해당합니다. 철근공은 철근을 규격대로 절단하거나 구부리는 등 가공하고, 가공된 철근을 시공 위치로 운반하며, 철근들을 묶거나 용접하여 연결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무거운 철근을 반복적으로 운반 취급하는 과정에서 많은 힘이 소모되고 신체에 큰 부하가 가해집니다. 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 매뉴얼에서도 철근공은 육체적 업무 강도 5단계 중 4단계인 “힘든(heavy)”에 위치합니다.
② 또한 A와 동료들은 고정급이 아닌 업무량(작업면적)에 비례하여 임금을 지급받아(석방팀) 업무 밀도 및 강도가 더욱 높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③ 한편, A는 외국인임에도 모국어로 번역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근로계약서와 실제 근로조건이 일치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체결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A는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 일당과 달리 작업면적에 따라 일당을 조정해서 받았고, 근로계약서상 일당보다도 더 많았습니다.
④ A의 근로계약서상 1일 휴게시간 2시간도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동료 철근공은 휴게시간은 1일 1시간 정도였고, 정해진 근로시간이나 휴게시간 없이 할당된 철근 작업을 마칠 때까지 계속 근무했다고 말했습니다.
⑤ 근로계약서상 출퇴근 시간과 A의 현장 출입 시간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콘크리트 타설 전까지 철근 작업이 완료해야 하는 특성이나 작업비례 임금 지급 등을 고려할 때 A의 근로시간이나 휴게시간이 보장되기 어려웠던 구조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⑥ 무엇보다 A는 그동안 일당직 철근공으로 근무하다가 B현장에서 처음으로 석방팀 철근공으로 근무하면서 업무량 등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A가 석방팀으로 근무한 10일 사이에 5명 100평 철근 작업이 150평으로 증가하거나, 4명이 200평, 6명이 150평, 5명이 150평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A는 사망일에 아내에게 혈압이 떨어지고 힘이 없다는 문자를 보냈고, 동료들에게도 피로 등을 이유로 조퇴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A는 사망 당시 32세에 불과했는데, 건설현장에서 철근 작업 근무 중 사망했고 업무상 과로 외에 달리 심정지를 유발할만한 기저질환이 있었다고 볼 사정도 없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조금만 살펴봐도 A의 사망이 산업재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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