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호]더 이상 꼼수로 중대재해처벌법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노동재해직업병소식]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5-08-04 15:35
조회
121

   김경민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광장의 힘으로 끌어낸 대통령 조기 선거 이후 광장의 목소리는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겨갔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중대재해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제 산업재해는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 사망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도입된 이후에도 산업현장에서의 사망사고는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재벌이나 대기업 계열사에서는 대표이사나 사장이 법망을 피해가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드러나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기업 규모에 따른 법 집행의 격차가 현실적으로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있었던 두 개의 중대재해 사건

현대 비앤지스틸과 삼강이앤씨의 중대재해 사례는 바로 이런 법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기업 모두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법적 결론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삼강이앤씨 대표는 기소되었으나 현대비앤지스틸 대표는 교체되었다는 이유로 불기소되었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법이 점차 누구를 보호하는지 모호하게 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 비앤지스틸의 경우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꼼수를 부렸습니다. 2023년 12월 산청공장에서 철판 낙하로 인해 노동자가 압사당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명백하게 안전조치 미비가 원인이었으나 검찰은 당시 대표이사가 아닌 사고 직후 교체된 신임 대표만이 대상이라고 하며 기존 대표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아 ‘현직 대표이사만 처벌할 수 있다’는 법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표이사 쪼개기 이후 인명사고는 이어졌습니다. 뉴스로드에 따르면, (김의철, ‘[중대재해] 현대비앤지스틸, 말 뿐인 선언보다 오너의 진정한 사과와 실질 대책 세워야’) 현대비앤지스틸 노사가 “경남 창원 본사에서 무재해·안전일터 조성을 위한 공동선언식을 개최했다…노사 공동 선언문에는 안전문화 내재화를 통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공동 노력, 안전 관련 투자 및 중대재해 예방 노력 지속, 안전한 사업장 조성을 위한 노사 간 소통 협력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 비앤지스틸 창원 공장은 삼강에스앤씨 같은 동일한 산재 사고가 났던 기업과는 달리 노동청에 대한 수사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검찰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표이사 쪼개기’를 통해 ‘안전담당 대표이사’ 체제를 내세웠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으리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뉴스로드에 따르면, (김의철, ‘[중대재해] 현대비앤지스틸, 말 뿐인 선언보다 오너의 진정한 사과와 실질 대책 세워야’)“현대비앤지스틸은 앞서 지난해 3월29일 이사회를 열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바꾸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직무를 이선우 신임 대표에게 맡겼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1월27일 이후 약 2개월만으로 이른 바 '바지사장'을 내세운 '대표이사 쪼개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꼼수는 현대비앤지스틸이 중대재해 기업 처벌을 면하게 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사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편, 삼강에스앤씨의 경우 2022년 경남 고성 조선소에서 발생한 배 내부 작업 중 사망 사고에서는 대표이사가 실제로 검찰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작업환경의 구조적 위험성을 사전에 파악했음에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제로 적용된 몇 안되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 두 사건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의 이정표로 언론에서는 보도했습니다. ‘중소기업조차 대표가 처벌을 피하지 못했다면 대기업은 왜 예외인가“ 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여론을 환기했습니다.
서울경제 기사에 따르면 (박종완, “‘중대재해법 위반’ 삼강에스앤씨 전 대표 항소심도 실형”) “창원지법 형사5-2부(부장 한나라)는 13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A 씨는 이날 실형 선고로 재구속됐다. 삼강에스앤씨 법인은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B 씨가 통제를 무시하고 작업 공간에 들어가 숨졌으므로 자신은 과실이 없고 안전 관련 조치를 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 씨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만 7회 형사처벌 받았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시간과 비용 등 절약을 최우선으로 했을 뿐 노동자 안전 보장은 뒷전이었다”며 “1년 내 3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음에도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 잘못으로 사망사고가 나 회사가 손해를 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삼강에스앤씨가 짧은 기한 내 선박 수리를 완료하고자 추락 방호망 등 보호 조치 마련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저가로 선박 수리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와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A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후 A 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 역시 1심과 같았다.” 이렇게 삼강에스앤씨 대표는 실형을 피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취재와 논조는 오히려 대기업에서 왜 책임 추궁이 이루어지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면서 여론을 형성하려고 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자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경남 지역 일간지의 경우에는 두 사건에 대해 예외 없이 현장 안전강화, 산업현장 안전은 뒷전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따르면(최환석,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고성 삼강에스앤씨 상고”) 노동자 추락 사망 사고를 막지 못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삼강에스앤씨 사업주와 법인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항소가 기각돼 공바로 법정 구속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ㄱ 씨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조치를 이행했다면 △추락 방호장치를 설치할 관리비를 고려하지 않고 견적을 제출한 협력업체에 공사를 맡기지 않았을 것 △위험을 느끼며 추락방호망 설치를 희망하던 노동자 의견을 취합해 적절한 조치가 있었을 것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을 것 △결국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보석 중이던 ㄱ 씨는 항소가 기각돼 곧바로 법정 구속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 말미에 정확하게 어떤 이유로 구속될 수 밖에 없었는지 정확하게 이유를 밝힘으로 정보 전달에 확실한 역할을 했습니다.

경남 신문 역시 (김재경 “‘중처법 위반’ 삼강에스앤씨 전 대표 2심도 징역 2년”) “산재 사망사고가 잇따른 고성군 소재 조선업체 삼강에스앤씨(현 SK오션플랜트 자회사)의 전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매우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노동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산업재해가 사업장에서 거듭 발생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시간·비용 절약을 노동자 안전 보장보다 우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또 검찰에서 법인에 대해 구형한 벌금 5억원을 넘겨 해당 법이 시행된 이후 법인에 부과한 벌금 중에 최고액을 선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법인에 대한 벌금형 상한은 50억원이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같은 사망 다른 처벌

현대비앤지스틸과 삼강이앤씨의 사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모두에게 법적으로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대표 교체를 통한 책임 회피는 법의 취지를 껍데기로 만들고 향후에도 제도적 악용이 반복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고 실질적인 책임 추궁이 가능하게 하려면 다음과 같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대표이사의 지위에 관계없이 사고 발생 시 해당 기간 책임자를 포괄적으로 처벌 대상에 포함하도록 책임 기준을 확장하고 이사회 및 임원진 전체의 집단적 책임 구조를 도입해야 합니다. 법률적으로 대표 교체가 책임 회피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하는 속임수를 방지할 수 있는 조항을 새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제도가 제 역할을 하도록 현장과 사회의 끊임없는 감시가 필수입니다. 노동자와 시민 사회는 산업재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것입니다.

노동자 당사자는 노동조합 조직력 강화와 법률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하고 연대를 통해서 사건을 공론화하고 여론을 환기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법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정의를 실현하지 않습니다. 그 법이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구조 변화와 체계 개선, 책임 강화의 투쟁은 이제 노동자와 시민의 몫이며 이 싸움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법은 또다시 기업의 편에서 침묵과 묵인에 공범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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